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밤에 딱 읽기 좋은 소설 공모(감상)

대상작품: 경계굿 (작가: 박윤윤, 작품정보)
리뷰어: 하키파이, 1시간 전, 조회 9

소설을 읽으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작가님께서 표현을 하나씩 고르고, 퇴고하는데 많은 시간과 정성을 쏟아부으셨구나’ 였습니다.

‘하이얀 천을 딛고 올라서 허공을 본다’, ‘금방이라도 녹아내릴 듯 펄펄 끓는 남자의 살을, 손목을 나는 놓지 않는다.’ 같은 문장은 섬세하며, 이 소설의 분위기를 서늘하게 만드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님께서 고운 체에 거르고, 거른 문장들을 한 문장씩 눈으로 따라 읽어 내려갈 때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또한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순간도 늘어지지 않는 탄탄한 전개 또한 인상 깊었습니다. ‘하이얀 천을 딛고 올라서 허공을 본다’라는 첫 문장은 제 노트 구석에 적어두고 오래 간직하고 싶을 만큼 소설 도입부로 손색없는 문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문장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내용 또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어서 좋았습니다.

‘화염이 일렁거리는 드럼통 위로 천과 제웅을 내던져 넣는다. 생은 이울고, 화마는 꺼지고, 재는 날아간다.’라는 문장이 이 단편소설의 주제를 관통한다고 느껴졌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서 모든 게 결국 부질없는 ‘재’가 되어버리는 슬픔, 허망함, 공허함을 느꼈습니다. 우리의 삶 또한 언젠가는 이울 테고, 언젠가는 꼭 쥐고 있었던 것을 놓아버려야 할 테지요. 하지만 동시에 작가님께서 쓰신 ‘발 아래의 금은, 일평생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라는 문장처럼 한평생을 바쳐 우리에게 부여된 소명을 그것을 해쳐나가는 게 인생이겠지요. 그리고 작가님이 소설에 쓰신 대로 ‘무거이 이고지고 버티는 것이 이승이랴’라는 말에 씁쓸하지만 동의하게 됩니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아쉬운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표현에 힘을 다소 과하게 쓰신 것 같습니다. 작가님께서 쓰신 표현을 통해 이야기의 전개를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으나 그렇다고 이야기가 매끄럽게 머리에 들어오지는 않았습니다. 만약 자기 전에 누워서 휴대폰으로 소설을 읽는 독자들을 대상으로 삼으신다면 표현을 조금 더 친절하게 다듬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제안해 봅니다.

둘째, 전문적인 지식이 없으면 읽기가 조금 힘듭니다. 개인적으로 저 같은 경우는 한국의 무당과 관련하여 잘 아는 바가 없습니다. 경계 굿의 목적, 대상 등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읽으니, 작품이 가진 의미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없어서 그 부분이 살짝 아쉬웠습니다.

셋째, 이건 제 개인적인 의견인데요. 나중에 퇴고하실 때 왜 굳이 이 주제의 주인공이 무당이 되어야 하는지, 왜 굳이 김수환을 경계 굿하는 장면을 소설로 쓸 것인지에 대해 조금 더 고민해 보셔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인물들이 더 구체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브릿g에 가입하고 거의 처음 본격적으로 읽은 작품은 작가님 작품인데요. 정말 브릿 g 가입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같은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목록
이전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