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드리는 말*
이 리뷰글은 연재가 다 끝나지 않은 시점(2026.7.20)에 작성한 것이니, 나중에 나올 내용이 포함되고 있지 않으며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한 같은 장면에서 따로따로 배치된 대사를 합쳤으며 전반적으로 주관적인 생각이 담겨 있는 점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1. (1회 참조)
1회의 시작은 글의 주인공으로 보이는 유진의 등교로 시작됩니다. 익숙한 소음이 그의 귀로 빨려들고, 친구 민호와의 대화도 비슷했습니다. 적어도 여기까지는. 그 뒤가 문제였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서랍에 손을 넣었습니다. 그리고 새하얀 종이를 발견했습니다. 그 종이는 편지였습니다. 그리고 내용을 읽었습니다.
‘7일 뒤 밤 11시 42분. 너는 사람을 죽인다. 범인은 미래의 너다.’
황당무게한 이야기였습니다. 장난일 확률이 컸습니다. 하지만 이게 웬걸.
‘분명. 자기 글씨였다. 획의 각도. 글씨를 눌러 쓰는 습관. ‘다’에서 마지막 획이 아주 미세하게 올라가는 버릇.’
솔직히 말하자면 따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도 똑같았습니다. 도저히 흉내낼 수 있는 수준도 아니었고 말입니다. 그리고 도저히 수업에 집중할 수 없었던 유진에게 학교가 끝나고 들이친 전학생 ‘서하린’의 한 마디.
‘그 편지. 받았구나. 조심해. 이번엔 늦지 않았으면 좋겠네.’
그리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 서하린은 퇴장합니다. 자신의 한 마디가 유진을 뒤흔든 것도 모르고.
유진은 집에 돌아와 12시가 넘은 시점에서야 잠이 듭니다. 그리고 악몽을 꿉니다. 짙은 어둠과 피 냄새,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고, 피에 물든 붉은 칼이 손에 쥐여저 있고, 피웅덩이 속에서 누군가가 쓰러져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막지 마. 어차피 넌 결국 죽이게 돼.’
하지만 목소리는 낯설지 않습니다. 너무나도 익숙한, 자신의 목소리였기에.
다음 날, 유진은 학교에 와서 무의식적으로 책상으로 향하고, 서랍 안에서 하얀 편지를 또다시 발견합니다. 이번엔 단 한 줄이었습니다.
‘피해자는 이미 정해져 있다.’
사진 한 장이 떨어졌습니다. 주웠습니다. 보았습니다.
강민호.
유진은 두려움에 휩싸인 채로 뒤를 돌았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으로, 웃는 표정으로, 강민호가 서 있었습니다. 유진은 몰랐습니다, 이게 지옥의 시작이라는 걸.
2.
1회는 상당히 흥미진진한 전개로 이어집니다. 처음부터 강렬한 도입부이고,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습니다. 1회는 줄거리, 등장인물의 행동 요인, 감정 묘사 등이 허점 없이 잘 이루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독자는 1회에서 너무 많은 정보가 쏟아지면 한 번에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이런 전개도 나쁘다고 하긴 어렵지만, 1회의 중요한 장면에 정작 몰입을 잘 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기도 합니다.
3. (2~3회 참조)
유진은 민호를 회피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민호는 유진을 찾아와 왜 피하는지, 자신한테도 말 못할 정도인지 묻습니다. 유진이 차마 입을 떼지 못하자, 민호는 이렇게 말합니다.
‘근데 혼자 끙끙대지는 마.’
이 말에 유진은 가슴 한구석이 조여 오는 것을 느낍니다. 왜, 민호일까. 하필.
유진은 수업이 끝난 뒤, 교무실로 갑니다. 선생님께 물건을 잃어버렸다고 핑계를 대고, CCTV를 확인합니다.
어제 아침. 7시 42분. 아직 아무도 들어오지 않은 시각. 문이 열립니다. 누군가가 들어옵니다. 그 누군가는… 유진, 자신입니다.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고 흰 편지를 꺼냅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서랍에 넣습니다. 그리고 몇 초간 자리에 앉아 있다가 나갑니다. 그리고 8분 뒤, 실제 자신이 들어옵니다. 그리고 편지를 발견합니다.
유진은 머리가 새하얘집니다. 분명 자신인데, 기억은 없습니다. 교무실에서 나온 뒤, 복도에서 하린을 마주칩니다.
‘이제 믿겠어?’
‘……너.’
‘너 대체 뭐 알아?’
‘많이.’
‘설명해.’
‘지금은 안 돼.’
‘장난해? 지금 내 상황이 장난처럼 보여?’
‘너 기억이 비는 시간 있지.’
‘…뭐?’
‘짧게는 몇 분, 길게는 몇 시간. 그리고 그 시간 동안 넌 다른 사람이 돼.’
‘무슨 헛소리야.’
‘헛소리 아니야. 넌 이미 여러 번 무너졌어.’
‘여러 번?’
‘이건 처음이 아니야. 오늘 밤 조심해.’
‘뭐?’
’11시 42분 전까지 절대 잠들지 마. 이번엔 제발 버텨.’
하린과의 대화를 나눕니다. 그리고 그날 밤, 유진은 커피를 마시고 찬물로 세수를 합니다. 알람도 맞췄습니다. 시간은 흘렀습니다. 11시 42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띠링.
문자였습니다. 발신자 없음.
‘벌써 늦었어.’
동시에 유진에게 두통이 몰려왔습니다. 시야가 흔들리고 세상이 기울어졌습니다. 숨이 막히고 눈앞이 검게 물들었습니다. 눈을 뜬 곳은 낯선 폐건물.
철벅.
액체 밟는 소리가 울렸습니다. 피. 그 끝엔… 강민호가 피투성이가 된 채 미동 없이 쓰러져 있었습니다.
유진은 민호에게 달려가 목을 짚었습니다. 제발…
있다. 살아 있다.
안심하는 순간, 금속음이 들렸습니다. 그리고 이상할 정도로 움직임 없이 있는 얼굴이 가려진 사람. 자신, 한유진이었습니다.
‘늦었네.’
누구야.
이제 와서 묻는 거야?
말도 안 돼…
말이 안 된다고? 난 계속 경고했어. 편지도 보냈고. 문자도 보냈지. 이번에도 실패했네.
그대로 유진의 정신이 흐려졌습니다. 장면이 계속해서 바뀌며 기억들이 흘러왔습니다. 깨어나 보니 양호실 침대. 하린이 있었습니다.
‘깼어?’
‘…민호는.’
‘살아 있어.’
대화를 반복하다 하린은 말합니다.
‘넌 같은 7일을 반복하고 있어.’
‘이번이 47번째야.’
‘넌 계속 민호를 죽였어. 그리고 매번 후회했어. 그래서 시간을 되돌렸어. 계속. 계속.’
띠링.
문자가 울렸습니다.
[48번째는 실패하지 마.]
4.
흥미롭습니다. 내용 자체는 이해하기 쉽고, 매끄럽게 흘러갑니다. 자신 안에 있는 다른 사람에 대한 정보도 늘어났습니다. 흠잡을 것 없이 재미있고 다음 내용도 기대되지만, 양호실 장면에서 민호가 살아 있다는 정보만 전달됩니다. 서윤 작가님의 하린 캐릭터를 위한 큰 그림일지도 모르겠지만, 어디 있는지 그런 정보까지 포함되어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5.
제가 아쉬운 점들을 조금 언급해 두긴 했지만, 사실 이 아쉬운 점들 다 머리 짜낸 결과예요(;;) 이 연재글은 읽으면서 너무도 다음 회차가 기다려지는 좋은 작품이고, 서윤 작가님의 훌륭한 필력이 그 좋은 작품을 더 받쳐 주신 것 같습니다. 이 부족한 리뷰글을 읽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무더운 여름날에 다들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