원더랜드 한편에 개미를 위한 벤치를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원더풀 원더랜드 (작가: 췌프카, 작품정보)
리뷰어: Professor, 18년 1월, 조회 56

한 단어 한 단어 꼬투리 안에 실하게 들어찬 강낭콩 같은 문장들이 뇌리에 남는다. ‘길에서 먹는 밥은 인스턴트 생선가스 도시락이나 한우떡갈비 도시락이나 차별 없이 차가웠다고’, ‘꿀꿀대는 밥통을 안고 어디로 갈지 모르겠다고’, ‘늦은 밤 네 식구 속옷을 방망이를 팡팡 두드리면서 울었고 새벽에 국 간을 맞추다 앗 짜, 하며 울었고…’ 빈틈없이 조밀하게 짜인 삶의 단편을 생활어가 곧 시어인 경지의 언어로 그려낸다.

작품 곳곳에 흩뿌려진 메시지는 호순이의 이야기와 마지막 장면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새 시대가 열리고 국가가 영광을 얻으며 사회가 발전한들 개인이 그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찾을 수 없다면. 개미의 삶은 칼날처럼 빛나는 원더랜드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개미는 미래를 꿈꾸는 대신 과거에서 발원한 환상을 본다. 우리는 지금 이 장면 속 어디쯤 있을는지.

개인적으로 핍진성을 예술성의 충분조건으로 착각해 오로지 피폐한 현실 포착에만 집중하는 작품은 좋아하지 않는데, <원더풀 원더랜드>의 결은 다르다. 메시지와 핍진성이 결합하여 시너지를 낼 뿐만 아니라, 팍팍한 삶 속에 자국으로 남는 따뜻함이 있기 때문이다. 속에 맺힌 것이 많아 옆에서 손가락으로 한 번 훑기만 해도 후두둑 눈물 떨구는 삶이지만, 내가 너를 가엾게 여기고 네가 나를 묵묵히 지탱하기에 버틸 만 한 것이 아닐까. 함께 추억을 이야기할 친구가 있고 못하는 술이라도 같이 할 엄마와 언니가 있어 그나마 살아지는 것이 아닐까.

문장과 문단의 호흡이 다소 길다. 작가의 여러 작품에 걸쳐 관찰할 수 있는 특징이다. 이야기의 흐름을 매끄럽게 다듬는 데는 적합하나 간혹 독자가 시점이나 배경의 변화를 놓치는 원인이 되니, 가독성을 위해 이 사항을 고려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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