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이고 짧지만, 강렬하게 몰입되는 서스펜스 공모(감상)

대상작품: 장화 (작가: 무영무희, 작품정보)
리뷰어: 드리민, 9시간 전, 조회 23

무영무희 작가님의 「장화」를 극단적으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다.

전형적인 팜 파탈과 마녀의 이야기

 

조금 더 풀어서 이야기하면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요약할 수 있습니다.

남자는 여자를 향해 은밀하고도 노골적인 시선을 보낸다. 그러나 어느덧 상황은 반전되어 여자 쪽에서 남자를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남자는 이내 자신이 여자에게 홀린 것임을 알고 도망치고자 하지만, 여자는 자신의 능력을 동원하여 남자를 파멸시킨다.

 

흔한 이미지로 소비되는 노파 마녀의 모습을 여기서는 비에 젖은 여자의 모습으로 대체합니다. 번진 화장과 젖은 머리카락, 그리고 장화. 남자는 그 모습이 날씨가 좋은 날의 그녀와 동일한 존재임을 어렴풋이 알면서도 무시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그러나 이내 여자가 남자를 향해 노골적인 시선을 보내는 순간, 이제 남자는 여자가 아름다운 모습을 보일 때에도 공포심을 느낍니다. 어쩌면 이것은 전형적인 ‘여성에 대한 공포심’의 표현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모든 여자는 남자를 파멸시킬 ‘마녀’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공포심 말이지요.

그녀가 진짜로 마녀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황새에게 말을 걸고 황새는 그녀의 말을 알아들은 것처럼 행동합니다. 이후, 남자는 난데없이 공원의 가로등에 꼬챙이처럼 꿰어지는 기이한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이들 중에 여자가 있습니다. 날씨는 직접적으로 묘사되지는 않지만, 여자는 이 순간 장화를 신고 있습니다. 그녀가 ‘마녀’로서 자신의 능력이 일으킨 결과물을 보러 온 듯한 인상을 줍니다.

 

무영무희 작가님의 「장화」가 전형적인 이야기라고 해서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순간의 몰입감과 이야기의 끝까지 독자를 끌고 나가는 서스펜스는 짧지만 강렬하다고 느꼈습니다. 무영무희 작가님의 글을 읽는 건 이번이 처음인데, 이미 누아르 장편을 2편이나 완결하셨더군요. 서스펜스와 독자를 이야기의 끝까지 끌고 가는 방법을 노련하게 잘 다루신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한편, 이 이야기가 강렬하게 느껴지는 이유에는 설명이 적다는 점도 있습니다. 분위기가 반전되는 상황에서 어째서 남자가 여자를 보고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는지, 여자는 황새에게 뭐라고 말을 걸었고, 황새는 이를 어떻게 알아들었는지, 남자는 어떻게 강변공원 가로등에 꿰뚫린 채로 죽었는지. 작품은 설명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설명하지 않기에, 모든 이목은 여자가 가져가게 되고, 그녀가 가지고 있는 ‘마녀’ 분위기를 보강하여 그 분위기와 감상만으로 개연성을 충족시킵니다.

 

빗속에서 자신에게 홀린 희생자를 비웃는 마녀의 이미지가 저절로 떠올려졌다는 점에서 저는 의도하신 바가 성공했다고 봅니다. 여유가 된다면 작가님의 다른 작품도 읽어볼 계획입니다. 짧지만 강렬한 이야기를 만들어주신 무영무희 작가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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