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결한 세트를 배경으로 진행되는 연극을 보는 느낌을 준다. 반으로 나뉜 무대 위에는 서로 다른 두 시간이 공존한다. 1901년과 1889년. 줄글로 길게 묘사하지 않고도 간결한 문장으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솜씨가 일품이다. 독자가 작가의 유도대로 시선을 자연스레 오른쪽으로 돌리면, 그 곳에 사건을 다음으로 진행시킬 오브젝트가 놓여 있는 식.
완벽한 결말이다.
복수의 정당성을 획득하는 것은 핏줄도 장자권도 아니다. 삶의 한가운데 날카로운 계곡으로 파인 비극에 의해 뒤틀린 물길을 품게 된 사람, 그 사람만이 복수할 권리를 갖는 법. 작품 초반부터 미묘하게 형성되기 시작한 긴장감은 두 차례에 걸친 반전에 의해 최고조에 달하며, 내내 그 팽팽함을 놓치지 않는다. 남성중심적인 사고에 비웃음을 던지는 결말 역시 즐겁다.
부디 이제 가시를 줄기에서 떠나보낸 장미가 행복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