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의뢰가 아니기 때문에 작가로서의 의견은 밝히지 않겠습니다. 아래의 내용은 전부 독자로서 글을 읽고 글의 내용에 미루어 짐작한 내용들임을 밝힙니다.
아주 간단한 이야기입니다. 인류가 멸망하고 기계들이 주를 이룬 사회에서 인간을 조명하는 이야기입니다.
특징을 짚으면서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언급하겠습니다.
먼저 눈에 띄는 건 소설의 구조와 배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짧은 이야기 속에서 처음에 제시되는 절반은 배경 묘사에 전력을 다합니다. 약간의 맞춤법 이슈(주로 띄어쓰기)를 제외하면, 비유법을 상당히 자주 쓰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하지만…… 수사가 화려한 데에 비해 정작 상상할 알맹이는 조금 모호하지 않나 싶습니다.
특히 초반에 해변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구간은 제가 잘못 읽었나 싶어서 다시 돌아봤지만, 역시 내막을 파악하기에는 수수께끼 같다는 인상이 지워지질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수수께끼를 파악할 근거는 크게 보이지 않고, 이후 세계관 설명이 이어져도 마찬가지입니다.
전반부의 수수께끼 같은 정경 묘사를 지나면 아파트 주민으로서 인공지능들과 부대끼며 사는 ‘여래’라는 인?간 주인공의 이야기가 후반부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전반부에 수수께끼 같은 상황 전개를 이어가듯, 후반부 역시 마찬가지로 친절한 설명이 있기보다는 다소 일방적으로 전개하며 보여주는 느낌이었습니다.
작품 속 여래처럼 저 또한 소설의 눈치를 보며 제가 온전히 파악한 게 맞는지, 놓친 건 없는지 노심초사했습니다. 제가 이러한 수수께끼 같은 소설에 상당히 취약하단 것도 다시금 느끼게 됐고요. 하지만 정말로 이 소설이 수수께끼로서 쓰였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목과 로그라인을 보더라도 ‘삶’ 그 자체를 조명하는 것이 목적으로 읽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더더욱 이러한 ‘수수께끼스러움’이 아쉽게 다가오는 건, 여래의 삶이 멸망한 세계를 살아가는 인?간의 단면으로 보이기보다는 작가가 숨겨놓은 퍼즐과 설정에 의해 조립되어야 할 무언가로 읽히기 때문입니다. 독자로서 상상하기엔 생각보다 구체적인 서술이 없는 것도 한몫합니다.
멸망한 세계를 보여주는 전반부, 그리고 그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을 보여주는 후반부의 배치, 그리고 전반부와 후반부의 전환이 일어날 때 삽입된 세계관 설명, 화려하고자 한 수사, 전부 나쁘다고 말할 건 아니지만, 불협화음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글의 목적이 정말로 ‘보여주는 것’이라면 독자 역시 상상하고 접할 수 있도록 친절함을 발휘하는 편이 좋지 않았을까 싶네요.
설정 설명 역시 사실 빼고 읽어도 글 내용 이해에 큰 지장은 없었습니다. 마지막에 ‘오늘 인류는 멸망했다.’라는 한 마디만으로도 앞선 설정 설명들을 대체하고도 남았으니까요. 설명을 한 군데 욱여넣기보다는 멸망한 세계를 조명하는 만큼 초점을 맞출 때마다 설명이 곁들여졌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이 소설이 아포칼립스 특유의 감성을 간직하고 있음은 분명합니다. 조금 더 신경 써서 다듬으신다면 더 빛나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