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의 영화 <더 도어>를 재미있게 본 기억이 난다
물론 그 영화와 이 소설 <더 도어>간에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지만, 신비로운 상상의 요소와 전반적으로 짙게 깔린 음울한 분위기는 신기할 정도로 닮아 있다
큰 기대 없이 읽기 시작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말하자면 두 문단을 채 넘기기도 전에 작가의 내공이 느껴진다
달필이고, 설득력이 있으며, 사람의 주의를 끄는 면모가 있다
자연스레 이야기에 귀를 쫑긋, 눈을 꿈벅이며 따라가다 보니 이어지는 전개도 제법 흥미롭다
조카에 얽힌 이야기, 믿기 힘든 실종에 관한 내용, 그리고 자연스레 피어오르는 호기심
개인적으로는 왜 굳이 등장인물을 일본인인 와타나베로 했던 걸까, 라는 궁금증이 일었는데 어릴 적부터 봐왔던 일본 공포, 추리 만화의 영향인지 몰입이 좀 더 잘 되는 부분이 있었다
아마 작가는 기묘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대상이 한국인이 아니라 다른 나라의 인물이라는 점에서 약간의 신비감을 느끼도록 유도하고자 했던 게 아닌가 싶은데 개인적으론 유효타였던 것
비밀 이야기가 오가고, 과연 결말에 다다르면 어떤 장면이 연출될 지, ‘저’에게도 노인이나 여자에게 일어났던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닐지 마음 졸이던 차 그림 아래 적힌 문구가 발견되자 긴장감은 더 고조된다
눈 감지 마라. 혼자 있지 마라. 그리고 잠들지 마라.
와타나베의 조카가 썼을, 한맺힌 그 문구
그리고 글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 약간 다른 방향으로 끝을 맺는다
어쩌면 아주 이상적일지도 모를 방법으로
그나저나
와타나베는 도대체 왜 그 그림에다 제물들을 갖다 바친 것일까
그것도 한번도 아니고 세번에 걸쳐서 말이다
어쨋든 이해하기 힘든 그 행동 덕에 ‘저’의 행동에 더 힘이 더해졌으니, 글의 완성도가 올라가는 데 기여했음은 인정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