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장의 죄책감이 절절히 스며든 작품 ‘짜장면 한그릇 2900원’ 감상

대상작품: 짜장면 한그릇 2900원 (작가: 소금달, 작품정보)
리뷰어: youngeun, 15시간전, 조회 7

이 작품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아픈 아이를 위해 묵묵히 살아가는 한 가정의 가장인 한수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작품 전반적으로 잔잔한 슬픔이 흐르는 이유는 어머니를 향한 미안함, 가장으로서의 무게,

가족을 위해 끝없이 애쓰는 책임감 있는 모습들이 단지 ‘한수’ 라는 인물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과 닮아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수의 생각과 말, 행동에는 죄책감이 깊이 배어 있다.

죄가 있다면 가족을 위해 먼지와 실밥이 가득한 공장에서 열심히 일해온 것 뿐이다.

아이가 아프게 태어난 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그럼에도 어머니에게 유일한 사치였던 다섯 돈 반지를

아이의 병원비로 쓰게 하고 동료의 근무 시간 교대를 거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그를 더욱 죄인처럼 만든다.

 

말라 죽어가는 나무 같다고 묘사된 시율이의 모습과 메마르고 퍼석한 손을 가진 아내 세은.

한수 또한 바짝 마르고 지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아내와 아이를 보며 안타까워한다.

몇 달 일찍 세상 구경한 내 새끼 코에 산소를 넣어주고 아내에게 커피 한잔 사 마시게 해주기 위해 일하는

한수의 모습은 가장으로서 그가 짊어진 책임감을 말없이 보여준다.

 

‘오늘도 짜장을 먹지 않았는데도 속이 메슥거렸다’ 는 마지막 문장은 특히 인상 깊다.

짜장면은 좋아하는 음식이 아니라, 그저 허기를 달래는 수단인 것을 알 수 있다.

2,900원의 저렴한 가격은 백만원에 이르는 병원비와 극명하게 대비되고

한수가 감당하고 있는 삶의 무게를 더욱 절절하게 드러낸다.

 

시율이의 상태가 호전되었다는 기쁜 소식과 대비되는 직장 동료의 안타까운 죽음.

직장 동료의 근무 시간을 바꿔주지 못했다는 미안함보다

내 아이가 살아서 다행이고 내가 죽은 게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말은 고통스러운 자책이 묻어 있다.

스스로 혐오스럽다고 느껴지는 감정을 누가 감히 폄하할 수 있을까.

아내와 아이를 책임지고 살아가는 가장에겐 이 혐오스러운 감정 또한 사치일지도 모른다.

 

‘애비 없는 자식으로 만들고 싶지 않다.’

‘백만원이 들어도 좋은 학원을 보내고 싶다.’

‘회사 다니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다.’

아이를 향한 마음은 결국 현재 한수의 결핍을 절실하게 드러낸다.

 

자신의 삶보다 더 나은 삶을 선물해주고 싶다는 한 가장의 욕심은 결코 무모하다고 할 수 없다.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 지치지 말고 앞으로도 잘 살아가길

그에게 조용히, 진심으로 응원의 말을 건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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