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발부 수지’합격’ 불감훼상 ‘공부’시야 공모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지식의 신 (작가: 번연, 작품정보)
리뷰어: 그리움마다, 17년 12월, 조회 66

20년도 더 전에 IMF가 우리나라를 뒤흔들던 시절에 대학의 졸업반이었습니다.. 경제는 휘청거리고 젊은 대졸들은 갈 곳을 잃었고 수많은 실업자와 부도난 회사가 시체처럼 우리의 삶 곳곳에 무참하게 던져지던 시절이었죠, 딱히 능력도 없는데다가 누구 하나 연줄이 있어서 미래의 일자리가 마련된 처지도 아닌 저로서는 제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공무원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저 말고도 수만명의 또래의 청년백수들이 생각했던 일입죠, 그렇게 첫 2년을 공부한답시고 허송세월을 보내면서 이도저도 아닌 시간만 낭비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일년만 해본다는 이유로 서울로 올라간 기억이 납니다.. 아시다시피 노량진에서 자취를 하면서 6개월동안 학원밥 먹어가면서 공부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어느 시점을 넘어서니 게을러지더군요, 결국 최종 시험에서 불합격을 하고선 앞으로 어떻게 해야되나 힘들어하던 시절 친구의 정보로 우연히 발견한 회사에 면접을 보고 그동안 공부한 시간이 황당할 정도로 한순간에 취직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렇게 사회에서의 첫걸음을 시작했던 기억이 나네요, 삼년간의 공부를 하던 시절은 지금도 기억이 납니다.. 대단히 극단적인 마음을 가질 정도의 자기비하가 심하던 시절이었고 누군가의 비교대상이 되는게 무엇보다 싫었던 시절이었습니다.. 눈에 띄기 싫었고 아무리 머리를 쳐박고 책을 들여다봐도 머릿속에 주입되지않는 문장들에 미칠 듯 스스로를 책망하던 기억이 납니다.. 결국 초반의 절실함을 뒤로 갈수록 자기 합리화와 사회적 변명으로 변질되어 내가 이렇게 고생하는 것은 사회탓, 시대탓, 국가탓이라는 같잖은 불평만 늘어놓던 시절이었네요, 여하튼 그 시절로 두 번다시 돌아가고 싶진 않지만 여전히 자신의 미래를 위해 힘겹게 공부를 하고 있는 고시생들과 주변의 청년들의 퍽퍽한 삶의 모습들은 나름의 공감을 하게 됩니다.. 이번에 읽은 작품은 그러한 우리의 현실의 청년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네요, 머리가 따라주지 못하고 능력이 미치지 못해 고통받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해서든 합격해서 조금은 평안한 미래의 직장과 삶을 보상받고 싶은 주인공들의 극단적이면서도 불안한 현실적 모습들이 경험해본 중년 아저씨의 짠함을 이끌어내네요,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과 최대의 능력을 쏟아내는 수험생 희진은 고시원에서 생활하면서 합격을 위해 공부에 매진중입니다.. 그리고 또래의 수미라는 아이와 함께 고시원에서 나름 서로 위안이 되며 열심히 생활하고 있죠, 갈수록 머리가 길어지고 눈을 가리는 앞머리 때문에 희진은 머리를 자르고 싶습니다.. 하지만 수미는 머리를 자르고 나면 그동안 머릿속에 담아둔 공부의 영역들이 잘린 머리와 함께 떨어져나갈까봐 희진의 머리를 자르지 못하게 막죠, 누구나 한번씩은 겪어본 일종의 징크스입니다.. 더 나아가 수미는 자신의 숱많은 머리를 고시원에서 공부하는 동안 물로 감지도 않은 모냥입니다.. 저로서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헤어샴푸물티슈라는 것으로 머리를 감지도 자르지도 않고 합격을 위해 모든 것을 쏟고 있네요, 얼마나 절실할까요, 스스로 강박같은 집착을 보일 정도로 미래의 삶에 대한 현실적 두려움이 이들을 지배하고 있는 모냥입니다.. 그렇지만 희진은 그런 수미보다는 강박적 불안함이 조금 덜한 모냥입니다.. 자꾸만 공부에 방해되는 머리를 자르고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하자 수미에게 머리를 잘라야겠다고 하자 수미는 그럼 희진이 자른 머리를 자신에게 달라고 합니다.. 희진은 그런 수미의 진지함에 놀라고 황당해하며 일종의 불쾌함마저 느끼게 되죠, 그리고 그날 저녁에 짧게 친 머리로 고시원으로 돌아온 희진은 수미를 찾지만 보질 못합니다.. 그러던 중 무엇인가를 감춘 듯 숨어서 뛰어들어오는 수미를 발견한 희진은,,,,,

재미있는데요, 사실적인 감성들과 절실함이 묻어나는 그 또래의 현실적 고통과 강박들이 잘 표현되는 문장과 이야기라서 개인적으로는 조금 상황적 차이는 있지만(난 취직, 그들은 수험생) 저 역시 경험해본 어쩔 수 없는 자신에 대한 자괴감과 일종의 강박적 집착에 대하여 일부 공감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소설의 장르적 감성을 위한 상황적인 자극성을 염두에 두더라도 충분히 현실적인 상황의 의도에 대한 작가의 필력은 상당히 좋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전체적으로 저로서는 부자연스러운 스토리나 문장의 느낌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작가님이 그려내는 상황적 매력이 상당히 흥미로웠다고 생각합니다.. 재미있었어요, 특히나 희진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그려지는 주변의 상황이나 수미라는 캐릭터를 바라보는 극단적 시선도 매우 집중되게 해주는 묘사와 표현의 능력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짧고 단순한 내용이며 감성적 즐거움을 보여준 사회적 현실에 대한 일종의 경고적 이야기임에도 그 속에 담긴 많은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제법 오랫동안 어필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누구나 한번 정도는 경험해본 바 있는(물론 공부에 일말의 관심이 있었던 분들의 이야기이겠지만) 징크스의 영역을 건드려 독자들에게 공포적 감성을 이끌어낸다는 것은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덜 무섭고 조금 덜 표현된 자극적인 호러의 감성이 이 소설이 보여주는 상황적 임팩트를 더욱 오랫동안 머릿속에 각인시켜주었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작가로서 조금 더 강한 장르적 감성을 보여주고 싶었을 수도 있는데 상황이 주는 흐름을 감성적 잔가지들보다 더 중시한 느낌은 들었어요, 개인적으로는 강한 공포적 감성의 자극적 방법론도 나쁘지 않게 생각을 합니다만 이 작품의 소재나 설정을 중심으로 한 흐름으로 볼때는 오히려 조금은 아쉬운 듯한 공포적 관점이 주효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죠,

수미라는 캐릭터가 주는 극단적 강박감을 희진이라는 캐릭터의 시선과 관점으로 그려내는 매력은 상당히 좋았습니다.. 공생하고 함께하지만 어떻게보면 경쟁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는 인물들이니까요, 또한 이들의 연결 감성의 근원적인 관계에서도 수미와 희진은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점도 느껴지더군요, 그 점은 초중반까지는 전혀 인식하지 못한 부분이지만 후반을 통해 반전으로 드러나는 이야기의 흐름으로 또다른 희진의 시선을 독자들은 새롭게 인지하게 되는 것이죠, 그 점도 저로서는 충분히 흥미롭고 즐거웠습니다.. 후반의 결말부의 흐름적 감성이나 상황들도 굳이 공포소설입네하면서 질척거리면서 자극적이고 극적인 의도를 축축하고 음습하게 드러내지않고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부분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좋은 작품이고 좋은 단편이라고 생각하구요, 저는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런 단편을 한번씩 만나면 읽는 즐거움이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습니다.. 물론 다른 작품들보다 고급스럽다거나 프로적 문장력으로 대단히 전문적인 소설적 집필을 선보이진 않지만 대중독자로서 쉽게 다가가지만 그만큼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을 공감을 이끌어내기란 쉽지 않다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살기 위해 공부를 해 본 경험을 가진 중년 아저씨의 개인적 공감이 크긴 하겠지만 말이죠, 여하튼 잘 읽었구요, 앞으로도 좋은 작품 많이 보여주시고 멋진 작가님으로 거듭나시길 기원합니다.. 응원합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