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스토리부터 요약하고 시작하겠습니다.
1. 스토리 요약.
암스테르담 테러로 사망한 천재 과학자 지유미는 생전 자신이 관여했던 사후 복제 프로그램과 젠테니얼의 거울상 이성질체 기술을 통해 좌우가 반전된 거울 인간으로 되살아난다.
그러나 부활한 유미는 기존 지구 생태계와 양립할 수 없는 존재다.
그녀는 일반 음식과 미생물, 공기와 환경 속에서 살아갈 수 없고, 반대로 그녀의 몸과 거울 생태계 역시 기존 세계에 위협으로 간주된다.
결국 유미는 특수 제작된 격리실 안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이방인이 된다.
남편인 화자와 딸 슬아는 유리 너머로 유미를 다시 만난다.
죽은 아내와 엄마가 돌아왔지만, 그들은 그녀를 만질 수도 함께 살 수도 없다.
유미는 격리실 내부를 거울 생물들로 이루어진 작은 생태계로 확장하며, 점차 죽음 이후의 의식, 영혼, 우주의 구조를 탐구하기 시작한다.
화자는 유미를 사랑하지만, 부활한 유미가 생각하는 바와 유미의 삶을 유지시키는데에 어려움을 겪는다.
학계, 종교계, 자연주의 단체, 정부는 거울 세균 유출 가능성과 생명 윤리 문제를 들어 유미와 젠테니얼을 공격한다.
화자는 유미를 지키기 위해 시설의 안전성과 격리 체계를 입증하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외부 세력에게 정보가 흘러 들어간다.
화자의 선의는 유미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결과적으로 유미를 노리는 테러 세력에게 치명적인 빈틈을 제공한다.
유미의 영혼 소통 실험을 돕는 도구처럼 위장된 수정구슬이 격리실로 전달된다.
그러나 그것은 특정 진동수에 반응해 파괴되도록 설계된 테러 장치였고, 내부에 숨겨진 신경독이 격리실을 덮친다.
유미는 남편이 넘긴 정보가 빌미가 된 테러로 인해 다시 한 번 죽음을 맞는다.
화자는 자신이 유미를 지키려 했기 때문에 오히려 유미를 죽음으로 몰았다는 사실을 마주한다.
유미는 다시 복제되어 지구에 남는 것을 거부하고, 자신의 세포를 우주에 보내 달라는 뜻을 남긴다.
화자는 유미의 마지막 바람에 따라 우주 탐사선에 유미의 거울 세포와 자신의 세포를 함께 실어 보낸다.
지구의 왼손잡이 생명 세계에서는 끝내 함께할 수 없었던 두 사람은,
태양계 너머 어딘가에서 오른손과 왼손이 다시 마주 잡을 가능성으로 남는다.
화자는 ‘왼손잡이 신’이 만든 이 세계를 떠나, 언젠가 다른 우주에서 싹틀지도 모를 자신과 유미의 재회를 상상하며 작별한다.
###
저는 SF를 보통 물리학의 관점에서 접했는데,
이 작품은 특이하게도 생물학으로 공상과학을 전개합니다.
자유게시판에서 작가님이 홍보한 글을 보고 작품을 읽었습니다.
독특한 소재, 다른 시각. 재밌겠다 싶어서 들어갔더니 왠걸… 이렇게 어려울 수가… (속았다!)
덕분에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이야기를 공부를 해가면서, 소설을 보게 되었습니다.
시작하자 마자 스토리를 정리한 이유는 이것입니다.
뭐가 문제라서 저렇게 전개되는 건지 생물학적 지식이 없으면 해석이 안되는데,
스토리 라인이라도 펼쳐놔야 납득이 갈테니까요.
물론 명석하신 독자 여러분들은 다 파악을 끝내셨겠지만…
저처럼 머리가 모자르면 이런 과정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2. ULTRA HARD SF – L / D 아미노산의 문제.
지구 생명체는 기본적으로
단백질: L-아미노산 DNA/RNA의 당: D-당 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반대로 거울 인간 유미는
단백질: D-아미노산 DNA/RNA의 당: L-당을 쓰는 존재로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음의 문제가 생긴다고 합니다.
1) 음식을 못 먹음
일반 음식은 L-아미노산/D-당 기반입니다.
유미의 몸은 반대 방향이므로 일반 음식을 몸의 재료로 쓰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거울 식물, 거울 고기, 거울 영양분이 필요합니다.
2) 미생물이 분해하지 못함
지구의 세균과 효소는 일반 생명체를 분해하도록 진화했습니다.
유미의 몸은 반대 구조라서 지구 미생물이 제대로 분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잘 썩지 않거나, 일반 감염병이 잘 통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소설에서는 이와는 좀 다르게, 면역기전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표현됩니다.
3) 반대로 유미도 위험한 존재가 됨
유미 안의 거울 세균이나 거울 생물은 기존 생태계가 처리하기 어렵습니다.
유출되면 분해되지 않는 오염물, 독성 물질, 생태계 교란원이 될 수 있습니다.
4) 유미는 원본과 같지만 다름
부활한 유미는 기억과 외형은 지유미와 같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몸의 분자 구조는 완전히 반대입니다.
그래서 “같은 사람인가, 거울에 비친 다른 사람인가”라는 문제가 생깁니다.
유미는 인간과 같은 원소로 이루어졌지만, 생명의 방향이 반대인 존재입니다.
그래서 지구 생태계와 서로 맞물리지 못하고, 그 차이가 작품의 과학적 갈등과 정서적 비극을 만듭니다.
3. 분석.
이 작품은 겉으로는 거울 생명, L/D 아미노산, 사후 복제, 격리실, 우주 탐사선 같은 SF 설정이 중심이지만,
실제로는 죽은 사랑하는 사람을 되찾으려는 욕망과, 되찾은 존재가 정말 같은 사람인가 하는 질문이 중심입니다.
저는 가장 큰 주제를 세 가지로 보았습니다.
1) 되살린 사람은 정말 같은 사람인가
유미는 부활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생전의 유미와 같은 기억과 외형을 가진 동시에, 분자 구조부터 반대인 거울 인간입니다.
그래서 작품은 묻습니다.
“기억이 같으면 같은 사람인가?” “몸이 다르면 다른 사람인가?” “사랑하는 사람이 돌아왔다면,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그 사람을 알아보는가?”
보통은 육체가 같지만, 영혼(혹은 기억)을 주제로 다루는데, 이 소설은 반대입니다.
복제된 기억은 같다고 말하지만, 육체는 다르다고 말합니다.
이 점이 오히려 흥미로웠습니다.
화자는 부활한 유미를 끝까지 “너”라고 부르지만, 그 “너” 안에는 계속 불안이 있습니다.
이 화자가 말하는 ‘너’라는 인칭이 작품의 핵심이라고 저는 봤습니다.
물론 ‘너’라는 말은 과거를 말하는 시점 때문이기도 하지만.
제게는 그보다 좀 더 복잡하게 느껴졌습니다.
유리벽 너머 부활한 유미를 보면서도, 멀리 어디론가 가버린 원본을 끊임없이 상기하는 모습 같았달까요,
화자가 무의식이든 의식이든 간에 이미 ‘다른 존재’라고 인지하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2) 사랑은 구원인가, 감금인가
화자는 유미를 사랑합니다.
하지만 유미는 격리실 안에서만 살아야 합니다.
가족은 유미를 지키려 하지만, 그 보호는 곧 유미를 유리벽 안에 가두는 일이 됩니다.
사회도 유미를 위험하다고 격리하고, 화자도 유미를 잃지 않기 위해 붙잡습니다.
그래서 작품은 단순히 “사랑은 아름답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살리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그 사람을 놓아주지 못해 더 고통스럽게 만듭니다.
결말에서 유미가 복제를 거부하고 우주로 가려는 것은,
사랑받는 대상이 아니라 자기 운명을 선택하는 존재가 되려는 선언에 가깝습니다.
3) 다른 존재를 인간은 받아들일 수 있는가
유미는 괴물이 아닙니다.
하지만 지구 생태계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인간 사회는 그녀를 위험물처럼 봅니다.
학계, 정부, 종교, 자연주의 단체는 각자의 언어로 유미를 규정합니다.
과학은 위험을 말합니다. 종교는 신의 질서를 말합니다.
정부는 안전과 규제를 말합니다. 사회는 공포를 말합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정작 유미가 하나의 사람일 수 있다는 사실은 자꾸 밀려납니다.
따라서 작품은 “인간이란 무엇인가”도 묻습니다.
인간의 몸을 가져야 인간인가.
지구 생명과 같은 방향이어야 인간인가.
사회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인간이 아닌가.
4. 정리.
제목 「나의 오른손과 너의 왼손을」은 이 모든 주제를 압축합니다.
오른손과 왼손은 닮았지만 겹쳐지지 않습니다.
화자와 유미도 그렇고, 생전 유미와 부활한 유미도 그렇고, 지구 생명과 거울 생명도 그렇습니다.
서로 바라볼 수는 있지만, 거울이라는 장벽을 넘어갈 수는 없습니다. 하나가 될 수는 없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만났음에도 결코 같은 자리로 돌아갈 수 없다는 작품 전체의 운명이 여기에 압축되어 있습니다.
결국 이 작품은 이렇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
사랑은 누군가를 원래대로 되돌리는 일이 아니라, 달라진 존재를 달라진 채로 인정하는 일이다.
마지막에 우주로 보내는 결말은 도피라기보다 해방에 가깝습니다.
지구라는 “왼손잡이 신”의 세계에서는 유미가 끝내 이방인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작품은 그녀를 지구의 질서 안에 억지로 끼워 넣지 않고, 다른 가능성의 세계로 보냅니다.
이 작품은 상실한 사랑을 붙잡는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끝에서는 사랑하는 존재를 자기 세계 밖으로 놓아주는 이야기처럼 보입니다.
5. 푸념.
리뷰… 솔직히 진짜 힘드네요.
베스킨X라빈스의 엄마는 외계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통한 은유, 영화. 그리고 이상의 시 거울.
단편소설 하나 안에 얼마나 많은 비유와 상징을 때려(?)박은 건지, (설계하신거라고 곱게 말하라고!)
작중에 재희라는 중요한 인물은 말도 못 꺼내고 그냥 여기까지 왔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 때문에 반쪽짜리 리뷰가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재희는 다른 분이 설명하시는 걸로 ㅋㅋㅋ)
제가 4에서 정리로 단순하게 마무리하는 이유가,
일견 단순해(?) 보이는 스토리지만 하나 하나 숨겨진 상징과 인물관계 까지 분석하면,
제가 볼때는 작품보다. 해설이 끝도 없이 더 커질 것 같기 때문입니다.
### 뭐가 그렇게 또 숨겨져 있는데?
예를 들어볼까요?
1) 우젠슝. (슝슝슝? 누구냐 넌?) => 이건 읽다가 진짜로 뭔지 모르겠어서 Ai한테 짬 때려서 분석해보니.
1950년대에 물라학자들이 우주가 좌우대칭인지, 거울에 비춘 세계도 같은 물리 법칙을 따르는지를 연구했다고 합니다.
물리학자 볼프강 파울리는 좌우 대칭이 깨진다는 생각을 믿기 어렵다며 “나는 신이 왼손잡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후 리정다오·양전닝의 제안과 우젠슝의 실험을 통해 약한 상호작용에서는 좌우 대칭, 즉 패리티가 보존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답니다.
쉽게 말하면 우주는 완전히 좌우 대칭이 아니었다는데…
패리티?
이건 또 뭐냐?…
결국, 인간의 자존심을 굽히고 Ai한테 물어봤습니다.
다음은 Ai의 답변입니다.
물리학에서 패리티, parity는 공간 좌표를 전부 반대로 뒤집는 변환입니다.
예를 들면 좌표가
x, y, z 라면 패리티 변환 후에는
-x, -y, -z 가 됩니다.
일상적으로 말하면, 오른쪽과 왼쪽이 뒤바뀐 거울 세계를 생각하면 됩니다.
핵심 질문은 이것입니다.
“현실 세계에서 일어나는 물리 현상을 거울에 비춘 것처럼 좌우 반전시켜도, 자연 법칙은 똑같이 작동하는가?”
오랫동안 과학자들은 당연히 그렇다고 생각했습니다.
중력, 전자기력, 강한 핵력에서는 대체로 좌우를 바꿔도 법칙이 똑같이 보입니다.
그런데 약한 상호작용에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약한 상호작용은 방사성 붕괴 같은 현상에 관여하는 힘입니다.
1950년대 우젠슝의 코발트-60 실험에서, 약한 상호작용은 좌우 대칭을 지키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코발트-60실험은 또 뭔데… 그만 알아볼래…)
즉 우주는 거울에 비춘 세계와 완전히 같지 않습니다.
(뭐야 너… 무서워…)
2) 작가님이 쓰신 생명과학 쪽 L형/D형 아미노산 문제는, 물리학의 패리티 문제와 직접 같은 현상은 아니지만,
‘우주는 정말 좌우대칭인가’라는 질문 아래 문학적으로 연결될 수 있어 보입니다.
(우주의 불완전성에 대한 이야기로도 넘어 갈 수 있겠네요.)
1),2) 까지 매칭을 해내신 걸 보면, 과학적 지식 뿐 아니라.
두가지 사실을 이야기에서 연결 짓는 능력까지도 매우 탁월하십니다.
6. 마무리.
결국 4에서 부랴부랴 리뷰를 공식적으로 마친 이유가 이것입니다.
이 단편 하나에 너무 많은게 들어있습니다.
물론 이 때문에 여러번 공들여 재독할 가치가 있겠지만요.
개인적인 생각에 리뷰는 리뷰어의 지식을 자랑하는 자리가 아니고,
독자와 작가 사이의 가교로 작품을 빛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분석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물론 핑계죠. 전 우쭐할 지식도 없습니다. 하하하하하!)
혹시 작품을 읽어보지 않으신 분이라면, 정말 꼭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좋은 작품입니다. 리뷰에서 말하지 않은 것들이 아직 정말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스토리는 제 취향이 아니라 별로 재미없었지만, (농담입니다. 시나리오. IP로도 가치가 분명하다고 봅니다.)
완성도만큼은 확실했습니다. “이 정도는 써야 소설을 기깔나게 썼다고 말할 수 있구나” 싶은 작품이었습니다.
문학적으로도 과학적으로도 부족함이 없고, 그 둘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어서 감탄했습니다.
이 정도의 균형을 맞추기까지 얼마나 어려운 작업이었을까 싶었습니다.
솔직히 쓰고 나서도 제가 제대로 이해한 게 맞는지 고민 중입니다.
클릭하는데 용기가 좀 필요했습니다. 무식을 자랑하는 거 같아서요.
때문에 다음에는… 조금만 쉽게 써주시면 감사할 거 같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작가님 작품을 거울로 치부해 버릴 거 같으니까요. (우주로 떠날꺼다. 아하하하!)
Rest In Peace, 유미.
Masterpiece by 사피엔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