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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작품: (후안 유니버스) –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작가: 엄성용, 작품정보)
리뷰어: 루주아, 18년 1월, 조회 84

흔히 장르 문법이라 말하는 것이 있다. 예를 들어 탐정보다 먼저 사건을 풀면 그는 죽는다. 혹은 꽁지머리 탐정이 할아버지의 명예를 걸면 사건은 해결된다. 다만 사람은 두엇 더 죽을 수도 있다. 이 둘은 비슷해 보이지만 다르다. 전자는 장르의 법칙이지만, 후자는 작품의 법칙에 가깝다. 물론 그 작품도 장르 안의 작품이기에, 할아버지의 명예를 걸었을 때 죽는 사람은 탐정보다 먼저 수수께끼를 푼 사람이다. 추리소설의 역사에 비하면 짧겠지만, 작품 또한 계속해서 반복되며 역사를 만들고 자신만의 문법과 법칙을 완성한 것이다. 세계를 창조하고자 하는 작가가 이런 거대한 세계를 창조하고 싶어 하는 것은 필연적인 것이며, 따라서 작가가 자신의 작품들을 엮어 거대한 하나의 유니버스를 만들고자 하는 욕망은 어찌 보면 필연적일 것이다.

즉 ‘후안 유니버스’ 의 탄생이다.

이를 통해 깊고 거대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독자들이 읽고 해석해야 하는 텍스트의 분량이 증가하는 것과 똑같은 의미다. 코스요리와 단품 요리의 맛 내기는 다른 법이다. 이 이야기를 서두에 길게 배치하는 까닭은 이 작품을 후안 유니버스라는 거대한 세계의 한 조각으로 읽어야 할지, 완성된 하나의 단편으로 읽어야 할지 헷갈리기 때문이다. 나는 결국 전자를 택했는데 그 이유는 이 단편만으로 해석하기엔 캐릭터가 너무 뜬금없고 서사가 완결되지 않는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등을 읽으면 더 재미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사실은 이 이야기 들을 읽어야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를 이해할 수 있다에 가까울 것이다.

작가는 호러로 이 작품을 분류했지만 실상은 액션 활극에 가깝다. 호러로 읽기엔 쉬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우리가 살인마에게 쫓긴다고 생각하자. 우리가 달릴 때는 무섭지 않다. 살인마와 싸울때도 무섭지 않다. 숨어서 살인마가 지나갔을까 하는 그 시간, 혹은 싸우기 전에 하는 그 대치의 시간에 우리는 공포를 느낀다. 액션을 하고 있는 동안에는 무섭지 않다. 물론 이때도 심장은 뛸 것이다. 그러나 아드레날린이 만든 흥분과 공포는 구별해야 하지 않겟는가. 이것이 등골을 서늘하게 만드는 공포는 아닐 것이다.

특히 이 작품을 단독적으로 해석할 때가 아니라 ‘짜증난 희선씨’와 함께 읽었을 때 더더욱 호러로 해석되지 않는다. 희선씨가 나왔다고? 아 그래 위험하겟네. 상대방이. 이런 생각이 들고 마는 것이다. 물론 이 배경지식을 배제한다 해도 이 작품은 완급조절에 실패한 것처럼 보인다. 단순한 전력 질주. 액션활극이라면 납득할 수 있지만, 호러라고 부른다면 아 그건 좀 아닌 거 같은데요? 라고 말하게 된다. 이 작품을 호러로 만들 수 있는 것은 바로 작품 바깥의 요소, ‘신라 여관 202호’다. 무고한 피해자와 무자비한 살인마. 간신히 도망가지만 다시 그들의 손아귀로 돌아오는 정만득 대리. 이제서야 호러의 문법이 작동하기 시작한다.

그러니 이것은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가 아니라 거대한 세계의 한 조각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짜증난 희선씨에서 희선씨가 평소 얼마나 이런 존재들을 고깝게 보는지, 신라 여관 202호에서 만득씨가 얼마나 공포스런 체험에서 겨우 탈출했는지, 무엇보다 세탁기가 있는 반지하나 3318연맹 등을 통해 이 도시가 얼마나 괴기스러운 세계인지 그걸 알아야만 이 이야기가 성립하는 것이다.

물론 퍼즐 조각을 맞춰가는 것도 재미있는 작업이다. 특히 작가 입장이라면 더더욱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이걸로 구현할 거대한 주제의식을 떠올리면 큰 의미 또한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편에서 기대하는 것은 비록 작아도 완성된 한 편의 이야기를 보는 것이다. 작가가 그 바람을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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