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가 어둡단 사실을 아십니까? 감상

대상작품: 암흑색맹 (작가: 창궁, 작품정보)
리뷰어: 글씀이, 1시간 전, 조회 14

제목을 본 순간부터 나는 굉장히 아이러니한 기분을 느꼈다. 그러한 기분이라 함은 모순적이지 않지만 순간 모순적이란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암흑이란 빛의 부재를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는 물체에 반사된 빛을 눈에 담아서 사물을 인지한다. 이것이 “본다”이기에 검은-암흑이란 애초에 볼 수 없는 존재이다. 애초에 색도 존재도 없는 빈 공간과도 같기에 그걸 보지 못한다 할지라도 색맹이 아닌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볼 수 없는 이들을 “일반인”이라 하지, “비가시맹”이라 하지 않는 것처럼. 하지만.. 만일 아니라면?

이 작품의 구성은 모범적 코즈믹호러이다. 누군가는 이를 고전, 전형적이라 할 수 있겠으나 나는 모범적이라 말하고 싶다. 이상현상의 목격, 검증, 그리고 이상현상과의 접촉, 진실 같은 무언가, 그리고 이상현상에 대해 덧붙이지 않는 깔끔한 마무리. 코즈믹호러라는 장르가 주제와도 깔끔히 맞닿아있다. 코즈믹호러는 개인적으로 좋아하지만 동시에 불편한 장르이다. 정체도 출처도 작동기전과 모습도 두리뭉실하게, 혹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파편적이거나 때론 거대한 덩어리로 공포를 전달해야 한다. 그림으로 친다면 기교를 부리면 난잡해지는 흑백 수묵화나 다름없다. 이 작품도 그러하다. “우주는 생각보다 어둡다.”라는 말을 반복하여 하나의 작은 조각을 보여주고 이후 차근차근 이야기를 진행시키다 이해할 수 없는 전모를 보여준다. 우리는 이 사건이 사고인지 사건인지 병기인지 도구인지 혹은 물질인지 현상조차도 모른다. 다만 검은색이 맞닿은 광자를 반사시키지 않듯 그 어둠은 사람도 나가게 두지 않는다는 것을 짐작할 뿐이다.

우리는 파우스트가 박제당하였고 카르멘 또한 그 뒤를 따랐다는 피상적인 모습만을 이해할 수 있다. 그 너머에 있는 어둠 그 자체란 단순하고도 거대한 진실은 보아도 이해할 수 없다. 이렇듯이 이해가 가능한 작은 파편들을 던지다 마지막에 이해할 수 없는 존재를 던지며 마무리하는 형식은 내가 보고 싶던 코즈믹호러라 할 수 있다. 글은 비밀병기도, 인간의 본모습도, 악마도 신도 외계인도 아닌 그저 존재하는 현상만을 비춘다.

작품은 공포감을 고조시키다 독자를 떨군다. V는 그 사건을 모두 겪었지만 우리는 상상과 활자만으로 사건에 다가간다. V는 기절한 사이에 우리가 보지 못한 것을 보았을까? 혹은 느끼고 이해했을까? 독자가 궁금증을 해소하기 전 작품은 앞서 달려 말한다.

“우주는 당신들 생각보다 어둡습니다.”

V도 독자도 아는 건 같다. 기억에 남는 말도 같다. 그저 우주는 어둡다는 불변의 사실. 하지만 그 말의 무게가 같다고 할 수 있을까? 그의 말대로 우리는 정녕 모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느 날 어둠을 보며 떠올리고 이해하고 말 거다.

“우주는 어둡다.”

라는 말의 의미와 그 안의 이해할 수 없는 공포를.

목록
이전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