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작가 중에 ‘호이 신이치’라고 있습니다.
그의 대표작은 흔히 ‘플라시보 시리즈’라고 부르는 것인데, 아주 짧은 분량의 이야기들을 모아 놓은 것이에요. 작가 자신은 그것을 단편보다 훨씬 짧다고 해서 ‘쇼트쇼트 스토리’라고 부르죠. ‘플라시보 시리즈’는 이야기가 짧다는 공통점만 있을 뿐, 소재도 제 각각 장르도 제 각각 입니다. 그야말로 ‘내 짧은 이야기로 지친 일상 속에서 잠깐의 웃음과 재미 그리고 위안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것이 유일한 목적인 이야기의 모음들인 것이죠.
갑작스럽게 이 말을 하는 것은 노타우 작가의 ‘기묘한 부부들’을 읽다가 문득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기묘한 부부들’은 그야말로 호이 신이치의 ‘쇼트쇼트 스토리’처럼 부부가 나온다는 공통점만 있을 뿐, 분량이 짧고 소재도 장르도 천차만별이거든요. 어쩌면 호이 신이치의 단편집이 처음 우리나라에 나왔을 때 ‘기묘한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나와서 더욱 닮았다고 느끼게 되었을 지도 모르겠어요. 어쨌든 호이 신이치만큼 때로는 재밌고 때로는 섬뜩하며 그러면서도 은근히 귀여운 데가 있는 이야기들입니다. 아무래도 사고 수준이 정상적인 것과 다소 거리가 있는 부부들인지라 신이치의 것보다 엽기적이긴 하지만요^^
아, 엽기적이라고 해서 이 부부들이 증오와 분노로 똘똘 뭉쳐서 서로를 해한다고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여기서 제목의 ‘기묘한’이란 부부의 서로에 대한 사랑의 방식이 ‘기묘하다’는 뜻이니까요. 뭐, 그도 그럴 것이 한 단편의 남편은 발냄새가 심하다며(이런 말을 할 때조차 아내는 마스트를 두 겹이나 끼고 있으니 남편의 발냄새 상태가 어떤지는 능히 짐작할 수 있겠죠.) 아내가 자신을 멀리하자 그 아내 곁에 있기 위해 자신의 두 발을 아무 주저없이 도끼로 잘라버리고 또 어떤 단편의 아내는 먹을 것이 없어 쫄쫄 굶고 있는 판에 모처럼 만난 동창생이 아주 맛있는 추어탕을 사주자, 위 속에서 그대로 소화시키지 않고 그냥 보관만 하고 돌아와 남편에게 먹이기 위해 다시 냄비 안으로 게워내니까요.
하지만 아무리 기이하고 엽기적으로 보여도 이 모든 행위의 중심엔 아내와 남편에 대한 사랑이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이건 어쩌면 오 헨리의 유명한 단편 ‘크리스마스 선물’의 뒤틀린 변형인지도 모른다고 말이죠. 표현 방식에 있어선 많은 차이가 나겠지만 그래도 사랑에 있어서만큼은 오 헨리 단편 속 부부의 것과 그리 차이가 나지는 않을 듯 하네요.
현재는 제가 리뷰를 쓰기 하루 전에 올라온 ‘남편의 새끼손가락’까지 26편이 올라와 있네요. 모두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것들이니 자판기 커피를 홀짝일 때나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때나 아무튼 그런 어쩌다 만나는 그런 잠깐의 틈 속에서도 한 편씩 감상하셔도 무방할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