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소재, 치밀한 묘사, 아쉬운 서사 공모(비평)

대상작품: [신들의 농장 : 반란] (작가: 은율e, 작품정보)
리뷰어: 한결스러운, 2시간 전, 조회 9

리뷰를 시작하기에 앞서, 전 일개 아마추어 작가임을 밝힘니다. 리뷰글을 써보는 것도 처음이지요.

그럼에도 이번에 리뷰를 작성하는 이유는, 작가님께서 본인의 작품에 정말로 큰 애착을 가지시고 계시는 게 느껴져서입니다. 거기에, 저 역시 독자 님들이 더 많이 읽어주시길 원하는 작품을 가진 작가라는 동질감도 한몫 합니다.

저는 이 작품을 15화, 작가님이 세계관 소개라고 명시하신 부분까지 읽고 리뷰를 쓰고 있습니다. 그 외에, 작가님이 자유게시판에 올리신 AI감평도 읽어보았다는 사실을 밝힙니다.

서론은 이쯤하고, 리뷰를 시작하겠습니다.

 

1. 흥미로운 설정과 세계관

이 작품에서는 인간 세계의 신이나 위인들이 죽은 자들의 영혼을 착취해서 세계를 유지하는 에너지로 삼는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빛혼이라고 불리는 인간의 영혼을 소각해서 에너지를 추출하는 것이죠.

이 세계관에서, 인류는 그저 세계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가축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이런 세계에서 식물인간이 되어버린 주인공의 옆에 인류사의 전설적인 명장인 수부타이가 나타납니다. 수부타이는 처음엔 그저 주위의 빛혼을 흡수하는 능력을 갖춘 주인공을 배터리(?)로 써먹기 위해 찾아온 겁니다. 하지만, 수부타이에게서 이 세계의 진실을 깨달은 주인공의 제안을 통해서, 신들과 이 세계의 질서를 향한 반란을 시작하게 됩니다.

상당히 흥미로우며, 앞으로의 전개가 기대되는 설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수부타이가 과연 어떤 작전과 계획으로 반란을 성공시키는지 보고 싶을 정도입니다.

2. 치밀한 묘사

작가님의 작품에서 등장하는 각 장면의 묘사 역시 훌륭합니다.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어버린 주인공이 느끼는 고통과 공포, 몽골군이 유럽의 군대를 상대로 펼치는 전략이나 학살의 공포, 어느 노예선에서 이루어진 소년과 소녀의 필사적인 탈출과 로맨스, 십자가 밟기라는 역사 속에서 일어난 종교인들의 비극, 이 모든 과정에서 사망한 사람들의 영혼을 착취하는 천사들의 잔혹함 등등이 상당히 세련되게 묘사됩니다.

작가님의 묘사에는 흠 잡을 부분이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의 또다른 강점이라고 표현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작가님의 작품에는 매력적인 요소가 정말 다양합니다. 하지만… 뒤에서 말씀드릴 단점이 그 매력을 반감시킨다고 생각합니다.

3. 아쉬운 서사

각각의 장면은 흥미로운데다가 묘사도 뛰어납니다. 그러나, 각 장면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따로따로 논다는 느낌이 듭니다.

예시를 들자면, 이 소설의 도입부는 교통사고를 당한 주인공의 시점에서 시작합니다. 제가 이 작품을 처음 읽을 당시에는, ‘아. 앞으로 주인공이 이세계로 가거나 다른 인물, 수부타이 등에 빙의하겠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 다음 장면으로 유럽을 유린하는 몽골군의 이야기를 3인칭 시점에서 풀어나갑니다. 이 부분부터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니, 주인공은 대체 어디로 간 거지? 설마 이 장면에서 나오는 수부타이가 주인공인 것인가? 아니면 불쌍하게 죽고 만 소년이 주인공인 것인가?’

그런데, 몽골군의 이야기가 끝난 다음에 나오는 장면은 병실에 무력하게 누워있는 주인공의 모습입니다. 즉, 주인공은 전생이나 회귀를 한 게 아니라 그저 식물인간이 된 것이었죠. 여기서 또 다른 의문이 듭니다. ‘방금 전에 본 몽골군 이야기는 대체 무엇이지?’

의문은 끝없이 이어집니다. 다음 장면으로 노예선에서 탈출하곤 비극적으로 죽게 된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가 나오거든요. 물론 몽골군 이야기에서도 나오는 소년과 소녀와 동일 인물이라는 건 ‘추측’할 수 있었지만, ‘그래서 이 이야기에서 말하고자 하는 건 무엇인가?’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제 의문은 약 10화까지 읽은 다음에야 해소되었습니다. 수부타이가 주인공에게 아주 오래전부터 너를 지켜봐 왔으며, 네가 죽을 때마다 너의 영혼을 새롭게 전생시켜주었다고 설명하는 부분이죠.

정리하면, 수부타이는 맨 처음으로 몽골군이 유럽을 정벌할 때 주인공 소년과 처음 만나게 되었으며, 그때 본 빛혼을 흡수하는 주인공의 능력을 눈여겨 보아서 주인공을 수백년 동안 지켜본 것이죠.

물론, 지금까지 등장한 ‘지’라는 소녀는 대체 누구인가? 혹시 지금의 아내인 지혜인가? 아니면 어렸을 때 보았다던 첫사랑인가? 라는 의문은 여전히 남았지만, 일단 넘어가겠습니다.

이 작품의 주요 서사는 신들의 가축이 되어버린 인류, 그리고 이런 세상을 상대로 반란을 일으키는 주인공 및 수부타이입니다. 몽골군 이야기나 십자가 밟기 장면들은 세계관을 설명하는 보조 서사이고요.

그런데, 작가님의 작품 속 저 주요 서사가 제대로 확립되는 건 15화 가까이 되어서입니다. 저 제법 많은 화에서 여러가지 보조서사가 상당한 분량으로, 그것도 느닷없이 등장하다보니 작가님의 작품을 읽는 독자님들이 혼란을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각각의 장면들은 분명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하나의 줄거리로 연결되지 못하고 따로 논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각각의 장면은 세계관 설명이나 주인공의 능력 묘사, 혹은 등장인물의 과거 등등을 보여준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들을 독자님들에게 보여주는 순서가 잘못되었다고 느낍니다.

만약 제가 이 이야기를 쓴다면, 이런 순서로 초반부 서사를 진행시킬 것 같습니다.

교통사고를 당한 주인공과 그를 찾아온 수부타이 – 수부타이가 주인공을 찾아온 목적 설명 – 수부타이를 부정하는 주인공에게 ‘너를 수백년동안 지켜봤다’는 진실 제시 – 못믿는 주인공에게 각각의 전생의 이야기(몽골군 이야기나 십자가 밟기 등)를 눈 앞에 보여줌. – 세계의 진실을 알게 된 주인공이 수부타이에게 역으로 제안.

이게 정답이라고는 말씀드리지 못하겠지만, 이러면 독자님들이 작가님의 이야기를 좀 더 이해하고 몰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님이 댓글에서 언급하신 ‘지루한 도입부’ 문제도 해결될 것 같고요.

개인적으로, 이야기의 시작부터 독자님들을 붙잡지 못한다면 아무리 그 뒤의 이야기가 흥미롭더라고 하더라도 독자님들께 보여드리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밖에, 주인공의 전생에 대한 이야기가 3인칭 시점에서 서술되는데, 차라리 1인칭 시점으로 변화시켜서 서술하는 건 어떠실지 조심스럽게 제안해봅니다. 이러면 ‘아, 이 장면이 주인공의 전생을 이야기하는 거구나!’ 라는 걸 독자님들께 자연스럽게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각 장면의 배치도 다시금 생각해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15화까지 ‘지’ 라는 인물은 주요 서사에서 제대로 등장을 못했는데, 느닷없이 천수관음과 지의 이야기를 보여드리는 건 미스라고 생각합니다. 그 장면이 아무리 흥미롭더라도 말이죠.

4. 총평

작가님의 이야기는 분명한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세계관과 세련된 묘사 말이죠. 개인적으로 계속해서 읽어볼 생각입니다. 15화 이후까지요.

그러나, 작가님이 더 많은 독자님들께 이 이야기를 몰입시키고 싶으시다면, 도입부 부분의 서사를 좀 더 다듬으시는게 어떨까 생각합니다. 가능하시다면, 내용을 좀 더 압축해서 15화보다 더 적은 화수로 보여드리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작가님께서 이 이야기를 끝까지 쓰시길 응원하고 싶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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