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 아무렇지도 않게 밤 늦은 시간 위성을 통해 외국에서 벌어지는 스포츠경기를 ‘생생’라이브로
언제나 만날 수 있는 시절이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위성을 통해서 외국 현지의 경기를 보기 위해서는
여러모로 위성상태가 고르지 못하다는 방송국 관계자의 말을 수시로 듣곤 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런
경우가 허다하지만 그때는 중간중간 끊기는 경우도 많았죠, 아무래도 시간과 공간의 간격이 있는 지역간
연결을 하다보니 그런 오류가 발생하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사는 지구만 하더라도
내가 살고 있는 동아시아의 끝은 지구에서 가장 시간이 먼저 다가오는 곳이죠, 그리고 시간은 서쪽으로
갈수록 조금씩 뒤로 회귀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보는 주말 축구경기에서 그들은 나보다 하
루를 덜 살고 있는 시간대에서 저와 만나는건가요, 전 그들보다 하루를 더 살고 있는 시차의 연속성에서
우린 마주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군요, 시간의 개념 자체가 인간이 부여한 일종의 사회적
약속이라면 굳이 시간의 영역을 결정할 필요는 없겠지만 일단 우린 시간이라는 근원적인 흐름에 대해서
나름의 기준을 두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죠, 일종의 탄생과 성장과 소멸에 대한 기준을 인간의 이성적 원
칙에 따라 정해놓은 것일겁니다.. 그러니 지구내에서도 이러한 시간의 간격을 존재한다고 봐야겠지요,
외국으로 나갈 일이 거의 없는 서민의 입장에서 시차라는게 뭔 의미가 있는 지 이성적 육체적 판단이 서지
않긴 하지만 그래도 시차에 대해서는 물리학적 관점이 아닌 일반학적 관점으로다가 대강 이해는 하고 있
습니다.. 이런 시차의 개념을 중심으로 여러 SF과학소설이나 미래를 다룬 영화에서 타임머신의 영역등이
우리의 머리속에 이미지화되어 있는 것이죠, 얼마전 인터스텔라라는 영화를 통해서도 이런 시차로 인한
시간의 영역에 대해 초등학교 6학년인 딸아이의 논리를 토대로 나름 알아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라는 아주 작은 소행성의 공간에서도 시간적 틈이 발생하는데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지구 밖의 우주의 시간의 틈은 얼마나 될까하는 생각을 언젠가 천문대를 방문했을때 과학자가 한 말이
떠오릅니다.. 우리가 지금 이순간 밤하늘에서 바라보는 수많은 별들의 빛은 단순한 인간의 시간으로는 가
늠할 수 없는 빛의 시간속에서 우리에게 전달되는 것이라는 것이죠, 인간이 기준을 삼는 일반적인 시간의
개념으로 수천년, 수만년, 수억년의 시간동안 우주의 공간을 날아온 별빛이 우리에게 보여진다는 것이죠,
우린 지금 이순간 지구의 나이보다 오래된, 이제는 존재하지 않을 지도 모를 별의 존재를 억만겁의 시간이
지난후에 바라보고 있는 것이죠,
이번에 읽은 소설 역시 이러한 시간의 영역을 다룬 타임머신과 미래세상의 공간적 시간여행이나 우주비행
이 가능한 시점을 상상하며 그려진 단편소설입니다..한 남자가 시간의 미로속에서 갇혀있다가 다시금 지구
의 궤도로 진입한 상황인 듯 합니다.. 그를 발견한 선장이 비행사에게 담배를 건네며 그동안 그가 갇혔던
우주의 중력권에서 기준시보다 더 많은 시간이 흐른 시점에 지구로 탈출한 상태인거죠, 그가 있었던 중력
권에서는 얼마되지않은 시간이 지구로 귀환하며 탈출한 시점에서는 거의 9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버린 것
입니다.. 여하튼 주혜경이라 불리우는 공군 대위는 기적적으로 구출되어 다시금 삶을 되찾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도착과 동시에 그는 일계급 진급을 하게 됩니다.. 그는 거의 유일하게 우주비행에서 살아돌아
온 비행사였던 것이죠, 하지만 그는 자신의 아이들과 가족이 자신보다 더 오랜세월동안 살아온 사실에 대한
비애와 함께 현재 자신의 삶에 대한 허탈함이 앞서 더이상 군에서의 삶을 선택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리고 우주 방사능에 노출되어 계속적인 몸의 불편함을 겪는 그로서는 더이상의 우주비행은 거부하게 됩
니다만 그를 담당하는 수사관은 그가 없는 동안 그의 급여는 가족들에게 꾸준히 전달되었고 현재 그가 우
주비행을 하기전 자신이 군인으로서 서명한 서류들과 함께 만약 그가 군으로 돌아가지 않게 되면 발생하게
될 문제를 설명합니다.. 방사능에 피폭된 과거의 군인에게 집착하는 정부의 협박은 과연 무엇 때문일까요,
세상이 변해버린 곳에서 힘겹게 자신조차 제대로 지켜낼 수 없을 것 같은 조종사에게 이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기에 그를 그냥 내버려두지 않는 걸까요,
이야기의 흐름은 주인공이 겪은 임무의 어려움이 지난 시점부터 이루어집니다.. 그에게 주어진 임무의 과거
는 이 소설속에 제대로 등장하진 않지만 그가 겪은 후유증은 너무나도 자세하게 등장하죠, 그리고 그에게
허락된 미래의 삶에 대한 운명적 굴레를 우린 바라보게 됩니다.. 그가 스스로 택할 수없는 삶의 운명인거죠,
과학은 진보하고 세상은 보다 편리한 인간적 이기들을 만들어내는 시대가 되었지만 여전히 인간의 내면과
대다수의 인류의 삶은 지금이나 미래의 수백년이 지난 시점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여전히 미래에서도 한 인간의 자유와 권리를 여러가지 이유로 볼모로 잡고 억압하고 회유하고 조정하곤 있습
니다.. 진절머리날 정도의 억압적 회유가 이 소설에서도 등장합니다.. 어떻게보면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가
족에게서 잊혀진 인물이기에 결국 돌아온 세상속에서 다시금 외로움과 상실의 허탈함이 자신을 짓누르고 이
런 한 개인의 아픔을 이용해 대의를 위해 작은 희생으로 설득하는 정부의 빌어먹을 행우지가 짜증스러운거죠,
뭐랄까요, 딱히 새로울것은 없어보이는 이야기지만 그 내면에 그려내는 현실적 이야기에 우린 집중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대의고 나발이고 그냥 한 인간의 개인적 삶에 대한 그가 선택할 수 밖에 없는 단 하나의 결론
에 우린 공감하는 것이죠, 미래라는 배경이긴 하지만 뭐 딱히 이질적인 느낌이 들진 않았습니다..
재미있네요, 미래의 삶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듯한 후반부의 책임적 임무에 대한 상황적 의도도 충분히
즐거웠구요, 무엇보다 주혜경이라는 인물에게서 보여지는 심리적 불안감과 현실적 허탈감을 담배라는 매개로
표현해내는 문장도 개인적으로는 요즘 부쩍 끊었던 담배를 다시 태우고 싶은 욕망이 불끈 쏫아나는 저로서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왜 8년이나 지난 금연의 후유증이 지금 다시 불붙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순 없지만
여하튼 기적적으로 돌아온 한 남자의 삶에 대한 주변의 반응과 그의 모습이 저로서는 많은 흥미를 주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일부 밋밋하게 흘러가는 느낌과 함께 인식적으로도 크게 남지 않는 안타까움은 조
금 아쉬움이 남구요, 후반부에서 벌어지는 상황적 이야기에 그에게 주어진 일반론적 흐름보다 약간은 드라마틱
한 가족의 이면에 대해 구체적으로 그려주셨더라면, 그리고 그의 선택에 대해 훅하니 건너띄기보다는 조금 상황
적 자극을 불러주는 연결로 다듬어주셨더라면 개인적으로 마무리가 더 즐거웠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뭐, 전 전문가가 아니라서 늘 단편을 보면 더 내용을 적어주길 바라고 중편이나 장편을 보면 조금 내용을 줄여주
었으면 하는 아주 말같잖은 요구를 하곤 합니다.. 늘 말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는 누구보다 작가님께서 잘 아시리
라 여겨집니다.. 좋은 작품이었구요, 매력적인 상상으로 그려낸 미래세상의 한 단면이라서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 많이 보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건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