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지, 원하지 않는 지 조차 알 수 없는 아이러니 (1~30+2, 완) 공모(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Broken Flower (작가: 류호성, 작품정보)
리뷰어: 쎄씨, 17년 9월, 조회 285

이 소설은 치유 소설로 보기엔 정말 무리가 있습니다. 읽으면서 너무 많이 정신적으로 힘들었네요.

 

전쟁, 후유증, 창관, 장애, 살해, 폭언, 폭행, 강간, 인신매매

 

이 소설을 이루는 키워드는 솔직히 많이 괴로운 키워드이고, 많이 민감한 키워드입니다. 그런 만큼 등장인물들 역시 상당히 예민하고 복잡한 사람들이 등장하네요.

그도 그녀도 정상인 사람은 아닙니다. 너무 많은 부분이 결여되어있어서 솔직히 미친 놈들이라고 말해버리고 싶어요.

그들은 자신의 불행을 남들이 판단하고, 또 가엽게 여기는걸 거부합니다.

솔직히 불행자랑하는 느낌이에요. 만약 완전히 불행한 것 자체를 보여주기 싫다고 한다면, 남들에게 전부 다 맞춰주면서 싱글 생글 남 기분 좋으라고 웃거나 해야죠. 그런 식으로 아예 티 자체를 내지 말아야지…

이미 7년이 지나고 변한 자신을 받아들이라고 하면서 계속 자신의 아픔을 끄집어 내서 보여주는데, 대개 자신의 괴로움을 보여주는건 정말 힘들어서 들어주기를 원하거나, 혹은 도와주면 좋겠다. 등등이거든요.

어찌되었건 아픈 걸 좀 가라앉히고 싶은 목적이 큰데요. 이 두 명은 전혀 아니네요.

 

그들이 원하는건 자신의 상처와 아픔을 보이면서 타인이 상처받기를 원하는거에요. 이런식으로 자신의 결핍을 이용하여 다른 것을 원하는 경우가 더 답이 없는거죠. 그리고 그런 애들이 서로 상처주고 있으니 너무 괴롭더라고요.

또 일부러 상처 혹은 배척받는 상황에서 가만히 있는 경우도 있어요. 그런게 더 낫게 여겨지는 경우도 분명 있거든요.

아마 그들이 그렇지 않았을까 싶어요.

 

 

 

솔직히 말해서, ‘나’와 ‘그녀’처럼 행동한다면 소문나서 손가락질 당할 상황이 생길 수 밖에 없어요.

먼저 ‘나’는 가끔 다른 사람들의 울타리를 고쳐준다든지의 일을 했다고 하지만, 솔직히 그 외에 사교적인 활동을 한 것으로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그녀’가 나 다니기 싫어했다는 문제가 있지만, 그것과 별개로 이웃과의 교류는 드물었죠.

남들에게는 ‘가끔 도와주는 잘 모르는 사람’ 이게 다였을 겁니다. 물론 도와주기는 하니까 어느정도의 호감은 있었겠지만 잘 모른다는 것은 사람을 불안하게 하는 요소가 됩니다.

그리고 그들의 성격상 교류하면서 자신이 이런 사람이라고 어필 할 생각도 없었겠죠.

이런 상황에서 ‘그녀’가 욕설을 하면서 창관에서 자기를 사와서 인형놀이 한다고 소리질러대 봐요. 또 정당방위었을지언정 너무 침착하게 행동해봐요. 그리고 그 이후로도 아마 적극적으로 이웃들과 교류할 의지도 없었을거에요.

 

또한 그들은 솔직히 말해서 남들의 호의를 그리 원하진 않았을 겁니다. 그냥 살아갈때 필요한 최소한. 딱 그정도였기때문에 마을에서 고립되고 배척받게 된거죠.

‘나’와 ‘그녀’의 관계도 별 차이가 없다고 봐요. 그녀는 별로 그 상황을 타개할 생각이 없습니다. 아프면 아픈거고 아니면 아닌거지… 애초에 아무것도 원하지 않을거에요. 그리고 그도 마찬가지 입니다. 물론 그녀를 원하고 사랑하긴 하겠지만 그게 전부일 거에요. 그냥 그 이상을 원하지 않아요.

 

 

 

정말 어렵더라고요. 그냥 상황이 자신에겐 최악인 걸 알아도 딱히 움직인다거나 개척하려거나 그런걸 원하진 않고 생각자체를 안하는게 낫다 싶은 상황같은거, 실은 저도 저런 경우 많이 있어봐서요.

사람의 마음이 어렵죠. 나는 분명 이쪽으로 가야하는걸 알고 있는데 그래도 그게 너무 싫은거고… 오히려 움직여봐야 뭐하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는 거죠.

답이 정해져 있질 않아서 어렵습니다.

 

그런 탓에 이 소설은 로맨스 란에 있는 데 저는 로맨스로 전혀 읽히지 않았어요. 물론 로맨스로 읽으려면 충분히 읽을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녀가 그를 사랑하지는 못했다고 봐요.

타이밍이란게 있어요. 물론 그녀는 그가 구해주길 바란 적이 있었겠죠. 하지만 그래서요? 이미 너무 늦었고 과거는 과거에요. 감정이 아예 없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그렇다고 앞으로 나아갈 생각은 없는 그런 상황.

이 두 사람의 관계가 딱 그렇게 보였어요.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나가라고 힘을 북돋아 주거나, 대신 안타까워 해주는게 과연 정말 옳은 일인가요? 타이밍이 너무 늦었는데요.

 

 

 

어려운 소설이에요. 많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

이 소설이 꽉잡힌 메시지나 전달하고 싶었던 것들이 있었다면 저는 리뷰를 쓰기 쉬웠을거에요. 혹은 장르가 확실한 전쟁소설, 그중에서 반전 소설이면 더욱 쉬웠겠지요.

하지만 작가의 마지막 글에서 보이다시피 굳이 그런걸 규명하지 않았고, 독자의 생각으로 두셨습니다.

그 이유는 사람의 선택에 답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같은 이유로 제 생각과 리뷰와 하나하나의 행동들 역시 답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건 누구든 마찬가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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