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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엄마의 프린트」는 회사 ‘소울 어게인’를 통해 전달된 ‘인격 프린트’와 이승에 남겨진 자와의 대화를 다룬 작품이다.
*이하 결말 포함 약스포
작품은, 위로를 위해 도입된 기술이 오히려 남겨진 자의 현실을 교란하면서 긴장감을 조성한다. 주인공은 캔맥주를 마시며 어머니의 인격 프린트와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지만, 프린트가 12년 전 자살로 종결된 종욱 삼촌의 죽음을 타살이라고 주장하며 파국이 시작된다. 이는 기술이 단순히 과거를 재현하는 것을 넘어서서, 남겨진 자들이 굳게 믿고 있던 진실을 붕괴시킬 수 있는 매체임을 시사한다. 또한 어머니의 형상을 한 프린트가 더 이상의 대화를 거부하며 전원이 꺼지는 모습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특히 흥미로웠던 건 ‘사후 소멸 권리’라는 설정인데, 이를 통해 죽음 이후의 데이터 주권 문제를 예리하게 짚어낸다. 고인이 설정한 특정 조건이 달성되면 프린트가 자동으로 영구 삭제되는 전개. ((솔직히 예상하지 못했다😶🌫️.)) 이는 망자를 영원히 곁에 두려는 산 자의 욕망과 잊힐 권리를 행사하는 망자의 대립을 보여준다. 죽음의 절대성 앞에서는 모든 게 무력하구나, 싶었다.
결말 쪽으로 가 보면 주인공이 묵은 먼지를 닦아내고, 빈 술병을 내다 버리며 집안을 청소하는 행위가 나온다. 비로소 진정한 애도의 과정이 시작된 것 같았다.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빈 수정구슬을 집어 들고 어머니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임을 온전히 깨닫는 마지막 순간이다. 역설적이지만 기술의 개입이 끝난 후에야 상실을 수용한 것인데. 애도를 유예하는 시대에, 기계의 전원이 꺼진 뒤에야 비로소 남은 자의 삶이 나아간다는 통찰이라니. 몇 번을 생각하여도 참신한 발상이어서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