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다 보면 누군가의 조언이 절실해질 때가 있다. 하지만 반대로 남의 글에 조언을 얹는 일은 얼마나 쉬운가. 우리는 종종 활자의 뒤에 숨어, 타인의 창작물을 너무도 가볍게 재단하곤 한다. 김줴 작가의 엽편 소설 「조언을 체험시켜 드립니다」는 바로 이 지점을 담은 블랙코미디 작품이다.
*이하 결말 약스포
이야기의 구조는 단순하지만서도 묵직하게 느껴진다. 출판사 편집자인 주인공은 한 연쇄살인마 소설의 원고를 반려한다. 반려 사유는 꽤나 우아(?)하다. “죽어가는 사람의 심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것. 쾌적한 사무실에 앉아 모니터를 보며 타이핑했을 그 조언은, 철저히 안전한 세계에 속한 자의 여유로운 폭력이기도 하다. 타인의 죽음과 공포를 그저 매끄러운 ‘문학적 장치’로만 소비하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 오만한 비평가에게 완벽한 개연성을 직접 선물하기로 결심한다. 방식은 물리적이고 직관적인데••• 바로 편집자를 직접 죽음의 공포 속으로 밀어 넣어 그 알량한 ‘조언’을 ‘체험’하게 만드는 것이다. 어두운 골목, 칼을 든 괴한(작가)에게 쫓기는 편집자의 모습은 처절하다 못해 찌질하기까지 하다.
턱끝까지 차오르는 숨, 당장 찔려 죽을지도 모르는 공포가 느껴지다가도 믹스 커피 드립에 결국 웃음이 터지고 만다.
이 지점에서 묘한 통쾌함을 느꼈다. 우아하게 텍스트를 해체하던 비평은, 당장 살아남아야 한다는 본능 앞에서 무너져 내린 것이다. 남의 고통과 공포를 얕잡아본 대가가 얼마나 끔찍한지, 이 엽편 소설은 숨 막히는 추격전의 형태로 글을 속도감 있게 써내려간다.
「조언을 체험시켜 드립니다」는 창작자와 편집자 사이의 권력 구도를 단숨에 전복시키는 훌륭한 스릴러임과 동시에, 함부로 내뱉은 말의 무게를 되묻는 작품이다. 타인의 삶이나 감정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쉽게 ‘개연성’을 운운하며 평가해 왔는지 돌아보게 만든다. 다 읽고 나면, 누군가에게 무심코 던졌던 조언들이 혹시나(…) 내 뒤를 쫓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보게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