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따뜻한 데로 흐르는 시선 공모(비평)

대상작품: 옆집 여자 (작가: KRimmer, 작품정보)
리뷰어: 슬픈거북이, 1시간 전, 조회 6

1.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시작하는 이야기 [요약]

옆집 여자는 제목 그대로 한 남자가 ‘옆집 여자’를 바라보는 데서 시작한다.

성우에게 서은은 처음부터 한서은이라는 사람이 아니다. 교보문고 시집 코너에서 본 보라색 코트의 여자이고, 우연히 같은 아파트 옆집에 사는 것을 알게 된 여자이며, 소설가인 그의 눈에 자연스럽게 하나의 이야깃거리가 되는 사람이다.

아직 이름도, 사정도 모르는 타인을 보며 우리는 종종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마음대로 만들어낸다. 소설가인 성우에게는 그것이 조금 더 직접적이다. 그는 서은의 모습에서 자신이 쓰던 소설의 인물 ‘지수’를 떠올리고, 현실에서 본 여자를 자신이 만든 이야기 속으로 가져간다.

이 작품에서 ‘옆집 여자’라는 제목은 꽤 재미있다.

처음의 서은은 성우에게 말 그대로 옆집에 사는 낯선 여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야기가 진행되는 과정은 그 익명의 ‘옆집 여자’가 조금씩 이름과 사연을 가진 ‘한서은’이라는 사람으로 변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2. 알고 있는데도 긴장하게 만드는 두 개의 시선 [특징]

초반부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스릴러의 긴장을 만들어내는 방식이었다.

독자는 먼저 성우의 시선을 통해 그가 왜 서은을 바라보는지 알고 있다. 교보문고에서 인상 깊게 보았던 여자를 우연히 다시 만났고, 소설가로서 호기심을 느꼈다는 것도 안다. 적어도 독자가 알고 있는 성우에게 특별한 악의는 없다.

그런데 시점이 서은에게 넘어가는 순간 똑같은 행동이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자신을 계속 바라보는 옆집 남자. 과거 교보문고에서 자신을 본 사실까지 기억하고 있는 남자. 자신의 모습을 유난히 자세히 관찰하는 소설가.

성우의 입장에서는 우연과 호기심이었던 일들이, 쫓기고 있는 서은의 시선을 통과하면 감시와 추적처럼 보인다.
독자는 성우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서은의 입장에서는 다시 긴장하게 된다.

남자가 여자를 바라보는 시선을 먼저 보여준 뒤, 그 시선을 받는 여자의 공포를 다시 보여주는 방식이 초반부에 독특한 서스펜스를 만들어낸다.
특히 성우가 쓰는 소설 속 살인범 강호철의 존재 때문에 두 이미지는 한동안 은근하게 포개진다.
‘혹시 성우에게도 다른 면이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기대도 자연스럽게 생긴다.

재미있는 것은 작품이 그 기대를 익숙한 반전으로 회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성우에게 숨겨진 악의가 있었던 것이 아니다. 그는 정말로 조금 서툴 뿐인 평범한 사람이다. 중요한 것은 성우가 위험한 사람이었느냐가 아니라,

오랫동안 공포 속에서 살아온 서은에게는 평범한 사람의 관심조차 위험으로 느껴질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 점에서 두 시점은 단순히 같은 사건을 두 번 보여주는 장치를 넘어선다. 한 사람의 행동이 상대방의 삶과 경험에 따라 얼마나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다루는 이야기와 형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두 사람의 시선이 같은 관계를 전혀 다르게 비춘다는 점에서는 문득 “냉정과 열정 사이”가 떠오르기도 했다. 다만 긴 시간의 간극을 두고 두 사람의 기억이 맞물리는 그 작품과 달리, “옆집 여자”의 두 시선은 훨씬 동시적으로 교차한다.

3. 소설 속 여자에서 현실의 한서은으로 [개인적인 감상]

이 작품에서 가장 좋게 본 부분은 성우가 서은을 바라보는 방식이 변화하는 과정이었다.

처음 성우가 보는 것은 서은 그 자체라기보다 ‘소설에 들어갈 만한 여자’에 가깝다.
보라색 코트, 시집을 고르는 모습, 불안해 보이는 표정과 행동. 그는 그것들을 가져와 자신의 소설 속 인물 지수를 만든다.

현실의 서은은 처음에 성우에게 소설의 소잿거리일 뿐이다.
그런데 두 사람이 가까워지면서 방향이 조금씩 반대로 움직인다. 옆집 여자는 한서은이 되고, 흥미로운 모습은 그 사람이 실제로 겪고 있는 공포가 되며, 소설의 재료였던 사람은 함께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손을 잡는 사람이 된다.

그 과정에서 서은이 우연히 성우의 원고를 읽는 장면은 중요하다. 자신의 모습과 자신이 겪었던 일들이 소설 속 지수에게 들어가 있다는 것을 서은이 알아차리면서, 성우 역시 자신이 쓰고 있는 지수와 현실의 서은을 이전처럼 쉽게 겹쳐놓을 수 없게 된다.

처음에는 현실의 여자를 자기 소설 안으로 끌어들였다면, 후반부의 성우에게 필요한 것은 오히려 그 반대다.

자신이 만들어놓은 소설에서 빠져나와 눈앞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는 것.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의 로맨스는 ‘옆집 여자와 가까워지는 이야기’인 동시에,
타인을 자기 머릿속에서 만들어낸 모습이 아니라 진정으로 이해하고, 한 사람으로 알아가는 이야기처럼 읽혔다.

4. 감정을 사물과 장면으로 보여주는 상징들 [강점]

이 작가의 작품을 읽으며 계속 눈에 들어오는 장점 가운데 하나는 감정을 구체적인 사물이나 행동에 실어 장면으로 보여주는 방식이다.

이전 작품에서도 빨래라는 일상적인 소재 하나로 인상적인 정서와 장면을 만들어낸 것이 기억에 남았는데, ‘옆집 여자’에서도 이런 장점이 선명하게 보인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손’이다.

서은은 네일숍을 운영한다. 다른 사람의 손을 매일 만지는 사람이다. 그런데 정작 자신의 삶에서는 타인을 쉽게 믿지 못하고, 끊임없이 긴장하며 살아간다.

작품 속에서 손은 반복해서 등장한다.
두려움 속에서 떨리는 손이 있고, 누군가에게 내미는 손이 있고, 잡아주는 손이 있다. 성우의 손에서 느끼는 따뜻함 역시 여러 번 되풀이된다.
때문에 마지막에 두 사람이 손을 잡는 장면은 단순한 로맨스의 스킨십 이상으로 읽힌다. 사람을 두려워했던 서은이 다시 다른 사람과 접촉할 수 있게 되는 과정을 작품 전체가 손이라는 이미지로 천천히 쌓아왔기 때문이다.

‘문’과 ‘방’ 역시 마찬가지다.
서은은 작품 대부분을 닫힌 공간에서 살아간다. 아파트에서도, 은신처에서도, 호텔에서도 문밖의 소리에 긴장한다.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고, 서은은 그 문을 열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고민한다.

소설 속 지수 역시 방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성우는 지수의 결말을 쓰지 못한다.
숨어 있어야만 살 수 있었던 사람에게 방은 안전한 장소다. 하지만 동시에 언젠가는 떠나야 할 장소이기도 하다.

현실의 서은과 소설 속 지수가 모두 방 안에 갇혀 있다는 점에서 두 이야기는 겹쳐진다.

그리고 여기에 계속해서 ‘따뜻함’이라는 감각이 더해진다.
성우의 손은 따뜻하고, 함께 음식을 먹는 시간에는 온기가 있으며, 반대로 서은이 도망치는 세계에는 어두운 복도와 겨울의 공기, 차가운 은신처가 있다.

작가는 이런 작은 감각과 사물을 반복하면서 인물의 정서를 눈에 보이는 장면으로 만드는 데 강점이 있다.

5. 조금 아쉬웠던 후반의 긴장감 [약점]

다만 초반에 성우와 서은의 엇갈린 시선이 만들어내던 긴장에 비하면, 후반부로 갈수록 범죄조직이라는 외부의 위협은 비교적 빠르게 정리되는 느낌이 있었다.
초반의 묘한 서스펜스가 인상적이었던 만큼, 그 긴장이 조금 더 오래 이어졌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6. 소설 밖으로 나가는 결말 [메타픽션]

마지막의 회수는 인상적이다.
성우가 오랫동안 결말을 쓰지 못했던 소설 속에서 지수는 마침내 방을 나온다. 그리고 현실의 서은 역시 재판을 끝내고 자신을 가두고 있던 은신 생활에서 벗어난다.

현실과 소설이 다시 한번 나란히 놓이는 순간이다.

하지만 둘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소설 속 지수가 어디로 갈지는 작가인 성우가 정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의 한서은이 어디로 갈지는 성우가 결정할 수 없다.

그래서 마지막에 성우는 서은에게 묻는다.
어디로 가고 싶으냐고.
그리고 서은은 스스로 대답한다.

“따뜻한 데로요.”

처음의 서은은 성우가 바라보고 상상하여 자신의 소설 속으로 끌어들인 ‘옆집 여자’였다. 그러나 마지막의 서은은 자신의 이야기를 가지고, 자신이 갈 곳을 스스로 선택하는 한서은이다.
마지막에 밖으로 나오는 것은 지수와 서은만이 아니다. 성우 역시 자신이 만들어놓은 이야기에서 한 걸음 빠져나온다. 서은을 자신이 만든 캐릭터와 겹쳐 바라보는 대신, 이제는 눈앞에 있는 한 사람의 선택을 묻고 그 방향을 함께 바라본다.

결국 “옆집 여자”는 현실의 여자를 소설 속으로 끌어들이는 데서 시작해, 그 여자를 다시 소설 밖의 한 사람으로 바라보게 되는 이야기다.

7. [결론]

이전 작품에서 일상적인 ‘빨래’ 하나로 기억에 남는 장면을 만들어냈다면, 이번에는 손과 문, 닫힌 방과 온기 같은 이미지들이 서은의 불안과 변화에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거창한 상징을 앞세우기보다 이야기 속에 놓인 작은 사물과 행동을 반복하며 인물의 감정을 쌓아가는 방식은 이 작가가 가진 분명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인물의 감정을 세밀하게 따라가는 이야기는 자칫 호흡이 느려질 수도 있는데, “옆집 여자”에서는 여기에 스릴러의 긴장을 더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균형을 시도한다. 정서적인 장면과 장르적 긴장을 한 작품 안에서 함께 작동시키려 했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잘 설계된 작품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로맨스와 스릴러가 서로 따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두 장르는 결국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라는 하나의 축에서 만난다. 장르의 변화는 곧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는 방식의 변화이기도 하다.
시선의 변화로 스릴러와 로맨스를 연결하고, 그 사이를 여러 상징과 장치로 촘촘히 메운 인상적인 로맨스릴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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