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회의 경종을 울리는 최후의 목소리를 절절하게 그려낸 호러소설, “사람의 심해” 감상

대상작품: 사람의 심해 (작가: 서리안개, 작품정보)
리뷰어: 쥰노, 2시간 전, 조회 6

Q. 소설을 읽기 전 예상했던 내용과 실제 내용의 차이?

A. 처음 이 소설의 장르가 ‘호러’라는 것을 알고, <사람의 심해>라는 제목을 확인했을 때는 ‘어떤 심해 생물이 나오는 그런 공포소설인가’라는 일차원적인 생각부터 했었습니다(웃음). 그러나 이 소설은 한 가문, 그리고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일면의 관한 이야기입니다. 비현실적인 요소가 주를 이루지만, 사실은 그보다 너무나도 현실적인 인간의 욕심과 인간존엄, 만연한 사회문제에 방점을 두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어쩐지 저는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슬프고, 안타깝고, 절절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Q. 소설을 읽으며 느꼈던 점

A. 이 소설을 전체적으로 관통하고 있는 주제는 ‘인간 존엄’이라 생각합니다. 주인공 정유의 가문에서 가족의 죽음을 다루는 것이나, 정유의 사회생활에서 상사들이 정유를 대하는 방식, 그 모든 것의 문제는 결국 ‘인간 존엄의 부재’처럼 느껴졌달까요. 정유의 가문에서 가족들의 죽음을 대하는 방식과 태도는 어쩌면 처음에는 그것이 최선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문 전체를 살릴수도 있는 한 사람의 죽음은 어쩌면 고귀한 희생처럼 보일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그 죽음과 희생이라는 개념은, 삶을 이해하기에도 너무 이런 자녀의 죽음 이후 새로운 면을 보게 됩니다. 어쩌면 그 가문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겨졌던 그 희생, 혹은 숙명같은 것이 어느 순간부터는 결국 ‘욕심’처럼 느껴지기 시작했지요. 그리고 한 사람의 최후의 발악으로도 그 가문의 유구한 욕심을 꺾어내릴 수는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발악은 가문의 누군가에게 ’어쩌면 이것이 잘못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도 했죠. 주인공 정유의 모습도 그 가문의 충격적인 사건과도 많이 겹쳐져있었습니다. 큰 사회의 작은 일원으로서 그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방식은 그것이 최선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들의 선택 이후 잔인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그것’들은 복수일수도 있지만, 존재해서는 결코 그 누구도 들으려 하지 않았던 그들의 외침이었을 것입니다. 기선과 정유가 처해있는 그 상황은, 우리 사회에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소외된 누군가의 모습일지도 모르지요. 마치 하나의 메타포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렇기에 마지막 정유의 오빠인 정민의 선택이 무척이나 의미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Q. 소설의 미래 독자에게

A. 비현실적인 소재지만, 너무나도 현실적이기도 한 호러소설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흡입력있는 소설이라, 시간이 가는줄 모르게 푹 빠져들어 읽은 소설이기도 했고요. 상상하며 읽다보면 잔인한 장면들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피를 보이지 않는 잔인한 현실이 더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던 그런 소설이었습니다. 사회의 이면과 그 사회의 경종을 울리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절절하게 잘 그려낸 소설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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