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립 마법사 협회 사고 보고서: 일일 권장 독해량은 1회차입니다 비평

대상작품: 왕립 마법사 협회 사고 보고서 (작가: 노르바, 작품정보)
리뷰어: 창궁, 1시간 전, 조회 12

누군가가 제게 이 소설이 어떤 이야기냐고 묻는다면, 저는 아마 이렇게 답할 겁니다.

어리석음의 종류는 다양한데, 그걸 다루는 방식이 똑같은 이야기

라고요.

 

일단 한 가지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겠습니다. 리뷰 부제에 적어둔 것처럼, 본 작품은 권장 독해량이 있습니다. 1일 최대 1회차요. 하루에 몇 회차씩 뭉텅이로 읽으면서 느꼈습니다. 몰아서 읽으면 재미가 반감되는 쪽에 가깝더라고요. 그러니 제 리뷰는 어느 정도 박한 평가이기도 합니다. 작품의 재미를 최대로 느낄 수 있는 방식으로 읽지 않았으니까요.(그리고 그런 방식이 있고, 실행할 수 있음에도 그러지 않았던 만큼 본 리뷰의 평가를 얼만큼 신뢰할지는 개별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겠습니다)

본 작품은 왕립 마법사 협회의 매뉴얼과 부칙들을 소개하고 그것들이 왜 세워졌는지 각 사례와 일화들을 소개하는 구성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일종의 사례집인 셈이죠. 그리고 사실상 그게 전부입니다. 서사나 흐름이 있다기보다는 아주 약간의 레귤러 캐릭터가 있고 아주 약간의 각 에피소드 간의 연결점이 있는, 일종의 엽편 모음집이라고 봐도 될 듯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 작품의 포인트는 에피소드들이 모여서 만드는 거대한 통일성이나 서사, 반전보다는, 각 에피소드가 풀어내는 ‘판타지의 재해석’과 작가의 발상에 집중하는 것이 맞습니다. 33회차에 걸쳐 판타지의 각종 마법에 대한 작가만의 고유한 해석을 매뉴얼과 부칙의 이름 아래에 풀어낸 것이죠. 또한 사고 보고서라는 정체성을 공유하는 만큼 통일감도 제법 있는 편입니다.

그 통일감이 다소 문제적인 통일감이지만요.

서술 스타일 얘기를 조금 해봅시다. 노르바 작가님의 서술은 간단히 말하자면 tell, don’t show에 가깝습니다.

어떤 장면을 다룸에 있어서 일반적인 접근은 그 장면을 독자가 재구성이 가능한 감각 정보를 보여주는(show) 방식입니다. 즉, 가치 판단이 절제돼 있을 수록 보여주기에 가깝고, 반대로 해당 장면에 대해 이러저러한 것이다, 그러한 것이다, 같이 서술자가 가치 판단을 내려주면 그것은 독자에게 설명되는(tell) 방식입니다. 다만 일반적인 접근이라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게 아니고, 반대로 일반적이지 않다고 해서 무조건 나쁜 건 아닙니다. 기술의 숙달 문제일 따름이죠.

본 작품은 핵심적인 장면, 매뉴얼 괴담으로서 공포라든지, 어떠한 중요한 사실이나 감정을 전달함에 있어서 보여주기보다는 설명하는 방식을 채택합니다. 정의를 내릴 근거를 던지는 것이 아닌, 정의를 내리는 것이죠. 다만 여기서 이제 작가님의 고유한 서술 스타일이 나오게 됩니다. 핵심을 피해서 더듬는 설명이 바로 그것입니다.

본 작품의 사고 사례, 어떠한 진상, 공포의 지점은 명확하기도 하고, 불명확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본 작품은 확정 지어서 서술하지 않습니다. 설명하고, 정의를 내리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그 주변부에서 그치고 맙니다. 핵심이 되는 부분에 대해선 작중에서 대놓고 회피하는 모습이 다뤄지는 만큼 어느 정도 작가님께서 의도하신 지점으로 읽힙니다.

그리고 이러한 서술 스타일이 33화 내내 반복됩니다. 한 번의 변주 없이 끝까지요. 이걸 하루에 몇 회차씩 몰아 읽은 입장에선…… 네, 아무래도 패턴으로 인식되고, 패턴으로 인식되는 만큼 개성을 인식하기 힘들어지고, 그건 다시 말해서 변주가 말 그대로 이름과 단어만 갈아 끼운 컨베이어 벨트 공정처럼 보이기도 한다는 것이죠.

본 작품의 사고 사례는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어리석음” “우연이 일으킨 사고” “알 수 없음” 그리고 저는 이 셋이 전달하는 공포, 충격, 혹은 그 어떤 감정이든 간에 전달 방식에 있어서 차이가 있어야 하지 않나…라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본 작품의 서술 스타일이 제일 어울리는 건 “알 수 없음”의 사례 하나 뿐이고, 나머지는…… 조금 더 명확히 짚어줘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히 “인간의 어리석음” 같은 경우는 너도 알고 나도 아는데 굳이 에둘러서 표현한다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처음 접했을 때, 그러니까 단검 사고를 접했을 때야 설명하면서도 상상을 유도해내는 것으로 받아들여 좋게 여겼었지만, 그런 방식이 각기 다른 사고에도 똑같이 적용되니 역설적으로 ‘차라리 이럴 거면 명확히 할 수 있는 건 명확히 하는 편이 더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더군요.

분량이 30매가 넘어가는 회차들은 특히 이런 ‘에두른 서술’이 반복적으로 나오니 회차 자체의 피로도도 종종 유발되었습니다. 설명은 한 번으로 족하니, 그 한 번에 무게감을 두는 편이 좀 더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반복적인 설명을 살리려면 점층, 증강, 혹은 변주 등이 들어가야 하는데, 여기선 반복만 이뤄지니까요.

설명하는 기법 자체에 대해서는 서술의 중심을 차지하는 만큼 작가님께서도 알고 계시고, 어느 정도 다룰 줄 아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설명 자체가 너무 어색하다거나 노골적이라는 얘기는 아니에요. 지나치게 일변도인 서술 스타일이 본 작품의 다양한 흥미를 한 가지 방식으로 압착시킨다는 것이죠. 좀 더 다양하게 살릴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어쩌면 지나치게 매뉴얼 괴담에 묶인 걸 수도 있고요. 나폴리탄 괴담과 매뉴얼 괴담과 엮어서 얘기해볼 수 있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런 류의 작품으로는 잘 읽히지 않았습니다. 일단 나폴리탄 괴담은 설명을 오히려 절대적으로 기피하고 철저하게 보여줘야 하는 장르기도 하고(이는 주변부에 대한 설명 역시 마찬가지로 유도가 노골적일수록 나폴리탄 괴담으로서의 공포는 옅어집니다), 공포로서의 강도도 상당히 가볍다고 생각했거든요. 뭐랄까, 형식미만 차용한 경계선 어드메쯤?

다양한 흥미의 가능성이 엿보였기에 안타깝다고 느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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