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려한 문장력으로 감싼 식인종 살인청부업자 이야기 공모(감상)

대상작품: 라스트 카니발 (작가: 선연, 작품정보)
리뷰어: K Rimmer, 4시간 전, 조회 13

선연 작가님의 라스트 카니발 1부를 보고 몇가지 느낀 점들을 정리해봅니다. 아직 작품이 완결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감상에 가까운 리뷰가 될 것 같구요. 리뷰 내용 중에 작품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아직 읽지 않은 분들께서는 그 점에 유의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유려한 문체와 잔혹한 소재의 기묘한 언밸런스감이 중화시킨 긴박감과 공포

초반에 읽으면서 조금 놀랐습니다. 작품 소개에 이 소설은 식인종 살인청부업자의 이야기이고 장르는 추리, 스릴러였는데 반해 프롤로그와 1화의 유려한 문장들이 주는 묘한 언밸런스가 신선했다고 할까요. 유미적인 문장들이 취해 읽는 속도가 다소 느려졌었습니다. 솔직히 잘 읽히지 않았어요. 왜 이렇게 문장에 힘이 많이 들어갔을까?하는 의문이 드는 이 기묘한 불화는 식인, 살인청부업자라는 소재가 독자에게 주는 심리적 충격이 유려하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중화되길 바라 의도적으로 그리 쓰신 것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람의 허벅지 살을 베어내어 요리하고, 요리 당하는 사람의 공포를 묘사하는데, 문장들은 대단히 아름답고 느리게 읽힙니다. 이것은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또는 작별하지 않는다,와 비슷한 대조입니다. 소설이 다루는 역사적 사건은 대단히 잔혹하고 비참한 인간성의 심연을 드러내는 것이지만, 문장은 마치 시처럼 아름답게 쓰여졌습니다. 이러한 문체와 소재의 극명한 대비는 1부 중반을 넘어서면  조금 드라이한 문체로 변하면서 낮아집니다. 이것으로 볼 때, 초반부의 문체는 작가의 의도였지 않나 합니다. 공포스릴러물을 읽으면서 시를 읽는 듯한 기묘한 언밸런스감이 의도된 것이었다면 성공이나, 일관되게 드라이한 문체로 시작했더라면 조금 더 긴박감과 공포감을 줄 수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드네요. 한강 작가가 두 소설에서 다뤘던 518과 43사건처럼 역사적 비극이 아니라, 작가의 상상력에 100% 기초한 허구에서 출발했을 거라 독자들은 생각할 테니까요.

 

초반에 크게 부각된 캐릭터의 이중성과 결점

주인공 백야의 캐릭터는 어렸을 때의 가정 폭력과 식인의 트라우마로 그렇게 된 것이라 나옵니다. 주인공 백야는 한 여자의 청부로, 남편을 죽이러 간 곳에서 그녀의 어린 아들을 죽이지 않고 집으로 ‘우연’히 데려옵니다. 그리고 자신이 사는 집에서 동업자 여성 킬러의 아들 ‘고도’와도 친해집니다. 백야는 이렇게 아이들에게 감정적으로 약해지는 약점을 갖고 있습니다. 이것은 캐릭터 설정상 그 자신이 어릴 적에 트라우마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은 누구나 납득이 가능할 겁니다. 하지만 백야의 현재는 냉혹한 식인살인마입니다. 초반부부터 식인종 청부살인마 백야에게 그러한 감정적인 약점이 크게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드러나는 것은 캐릭터의 일관성에 큰 구멍으로 다가옵니다. 냉혹하게 청부살인을 하고, 타겟의 시신을 먹어치우고 남은 뼈 등은 종량제 쓰레기에 넣어 버리는 주인공이, 유독 어린 아이들에게 약하다는 건 무엇을 보여주기 위함일까요? 원래 본성은 착한 사람이다? 주인공이 이야기가 진행되어 가면서 내면이 서서히 변화되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변화해가는 이야기는 좋습니다. 그러나, 초반에 내면의 큰 결점을 다 보여준다면 주인공의 심리 변화의 폭이 미미하게 느껴질 수 있고, 작가가 의도한 낙차 역시 작아질 수 있다 봅니다. 초반부에선 캐릭터가 변할 수 있는 약간의 실마리 정도만 보여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 그리고 약간의 빈 틈 정도로. 우연은 이제 성장해서 주인공과 같은 살인청부업 회사에 동료가 되었고, 백야가 남자를 죽이는 것을 아이가 목격하자 죽여야 하나 고민하는 새, 나타나서 아이를 죽여버립니다. 우연은 백야의 딸도 토막내어 불태워 죽여버렸죠. 우연은 백야에게 집착하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애증이겠지요. 백야의 사랑과 관심을 독차지하며 살다가, 어느날 친딸이 불쑥 불청객처럼 등장하자 그것을 참지 못하고 죽여버린거죠. 물론 이 장면은 묘사되지 않고 독자의 상상으로 남겨둔 채, 다음 이야기로 건너뛰었지만 독자들은 우연이 죽였을 거라 충분히 추측할 수 있습니다.

 

제목이 주는 중의적 상징

작품 소개를 보면 어느 식인주의자들의 밤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백야가 조사를 맡는다고 나옵니다. 이 살인 사건에도 동료 청부업자 우연이 개입한 게 아닐까 추정해봅니다. 이 이야기가 어디로 흘러가게 될지, 백야는 어떻게 변할지, 우연과의 애증의 관계는 어떻게 될지 흥미진진하고 궁금합니다. 이 소설에서, 인간이 어떤 극단적인 행동을 하게 되는 이면에 어떤 심리적 기제가 작동하는지를, ‘라스트 카니발’이라는 한글의 제목으로 중의적 결말을 암시하는 듯 합니다. 물론 추측일 뿐이고, 전혀 다르게 결말을 맺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만…carnival은 축제이고, cannibal은 식인을 뜻하지요. 식인과 축제라는 다른 뜻의 영단어가 동음이이어인 한글로 표기됨으로써, 이중의 상징을 의도한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주인공이 어렸을 때 받은 트라우마로 인한 식인 행위가 트라우마를 극복함으로써 종결이 되고, 인간성을 회복하며 삶을 축제로 받아들이며 이야기가 끝나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물론 인간성 회복하자마자 주인공이 비극적으로 생을 마무리하게 될 수 있겠죠. 사람을 그렇게 많이 죽이고, 먹기까지 했는데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하는 동화적 해피엔딩을 기대하는 건 너무 뜬금없는 이야기가 될 수 있으니까요. 삶을 축제로 느끼는 것도 어쩌면 마지막일 수 있겠습니다. 제목으로만 본다면.

 

작가님의 라스트 카니발의 2부를 흥미롭게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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