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늘상 막연한 공포감에 시달리곤 했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일상생활이 방해받거나 해본 적은 없으나, 어릴 적 봤던 무서운 영화라든가 괜히 나 혼자 떠올린 상상 속의 존재 때문에 뒤를 슥 돌아본다거나, 괜히 기분이 나빠 앞만 보고 가만히 있는다거나 하는 그러한 공포감 말이다
<아무도 못 봤어>는 마치 나의 어릴 적을 떠올리게 하는 짧은 글이었다
괜히 무서우니까 아무렇지 않은 척 혼잣말을 해본다든가, 휑하니 아무도 없는 거실에 나와 슥 훑어보고 다시 방으로 들어간다든가 그런 쓰잘데기없는 자기방어를 해본 적이 있어서일까 은수의 행동에 꽤나 공감이 되었던 듯 싶다
하지만 단순히 공감되는 소재 이상으로 은수의 심리나 행동을 유려하게 잘 표현해낸 작가의 글솜씨가 더해졌기 때문에 술술 읽어나갈 수 있었다는 점도 빼놓을 순 없겠지
빈 집을 홀로 지키는 어린 아이의 마음 속에 자리잡은 공포라니- 이 얼마나 묘하고도 사사로운가
별 것 아닌 소재를 별 것 아니게 만든 작가의 재주가 느껴지는 글 <아무도 못 봤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