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라이트 스낵화를 고민하는 작가님께. 공모(비평)

대상작품: 신을 구원하라 (작가: 낭만치사, 작품정보)
리뷰어: 윤휘, 6시간 전, 조회 14

※스포일러가 포함된 주관적 감상입니다. 8화까지 읽고 쓴 글이니 미열람하신 분들은 참고 부탁드립니다.

 

 

주관적인 별점

스토리 구성: ★★★★☆ (설정이 촘촘하다. 이제 남은 것은 떡밥을 오류 없이 회수하는 일뿐이다.)

인물 매력도: ★★★☆☆ (인공지능 V6가 제일 좋다. 주인공은 아직 윤곽만 보인다.)

표현 및 묘사: ★★☆☆☆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아쉬운 지점이다.)

진입장벽: ★★★☆☆ (물어보셨기에 답합니다. 걱정하시는 만큼 높지는 않습니다.)

 

 

 

1. 주제(논제)에 대한 이야기

 

작가님께서 진입장벽이 높은 것 같다며 도입부의 냉철한 평가를 부탁하셨다. 관련된 이야기부터 하겠다.

 

<어떤 작품들을 함부로 낮잡아봐서는 결코 안 될 일이고, 실제로 나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지 않음을 먼저 밝혀놓는다.>

 

작금의 웹소설들의 특징을 말해보자면, “자극적인 소재”와 “직관적인 제목”이라 할 수 있다.

 

그게 나쁘다고 생각지는 않지만, 가끔은 나쁘기도 하다고 생각도 한다. 나쁘다고 생각지 않는 이유는, 철저한 대중예술로서 훌륭한 마케팅 전략을 구비했다는 데에 있다. 그리고 소재와 제목이 적나라하다고 하여, 그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마저 지나치게 말초적이거나 얕지도 않기 때문이다. 허나 나쁘기도 하다고 생각하는 까닭도 분명히 있다. 나는 그런 대중예술을 “하이라이트 스낵”이라고 부르고 싶은데, 아주 집약적이어서 단시간 내에 눈앞에 놓인 사건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뜻에서다. 그런데 이 하이라이트 스낵은, 점점 더 직관적이고 더 직접적인 묘사를 원하도록 만든다. 전개가 느리다고 판단되면 읽기를 포기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실제로 전개가 지나치게 느리다면 당연히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작가 스스로가 필요하다고 엄숙히 고려한 뒤에 써놓은 문장들을 내놓아도, 그 어휘나 행간의 고민을 읽으려 하는 노력을 없애게 만든다.

 

단지, 어떤 글을 쓰고 있는 사람으로서, “왜 이걸 몰라봐주냐”고 푸념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사람이 글을 읽어야 하는 데에는 여러 목적이 있을 수 있겠지만, 글을 읽음으로써 얻게 되는 효과가 있다고 믿는다.

나는 그것을, 행간을 이해하려는 “인내”이자, “이해의 밑바탕”이라고 본다.

 

또, 글을 쓰고 읽는 행위에서 이런 효과도 얻어진다고 믿는다.

그 인내의 결과로, 글쓴이가 풀어내고자 했던 이야기를 습득하게 되는 것을 학습할 수 있다고도 본다.

이건, 달리 표현하자면 “신뢰”라는 것이다.

 

일단 잠자코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어야 하고, 그 기다림의 결과로 상대방의 생각을 얻거나, 상대방이 펼쳐놓은 세계 속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그런 결과를 얻을 수 있음을 학습하면서, 서로 이야기를 들어주려는 문화가 생기고, 그로 인해서 서로의 이야기를 함부로 판단하지 않으려는 열린 시각이 자리 잡을 수 있다고도 보는 것이다. 그 모든 것들이 얽히고설켜 다른 사회구성원을 “신뢰”할 수 있다는 여유로운 마음가짐으로도 자라난다고도 믿는다.

 

이런 내 믿음이 있기에, 나는 “트렌드”라고 불리는 “곧 사라질 수도 있는 것”에 반드시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지 않는다. 트렌드라고 하여 무조건 괄시할 게 아니라 배울 점이 있다면 흡수할 수도 있어야겠지만. 어찌 되었든, 그 결과로 당장 버림 받을 수도 있겠으나, 자신이 가진 무기가 “트렌드 맞춤”이 아니라면, 그리고 지속적으로 트렌드 맞춤이라는 그 무기를 갈고 닦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고민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본다.

 

 

단순히 고집을 부리자는 얘기가 아니다.

그저 트렌드를 무시하자는 얘기도 아니다.

자신이 맞출 수 있다면 괜찮지만, 감당 가능하지 않다면, 장점을 더 극대화하는 데에 역량을 집중하는 게 낫다는 판단인 거다.

 

 

서론이 길었다.

 

 

나는 이 작품의 진입장벽이 낮춰야 할 만큼 높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의 고집을 꺾지 마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먼저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나는 1화를 읽다가 ‘다트 강하’라는 말을 검색해봤다.

그런 용어가 실재하는 줄 알았기 때문이다. 없었다. 그래서 그냥 읽어 내려갔다.

 

그런데 조금 더 읽으니 다트가 방호복의 이름이라는 것이 나왔고, 더 읽으니 그것이 액체처럼 흐르고 형태를 바꾸는 물건이라는 것이 나왔고, 8화에 이르면 무기와 동기화까지 된다는 것이 나왔다. 작가는 설명하지 않았지만, 장면으로는 전부 알려주었다.

 

이게 중요하다. 독자가 모르는 단어를 만났을 때 계속 읽는 이유는 하나뿐이다. 

뒤에서 알려줄 것이라는 신뢰. 그리고 이 작품은 그 신뢰를 한 번도 깨지 않았다.

 

만약 여기서 첫 문단부터 장비 다트를 착용했다는 식으로 친절하게 풀어 썼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읽기는 편해질 것이다.

 

그런데 그건 이야기가 아니라 설명서에 가까워진다. 지금 이 작품이 가진 담백한 속도감도 함께 사라질 것이다.

 

말라(MALA)라는 코드네임도 마찬가지다. 1화의 마지막 줄에서 V6가 그 이름을 외치며 끝난다. 나는 이것을 정보 누락이 아니라 엔딩 훅으로 읽었다. 실제로 그 이름은 3화에서 도하가 다시는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말하며 한 번 더 걸리고, 5화에 가서 대분열의 영웅이라는 정체가 드러나며 풀린다. 회차마다 하나씩 던지고 하나씩 푸는 리듬이 분명히 설계되어 있다.

 

회상 장면도 그렇다. 도하가 왜 목숨을 걸고 있는지는 2화 중반에 나온다. 붉은 오로라가 하늘을 덮은 지구에서 여인이 그를 안으며 가지 말고 같이 죽자고 말하는 그 장면이다. 나는 이 위치가 늦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확한 자리라고 본다.

 

다만 이 장면이 너무 약하게 지나간다는 점은 아쉬웠다. 아마 나중에 제대로 풀기 위해 지금은 필요한 만큼만 보여주신 것으로 짐작한다. 그렇다면 그 판단도 존중한다. 허나 그 한 장면이 이 작품 전체에서 유일하게 인물의 체온이 느껴지는 대목이었기에, 조금 더 오래 머물러도 좋았겠다는 생각은 든다.

 

그래서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것이다.

이 작품이 지향하는 바는 트렌디한 소설의 지향점과는 다르다고 보인다.

 

작가님께서 오랜 시간 구상하셨다는 세계관은 그런 방식으로 굴러가는 물건이 아니다. 행성의 자기장이 신경계이고, 그 위의 생명체들이 반도체이며, 빛의 속도가 인물의 관계를 뒤틀어놓는 이야기다. 이런 이야기를 요즘 문법에 맞춰 다듬으면, 진입장벽은 낮아지겠지만 그 대신 이 작품이어야 할 이유가 사라진다. 아, 물론 아주 자극적인 소재를 미끼로 던질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것을 독자에게 물어서 정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어떤 독자는 친절한 쪽을 좋아할 테고 다른 독자는 불친절한 쪽을 좋아할 수도 있다. 나는 확실히 불친절해도 좋아하는 편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에게 설문조사를 해보고 정확한 데이터를 알 수 있는 게 아니라면, 기준은 언제 정해도 안전하지 못할 것이 된다. 낮출지 말지는 작가가 정할 문제이고, 자신이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문제다. 또, 그 지향점이 작품의 완결성인지, 작품의 인기인지도 명확히 해야 할 문제다. 모든 작가라면, 자신의 작품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하는데, 인기는 다른 문제다. 사람의 성공도, 분명 능력도 개입하지만, 시의적절성이라는 이름의 ‘운’도 늘 작용하게 마련이었다. 그러니 성공한 다음에도 다른 사람들에게 겸손해야 하는 법이고,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시대를 잘 읽었다며 박수를 보내야 할 일이라고 본다.)

 

그러니 도입부를 걱정하시는 대신, 다른 두 가지에 힘을 쓰시면 좋겠다.

 

하나는 긴장감이다.

 

지금 이 작품은 사건이 크고 설정이 촘촘한데, 그에 비해 액션 장면들에 조마조마함이 덜한 느낌이다. 이 이야기는 3절에서 하겠다.

 

 

다른 하나는 떡밥의 회수다. 말라라는 이름, 애쉬크로프트와의 악연, 4회에 걸친 나사로 수술, 끊어진 브레이드 네트워크, 그리고 항해 지도. 8화까지 이미 상당히 많은 것을 심어두셨다. 이것들이 어긋남 없이 풀리기만 한다면, 이 작품은 진입장벽 같은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설계도라고 생각한다.

 

 

덧붙여, 초광속 정보 전달에 대하여.

 

 

작가님께서 미리 일러주셨으니 전제 자체는 문제 삼지 않겠다. 다만 8화까지 읽은 독자로서 정리해보자면, 브레이드 네트워크는 단순히 빠른 통신 장치가 아니라 출발한 시간대의 지구와 연결되는 물건으로 서술된다. 50년을 건너온 도하가 50년 전과 대화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인과율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을 텐데, 그 장치가 하필 임무 시작과 동시에 끊긴다는 것이 이 작품에서 가장 궁금한 대목이기도 하다. 나중에 다루신다니, 그저 믿고 기다려 보겠다.

 

 

 

2. 좋았던 점에 대한 이야기

 

① 가장 좋았던 점은 수많은 SF 요소들을 물 흐르듯 써 내려간다는 점이다. 궤도권 강하, 나노 방호복, 양자통신, 테라포밍, 루멘 드라이브, 역반사 패널, 전술 격자, 실드 발생 장치. 이 정도 밀도로 소재를 깔면 대개 어딘가에서 설명이 고이기 마련인데, 이 작품은 그것들을 전부 인물이 사용하는 도구로만 등장시킨다. 도하가 쓰고, 부수고, 갈아 끼우는 과정에서 독자가 자연히 알게 된다. 오래 구상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자연스러움이다.

 

② 설정이 액션의 해법으로 돌아온다는 점이 좋다. 행성이 강력한 자기장으로 방사선을 차단해왔다면 방사선에 대한 내성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소형 핵폭탄이 통한다. 나중에는 자기장이 신경계라는 사실에서 EMP가 통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주먹구구로 위기를 넘기지 않는다. 설정과 전투가 이만큼 붙어 있는 작품은 흔치 않다.

 

③ 시간 지연을 인물 관계로 끌어온 대목이 백미다. 도하 일행은 50광년을 건너오며 50년을 잃었고, 애쉬크로프트 원정대는 12년 먼저 떠났으나 구형 기술 탓에 비슷하게 도착했다. 그래서 비비안은 인류가 화성까지 포함해 50억 명이라고 알고 있고, 도하는 백만 명 남짓이라고 답한다. 같은 인류인데 서로 다른 시간대를 살아온 두 사람이 마주 앉은 장면. 나는 8화까지 중 이 순간이 제일 좋았다.

 

④ 인공지능 V6가 아주 훌륭하다. 좋은 데이터를 보면 들뜨고, 도하의 분위기가 바뀌면 따라서 가라앉는다. 궤도 폭격이 두통 정도에 그치지 않겠느냐고 해놓고 나중에 바람이었다고 답하는 대목에서는 웃었다. 게다가 6화에서 혼자 사체를 분석하며 결론에 도달하는 장면은 인공지능이 독립된 인물로 기능하는 좋은 예였다.

 

 위화감의 크기와 재앙의 크기가 맞는다. 도하는 진흙이 기분 좋다고 느끼다가, 너무 조용하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냄새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입자가 지나치게 균일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발자국이 지워지는 것을 본다. 그리고 그 불안 뒤에 실제로 행성이 입을 벌려 그를 삼킨다. 이게 중요하다. 불안을 잔뜩 쌓아놓고 별일 아니면 독자는 다음부터 그 불안을 믿지 않는다. 반대로 예고 없이 재앙만 터지면 그건 사고지 서스펜스가 아니다. 쌓은 만큼 정확히 큰 것이 온다. 이 균형 감각은 배워서 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3. 아쉬웠던 점에 대한 이야기

 

①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서 가장 아쉬운 것은 표현이다. 정확히는 긴장을 만드는 문장들이다.

사건은 충분히 크다. 그런데 그 사건을 겪는 사람의 몸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몇 군데만 짚어보겠다.

2화에서 도하는 소형 핵폭탄을 터뜨리고 그 방사선을 그대로 맞는다. DNA 단위까지 파괴됐을 것이라는 서술이 붙는다. 그런데 그 순간 도하가 어땠는지는 고통은 상당했다는 한 문장으로 정리된다. 4회차 나사로 수술을 받아 잘 죽지 않는 몸이라는 설정 때문에 그러셨겠지만, 잘 죽지 않는 몸이라도 아플 때는 아프지 않을까. 오히려 그 몸이기에 견디는 방식이 남다를 것이고, 그게 이 인물을 설명해줄 수 있다.

4화에서 전갈의 유리 탄두가 도하의 허벅지에 적중한다. 실드가 막았고 충격량이 상당했다는 서술이 나온다. 그런데 맞은 사람이 이를 악물었는지, 자세가 흐트러졌는지, 숨이 막혔는지가 없다. 맞았다는 정보만 있고 맞은 순간이 없다.

5화에서 비비안이 도하의 위치를 정확히 짚어내며 걸어온다. 도하는 보이지 않는 상태다. 나는 이 대목이 8화까지 중 가장 조마조마해야 할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들킬 것인가 말 것인가. 그런데 두 사람의 대화가 너무 매끄럽게 흘러가서, 도하가 얼마나 당황했는지가 잘 전해지지 않았다. 심장이 뛰었다는 한 줄, 손끝이 굳었다는 한 줄 정도라도 충분했을 수 있다.

7화에서 니코가 30분이면 곰벌레들이 도착한다고 말한다. 좋은 카운트다운이다. 그런데 그 뒤로 30분이 줄어드는 감각이 없다. 숫자를 말해놓고 시계를 치우신 셈이다.

정리하면, 이 작품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설명으로 아주 잘 쓰신다. 다만 그 일을 겪는 사람이 어떤 상태인지가 자주 비어 있다. 문장 하나둘만 더 얹으면 되는 자리들이라, 필력의 문제라기보다 시선을 어디에 둘 것인가의 문제로 보인다.

 

② 설명이 대화에 몰려 있다. V6가 브리핑하고 도하가 되묻는 형식이 반복되는데, 6화에서 대분열의 역사를 전하는 대목은 거의 강의에 가까웠다. 비비안이 무너지는 반응이 사이사이에 들어가 있어 그나마 견딜 만했지만, 그 반응이 조금 더 많았어야 했다고 본다.

더 나은 방법은 도하의 시선으로 된 장면을 따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분열이 어떤 것이었는지 대화로 요약하는 대신, 도하가 그때 무엇을 보았는지 짧은 회상 한 장면으로 보여주는 식으로. 말해주기가 아니라 보여주기 쪽이, 이 작품의 규모에는 훨씬 어울린다.

 

③ 6화의 끝과 7화의 중반이 문장 단위로 겹친다. 항해 지도 복사본을 찾아야 한다는 그 대화다. 나는 교차 구성 자체는 좋다고 본다. 같은 순간을 두 곳에서 겪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법이니까.

다만 아쉬운 것은, 그 겹친 장면의 초점화자가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6화는 V6 쪽, 7화는 도하 쪽에서 보는 장면인데, 정작 대사와 서술이 거의 같아서 시점이 바뀐 느낌이 들지 않는다. 같은 대화라도 V6가 듣는 그 말과 도하가 하는 그 말은 다를 것이다. 초점화자가 바뀌었다면, 그 인물의 생각이 그만큼 드러났어야 했다.

 

④ 인물의 외양 묘사가 한꺼번에 몰려 나온다. 도하의 얼굴은 1화 중반에, 조난 신호를 보낸 여성은 4화에, 비비안은 5화에 각각 한 문단씩 서술된다. 특히 4화의 여성 묘사는 그 인물이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알기도 전에 머리 모양과 몸매부터 나온다.

행동하는 중에 필요한 만큼씩 흘리는 편이 지금의 감각에는 더 맞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것도 결국 작가님의 고집에 달린 문제일 수 있다. 인물이 등장할 때 카메라를 멈추고 한 번 훑는 방식은 그 나름의 정취가 있고, 그것을 고수하기로 하셨다면 그 또한 존중받아야 할 선택이다.

 

⑤ 오탈자가 몇 군데 있다. 아래 각주에 모아두었다.

 

 

 

 

4. 제목에 대한 이야기

 

「신을 구원하라」는 아직 모르겠다.

 

8화까지 신은 나오지 않는다. 그러니 이 이야기는 회차 제목 쪽으로 갈음하겠다.

 

회차 제목들은 대체로 담백하다. 진흙의 바다, 붉은 눈, 조난 신호, 철의 사막, 잠입, 대분열, 경보. 그 회차에서 가장 큰 것 하나를 그대로 붙이는 방식이다. 이 담백함은 작품의 문체와도 잘 맞는다.

 

그중 8화의 제목만 결이 다르다. 프로메테우스. 도하가 꺼내 드는 중화기의 이름이다.

 

무기 이름치고는 지나치게 의미심장하다. 신에게서 불을 훔쳐 인간에게 건넨 자이고, 그 대가로 영원히 벌받은 자다. 영생을 얻었지만 시한부가 된 인류라는 이 작품의 전제와 겹쳐놓으면 더 그렇다.

 

그러니 이 작품의 제목이 아직 회수되지 않았다는 것은, 나에게 기대감을 주는 요소다.

 

덧붙여 순전히 제 추측을 하나 남겨두겠다.

 

도하는 네 번의 나사로 수술을 받아 좀처럼 죽지 않는 몸이 된 인간이다. 그리고 지구와 화성의 인류는 거의 남지 않았다. 만약 그렇다면, 지금 이 작품에 등장한 인물 중 신에 가장 가까운 존재는 도하가 아닐까.

 

이 짐작이 맞다면, 그를 구원해야 할 일이 생긴다는 뜻이 되겠다. 그가 어떤 시련에 빠지게 될지 궁금해질 수 있는 제목이다.

 

 

 

 

5. 기타 개인적인 이야기

아홉 번째로 써보는 리뷰입니다. 냉철한 평가를 부탁하셨는데, 정작 가장 걱정하신 부분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마시라는 말씀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제가 스스로 “불친절한 작품들”을 좋아하는 사람이기에 이런 내용으로 말씀을 드렸지만, 다른 분들의 생각도 있을 테니, 적절히 취사선택하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읽는 내내 오래 붙들고 계셨던 세계관이라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행성이 하나의 연산 구조라는 설정 위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빛의 속도가 인물의 관계를 어긋나게 만드는 대목에서는 감탄했습니다. 이런 것은 급하게 지어낼 수 있는 종류가 아닙니다. 필력이 십여 년 전이라 걱정하신다고 하셨는데, 제가 읽기에 문제가 되는 것은 문장을 다루는 힘이 아니었습니다. 사건은 크게 벌어지는데 그것을 겪는 사람의 몸이 자주 비어 있다는 것, 그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그건 초점화자를 분명히 하시면 충분히 달라질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트렌드를 따라가야 한다는 생각은 접어두셔도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작품은  트렌드와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고 보이고, 저는 개인적으로 트렌드와 아무 상관없는 그 부분들이  궁금합니다. 다음 화도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히  읽었습니다.

 

 

 

*표기 관련해 눈에  것들을 적어둡니다.

  • 잘몬 본게 아니었다’  ‘잘못  게’
  • 서커먼 땀방울이 맺혔고’  ‘시커먼’
  • ‘한때 애쉬크로프트 소속었다는  ‘소속이었다는’
  • 바램입니다’  ‘바람입니다’
  • ‘현실은 녹록치 않다’  ‘녹록지 않다’
  • ‘문을 잠궜다  ‘잠갔다’
  • ‘이 행성한테 잡아먹혀’  ‘행성에게’ 또는 ‘행성에’
  • ‘천장을 들쳐 업게 된’  ‘둘러업게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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