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물과 한국 토속신앙을 결합한 독특한 전개와 청소년기 첫사랑의 감성이 절묘하게 믹스된 작품
그레이 드비 작가님이 자유게시판에 올리신 글 보고 후다닥 읽었습니다. 작가님께서 이 작품을 투고를 염두하고서, 많은 분들의 다양한 의견을 구하신다고 하여 소감 몇 자 남겨봅니다.
우선, 이 소설 재미있습니다. 흡인력도 있구요. 서사도 독특합니다.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이라는 소재야 수많은 흡혈귀 영화들과 트와일라잇 시리즈에서 익히 다뤄져서 익숙하지만 이 소설의 배경이 한국의 경상도의 어느 마을이라는 점(구수하고 실감나는 사투리), 그리고 뱀파이어 사냥꾼 그룹이라는 설정, 또 한국 샤머니즘 공포영화 곡성에 나오는 토속신(정확히 어떤 신인지 나오지 않지만)을 연상케 하는 존재들도 등장합니다. 작품 전반에 흐르는 감성의 주축은 초등학생 소년과 외국인 전학생 소녀 사이의 풋풋하고 애틋한 로맨스입니다. 그렇습니다. 이 소설에는 분명 청소년기에만 느낄 수 있는 풋풋한 첫사랑의 감성이 담뿍 담겨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읽으면서 느낀 점 몇가지 말씀드릴게요. 개인적인 의견이니 퇴고하실 때 참고만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1. 제목 변경 : 앞서 다른 리뷰어께서도 지적하셨듯이 제목을 바꿔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제목이 이상하다거나 잘못되었다는 의미는 아니고, 너무 평범해서 호기심을 끌지 못하는 게 문제입니다. 특히 이 소설의 독자층을 10대 독자를 주력으로 염두하신다면 말이죠. 다만 현재 제목은 이 소설이 가진 숨은 매력을 제목에서 노출시키고 반감시키는 느낌입니다.
2. 문장 변주 : 문장들은 대체로 좋습니다. 다만 이 소설이 로맨스의 감성을 담았다고는 하나, 기본적으로 뱀파이어라는 호러 소재가 주축이므로 코믹한 부분, 액션 씬 혹은 공포 씬 등에서 호흡을 조금 더 씬에 맞게 변주해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3. 여주 캐릭터 보강 : 현재로서는 남주에 비해 여주 캐릭터가 조금 약하게 느껴집니다. 어느 정도 조형되어 있으나, 여주에 대한 캐릭터를 더 명확하게 부각시키고, 독자가 에밀리아를 사랑하도록 디테일과 에피소드를 조금 더 넣어서 그녀의 미세한 심리 변화와 매력을 강화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4. 후반부 과거 에피소드 위치 : 여주 에밀리아의 부모들이 뱀파이어 할머니와 만나는 에피소드는 반드시 필요하고 내용도 알찹니다만, 후반부 끝에 등장해서 길게 이어집니다. 여기서 흐름이 살짝 끊기더군요. 통상 소설의 후반부는 서사의 긴장이 휘몰아치면서 독자들의 몰입도 역시 클라이맥스로 치닫는데, 거기서 과거 이야기가 길게 들어가버린 게 아쉬웠습니다. 물론 이 에피소드가 초반에 나올 필요는 없겠죠. 이 외국인 뱀파이어 가족이 전원 뱀파이어인지, 일부는 인간인지도 독자는 알지 못하는 상황이니까요. 그러나 이야기가 어느 정도 흘러간 이후에 이 에피소드를 넣고, 독자들이 어느 정도 가족의 히스토리를 이해한 후에 여주와 남주의 캐릭터를 조금 더 풍성하게 하는 자잘한 일상 에피소드를 추가해 넣으면 후반부의 ‘라두’ 등장의 복선도 되고, 캐릭터도 보강이 될 것 같습니다.
끝에 은우는 결국 라두에게 죽은건가? 하면서 허탈했는데, 에필로그에서 고등학생 은우 앞에 다시 전학생으로 돌아온 에밀리아를 보고서 박수를 쳤습니다. 마치 로맨스 영화의 엔딩 같은 아름다운 장면이었습니다.
한국형 뱀파이어 판타지 속에 녹아든, 한 소년과 외국인 소녀의 애틋하고 풋풋한 로맨스를 보면서 즐겁고 흐뭇한 시간이었습니다. 작가님의 건필을 기원하며 이만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