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살인자의 든든한 한 끼>여서 <한니발> 같은 종류의 소설인가? 했는데 그보단 영화 <세븐>에 더 가까운 작품이더군요.
기분 좋은 배신감이었습니다.
비평이 아닌 감상 리뷰는 오랜만에 써보는 만큼, 편하게 느낀 점 위주로 작성하겠습니다.
1. 식탁 위에 남은 것은 무엇인가
이 작품은 주인공 형사가 살인자를 체포하면서 시작되는데요.
이 살인자, 보통 평범한 살인자가 아닙니다.
살인 현장에서 느긋하게 식사를 마친 뒤 뒷정리까지 하고 유유히 사라지는 살인자입니다.
텅 빈 그릇들에 남겨진 것은 물론 자신을 쫓는 경찰들을 향한 조롱내지 기만이겠지만,
저는 조금 다른 해석도 해보았는데요.
저는 살인자의 식탁에 남은 것이 공허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식사의 정의를 다시 살펴봐야 합니다. 식사는 살기 위한 생존 수단이기도 하지만,
‘허기’라는 결핍 상태를 채워주는 충족 행위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살인자에게 존재하는 결핍이란 무엇일까요.
작중 묘사되는 것은 없기에 저는 두 가지 가능성을 떠올렸습니다.
(1)단순 허기. 살인을 하며 소모된 에너지.
(2)채울 수 없는 공허함. 공권력도 멈추지 못하는 자기 자신의 정상성 결핍으로 인한 고독. 살인이라는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스스로에 대한 자학.
두 가지 해석 모두 적용 가능하기에 작가님께서 일부러 여백을 남겨두고 쓰셨나 싶었습니다.
2. 완벽한 범인
살인자는 기적적으로 체포되지만, 체포된 후에도 계속해서 형사를 뒤흔듭니다.
자신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또 다른 희생자가 생긴다고 말이죠.
여기서 형사의 고뇌와 속마음이 현실적으로 묘사되어 이입하기 좋았습니다.
다만 살인자가 워낙 철두철미하여 형사는 계속 패배하는 입장이라, 중간중간 몰입도나 긴장 밀도를 높일 수 있는 장면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형사와 살인자의 심문 장면이 살인자의 묵비권 행사로 지나간 건 상당히 아쉽네요.
어떤 의미에선 현실적이긴 하나, 여긴 소설이잖아요? 더구나 범인은 형사와 결판을 지으려고 작정한 상태입니다.
더 영화적인 연출이 있었어도 괜찮았을 것 같습니다.
70매라는 분량 내내 안정적인 재미가 따라오지만, 범인이 지나치게 기능적으로 활용된 거 아닌가 하는 인상도 듭니다.
3. 그 살인자가 미식가가 된 이유
이건 개인적 호기심입니다만.
특수강도죄 혐의로 붙잡혔었던 범인이 어쩌다 느긋한 한 끼를 즐기는 성향으로 변했는지가 궁금하네요.
상대가 불구가 될 때까지 두들겨 팬다는 다소 무식하고(?) 폭력적인 수법을 쓰던 범인이,
어쩌다 우아한 한 끼를 즐기는 미식가가 된 걸까요?
연쇄살인의 경우 살인자는 저마다의 규칙성을 가지고 있기 마련인데,
이 살인자의 경우 완전히 다른 범죄 수법으로 살아가다 새로운 규칙을 만든 케이스라 현실적 시선으로 보아도 흥미로운 케이스입니다.
역시 형사와의 그 일이 계기가 된 걸까요?
범인의 식성이나 습관 같은, 좀 더 상세한 설정이 풀렸어도 좋았겠다 싶네요.
전체적으로 한줄평을 하자면 ‘안정적 재미를 갖춘 수사 스릴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재미있는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작품도 기대하겠다는 말씀 올리며 물러가겠습니다.
감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