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소설이 어떤 내용이었냐고 제게 묻는다면, 저는 아마 이렇게 답할 것입니다.
익숙한 옛 고전을 코즈믹호러로 변주한 이야기
본 작품은 아기장수 우투리 설화에서 아기장수 우투리를 아기황제라는 코즈믹호러적 존재로 바꾼 것입니다. 발상만 두고 말하자면 흥미롭긴 하나, 살짝 걱정스럽기도 하죠. 왜냐하면 코즈믹호러만큼 겉핥기(스킨)의 왜곡이 심한 장르가 몇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SCP도, 백룸을 언급하면 좀 더 알기 쉽습니다. 와! 크툴루! 증기선배빵! 아무튼 무시무시한 아무튼 우주적인 존재! 공교롭게도 여기선 증기선이 아니라 화살 하나와 창 한 자루긴 하네요.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증기선 하나로 격퇴했다거나 화살과 창 한 자루씩 박아서 물리쳤다는 게 아닙니다. 그런 건 그저 이야기로서의 매듭을 짓기 위한 장치에 불과해요. 중요한 건 그 결말까지 어떻게 끌고 갔느냐, 인물들에게 어떤 상흔을 남겼느냐, 독자에겐 어떤 체험을 일으켰는가…입니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함은 비단 코즈믹호러만이 아니라 호러 장르 전반에도 적용할 수 있는 얘기겠죠. 다만 코즈믹호러는 인식(때로는 상식) 외의 미지에서 찾아오는 공포가 주된 초점이고, 여기선 그것을 ‘아기황제라는 것만 알 따름인’ 어느 존재의 강림 과정으로 다룹니다. 애석하게도 이 부분에서 코즈믹호러가 마이너하고 힙스터적인 이유가 있죠. 우리는 인지 바깥에서의 미지가 공포로 다가올 수 있음을 ‘평상시’에 감각하지 않으니까요. 때로는 코즈믹호러가 자주 취하는 표현 수단에 함몰돼서 “저게 왜 무섭지?”라는 감상으로 이어지기 쉽고요. 그렇기에 코즈믹호러는 때때로 알기 쉬운 외피를 두르곤 합니다. 무시무시하고 끔찍한 어떤 무언가들을 직접 등장시키는 식으로요. 본 작품에선 아기장수 우투리라는 이미 알고 있는 설화적 이미지를 가져오고, 그것을 뒤틀고 변형함으로써 우리가 아는 ‘상식’을 무너뜨리고 ‘인식’을 뒤트는 코즈믹호러적 연출에 충실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본 작품을 읽었을 때 이것이 “아기장수 우투리”가 원본이 되는 설화임을 알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께름칙하게 느껴짐이 바로 그 증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설영촌이라는 무대 설정 역시 훌륭합니다. 험한 외지, 외부인의 발길이 드문 곳, 수상쩍은 이야기(여기선 여성으로만 이뤄진 기괴한 산적단)가 돌아다니고, 그곳의 거주민들은 겉으론 멀쩡해 보이나 수상하기 짝이 없으며, 사교도스러운 의식이 이뤄진 바위까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건 꿈이라는 장치를 이용한 것이었습니다. 꿈은 무언가를 암시하되 그것의 신빙성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단 점에서 사랑스러운 장치죠. 옛 고전에선 미래를 향한 어떤 암시가 되겠고, 현대에 이르러선 인물의 어떤 심리적 상태를 드러내는 식이 되겠죠. 본 작품에선 전자였고요. 특히 꿈을 통해 기괴한 이미지(개인적으로 작중에서 제일 인상 깊은 이미지가 바로 이 부엌씬입니다)를 먼저 전달함으로써 “꿈에서의 이미지(곧 어떤 본질적인 모습)”라는 인식을 먼저 심어두고, 서스펜스처럼 긴장을 유지하다가 마침내 진상이 밝혀지는 때에 꿈에서의 이미지가 현실에서도 드러남으로써 독자에게 충격을 주는 것 역시 ‘알면서도 놀랍고 알면서도 무서운’ 복선 회수였다고 생각합니다. 후반부야 사실상 아기장수 우투리의 변주, 그러나 충실한 고증이었으니 그렇게까지 감흥이 있던 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아기장수 우투리 설화를 모르는 사람이 읽어야 끝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고 읽었을지 모르겠네요. 그렇다고 고증을 이탈해 진짜로 아기황제가 온전히 강림하는 결말이 낫냐고 하면 그건 또 모를 일입니다.(정녕 그랬다면 찝찝함이 정도를 지나칠 테니 대중적인 호응은 포기해야 하지 않았을까 싶긴 합니다)(더군다나 이미 코즈믹호러적으로 변형이 가해진 상황에서 결말까지 한 번 더 변형을 가하면 아기장수 우투리는 그저 소재적 모티브에 끝날 수도 있겠죠) 어느 의미로는 러브크래프트의 단편 “크툴루의 부름”과 같은 구성이라고 볼 수 있어서 이런 식의 결말이 또 별로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어쨌든 어느 관점에서든 돌이킬 수 없는 상흔을 남기고 조용히 닫은 좋은 결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미 알던 이야기”였기에 거기서 나오는 긴장감의 완화는 어쩔 수 없던 것이죠 하하. 잘 읽었습니다. +)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삼은 만큼 거기에 합당한 어휘를 구사하되 지나치게 고전에 빠지지 않고 현대 독자들이 ‘고전적’이라고 느낄 수 있으면서 무리없이 독해할 수 있는 그 아슬아슬한 선을 훌륭하게 구현해내는 것 역시 상당한 필력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