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에 기댄 단편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외전 격인 단편이라도 가능하면 하나의 독립된 작품에 어울리는 완성도가 있었으면 하거든요.
그래서 액자 이야기인 한나와 상윤이라는 인물들이 누구인지 그림자만 어슴푸레 보이는 작품에 제목을 ‘두사람 들’ 이라고 붙인 것도 참 마음에 안 듭니다.
그런데 작품 전반을 지배하는 감성은 너무 마음에 듭니다. 멸망으로 치닫는 세계 속에서 살아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좋습니다. 더 나아질 거라는 희망 보다는 분명히 다가오는 멸망을 눈앞에 두고도 그 마지막 순간까지는 행복하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너무 좋네요.
개인적으로 특히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비 내리는 부분을 묘사한 장면이었습니다. 비 내리는 소리를 음악 삼아 와인을 즐기는 이미지에서 커튼을 걷자 사람을 피폭시키는 멸망의 비가 보이고, 그런데 그 비가 마치 이야기의 클라이맥스를 알리는 불꽃놀이 같은 이미지로 전환되는 장면이 정말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러니 저러니 불평은 했지만 결국 한나와 상윤, 그리고 이 죽어가는 세계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해져 장편을 찾아보게 만드네요. 그런 의도가 얼마나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만약 있었다면 매우 성공적이었다고밖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