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이 중력의 영향 하에 무한히 추락한다는 가정에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말그대로 바닥이 없는 무한의 굴을 내려가게 되는데 그 이유는 알 수 없고 어 어떤 힌트도 없습니다. 누군가가 임의로 정한 규칙에 의해 시작된 이 현상을 맞닥뜨린 주인공은 부정-분노-타협-좌절의 단계를 거쳐 수용하고 아들을 위해 다음을 준비하는 단계까지 도달합니다.
평범한 주인공에 왜 이런 시련이 찾아온 걸까요. 주인공을 둘러싼 환경은 자연적인 조건으로는 재현이나 제공이 불가능하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의 생명을 보전해주는 ‘소원성취’ 기능은 초현실적이고 만능이지만 발동 조건이 매우 인위적입니다. 사실 자유낙하를 하는 환경에서 식사를 하거나 목적을 다하거나 생명력이 소진된 것들이 자연스레 사라지는 것, 태어난 아기가 돌연변이도 아니고 갑자기 주변 환경을 고려한 듯 형질에 변화가 생기는 것은 여러모러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접근이 불가능한 초록 빛도 마찬가지 입니다.
결국 여러가지 조건을 고려하여 시뮬레이션된 환경 속에서 일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게임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짧은 글 안에서 인간의 희노애락과 아이러니 그리고 희망에 대한 메세지를 품고 있다는 것인데요. 통제된 환경에서 평생을 추락과 갑작스런 죽음에 대한 공포를 가진 인간이 실낱같은 희망으로 미래를 도모한다는 것, 아버지가 그렇게 원하던 ‘바닥’이 결국 아들에게는 바람직하지 않은 환경이고 결국 숙명을 거부하고 비행을 통해 환경을 벗어나 중력을 거슬러 오른다는 것은 아이러니를 통한 희망을 이야기 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글의 소재가 특별하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라 하긴 어렵고, 말하고자 하는 결론을 위해 너무 빨리 달려간다는 느낌이 조금 아쉬웠지만 상기한 부분에서 설득되는 부분이 있어 좋았습니다. 요즘 극단적이고 비약적인 세팅을 통해 자극적이고 비판적인 메세지를 전달하는 콘텐츠가 많은데 희망적인 메세지를 담은 이야기를 다른 분들도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 이렇게 짧은 리뷰를 남깁니다. 다만 글쓴이의 진짜 의도가 제가 생각한 것과 다를 수 있기에 그런 부분이 있다면 흥미로운 것 같네요.
리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