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 단 한번, 첫 번째 작품으로만 기억될 수밖에 없는 예술가는 얼마나 비참한지.
모든 사람의 주목과 사랑을 받았으나 그것이 실은 다음을 가로막는 장벽이 된다는 사실을 누군들 알까요. 배우 배수연은 어릴 때 드라마에 등장해 크게 인기를 끈 시리즈의 모 인물입니다. 그러나 그 가상의 인물로 불릴지언정 다른 역할의 옷을 제대로 입지 못해요. 그것이 배수연의 탓은 아니었을 겁니다. 하지만 첫 날갯짓 이후 추락하기만 하는 삶이 얼마나 괴로울지 상상할 수 있나요. 고작 한 번 날아올랐을 뿐인데. 뒤이어 따라오는 것이 새 배역, 새로운 극, 새 시작이 아니라 험담과 헛소문, 욕설 같은 것이 전부일 뿐이라니.
결국 배수연이 맞이한 것은 고독사였어요. 마지막으로 주인공에게 달라고 했던 담배만이 유일한 위로가 되었을까요. 어쩌면 대화를 시도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요. 내 이름은 윤정희가 아니라고, 나는 나룻터가 아니라고, 사실 나는 배수연이라고. 이런 사람이고, 그녀를 따르는 소문이 배수연이 아니라, 사실은, 나는.
예술인의 고독사는 소식을 접하는 것만으로도 씁쓸해져요. 어떤 이미지를 소비하며 그를 잘근잘근 씹어내는 걸까 싶어지고, 평범한 사람일 뿐인데 하는 생각과 함께 동정이 가고 말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