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려달라 하셨으니 때리겠습니다 공모(비평)

대상작품: 올바른 소음 (작가: 송로, 작품정보)
리뷰어: 노르바, 2시간 전, 조회 5

작가님은 ‘멘탈 셉니다. 마구 때려주셔요. 후반부 급 마무리는 의도한 것인데 어떻게 읽힐지가 궁금하네요’라고 하셨으니 일단 때리도록 하겠습니다. 아마도 본인 스스로도 무언가 부족하다는 건 확실히 인지하고 있지만, 그것이 어떻게, 얼만큼, 그리고 구체적으로 언어화 하기 애매해서 리뷰공모를 하셨다 생각하겠습니다.

 

[무엇을 추리해야 하는가, 무엇에 스릴을 느껴야 하는가]

주인공이 비행청소년인 것은 알겠다. ‘빌린다’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엄마의 지갑에서 돈을 훔치려 하는 일인 것도 알겠다. 할머니에게 맡겨져 자랄 때는 그런 눈치조차 보지 않았던 것도 알겠다.

그런데, 그래서요?

이 소설은 분명 무언가를 감추려 한다. 문장들은 의미심장하게 떠돈다. ‘올바른 소음’이라는 제목부터 독자에게 어떤 해석의 부담을 떠넘긴다. 시곗바늘 소리보다 작은 쇳소리, 1초마다 째깍이는 시간을 기준으로 ‘마땅히 내야 할 소음’을 가늠하는 아이. 엄마의 눈과 마주친 순간의 긴장. 그리고 결국 지갑은 건드리지 않았다는 ‘반전’. 이 모든 것이 무언가 깊은 의미를 품고 있을 것처럼 서술되어 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이 소설은 아무것도 숨기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숨길 게 없었다.

문장의 기교는 좋다. ‘살껍질처럼 붙은 얇은 이불’, ‘지뢰밭을 걷듯’, ‘맨살이 찢어지는 듯한 장판 소리’ 같은 묘사는 섬세하고 긴장감도 충분하다. 문제는 이 긴장감이 어디로도 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스릴러처럼 정교하게 짜인 서스펜스는 단지 아이가 밤중에 몰래 일어나 물을 마시러 가는 장면에 불과했다. 엄마의 눈과 마주치는 순간의 공포는, 그저 들킬까 봐 두려웠던 순간의 감정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주인공이 양심의 가책을 느꼈는가? 엄마와의 눈 마주침이 그를 변화시켰는가? 아니면 애초에 진심으로 물만 마시려 했던 것인가?

그 어떤 것도 명확하지 않다. 독자는 갑자기 미끄러지듯 소설 밖으로 내던져진다.

할머니 집 이야기로 넘어가는 마지막 단락-후반부 급마무리-은 더욱 당혹스럽다. 엄마와의 팽팽한 긴장 관계 속에서 자란 아이가 할머니 집에서는 자유로웠다는 대비는 분명 의미심장하다. ‘내 손목에도 시계 따위 채워진 적 없었다’는 마지막 문장은 시간에 대한, 통제에 대한, 그리고 시계 초침에 따른 ‘올바른 소음’에 대해서도 신경쓸 필요가 없었다는 암시인 것은 알겠다.

하지만 이 모든 암시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야기가 독자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추리할 만한 복선도, 스릴을 느낄 만한 갈등도, 해석할 만한 층위도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다. 그저 분위기만 있을 뿐이다.

 

[더 어두운 가능성은 어땠을까]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엄마는 소리를 들었고 잠에서 깼지만, 마치 아이의 비행을 방치/방관하듯 다시 눈을 감는다. 할머니 집에 맡겨져 있었던 것도 그러한 방임을 암시할 수 있다.

이 소설이 가진 긴장감과 불안한 모자 관계를 제대로 활용하려 했다면, 그리고 소설의 태그에 사패와 소패가 있으니, 차라리 아예 “어두운 결말”로서, 엄마에게 들킨 사실을 알았을 때의 심리전 내지는 작정하고 고작 만원 때문에 엄마를 충동적으로 살해하게 된 아이를 주인공으로 하는, 피카트릭스적인 “친족 범죄 스릴러”로 훨씬 길게 전개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부분에 이런 서술도 좀 아쉽다. “돈은 적당한 애들을 골라서 빌렸다” 라고 했는데, 이 서술은 그 돈을 갈취하는 입장의 서술이 아니다. 뺏기는 입장에서 항상 듣는 말이다. 그런 놈들은 ‘야 나 돈 좀 빌려줘’ 라고 하지만 그들 스스로는 빌린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니까. 그저 당연한 돈을 당연하게 받아간다 생각할 뿐이다. 그렇다면 그런 입장에 서 있는 주인공이라면 ‘빌린다’ 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태그에 사패 소패가 붙어 있지만… 글쎄. 이 소설의 주인공은 오히려 그런 놈들에게 주기적으로 ‘상납’해야 하는, 애매하게 타의에 의해 비행청소년 영역에 발을 걸친 정도로 보인다.

아니면 이미 있는 내용만으로 수정한다면, 할머니의 집 이야기를 제일 처음으로 보내고, 엄마 지갑에서 몰래 돈을 꺼낼 생각을 하다가 들켜 어쩔 수 없이 물만 마시는 장면으로 끝내는 것이 훨씬 좋았을 것이다.

 

작가는 독자가 스스로 채워 넣기를 바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원고지 10매 안에서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일이다. 소설이 먼저 무언가를 건네주어야 독자도 그에 화답할 수 있다. 이 소설은 묘사와 분위기라는 포장지만 건넬 뿐, 그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끝내 보여주지 않는다.

의도한 급마무리가 성공하려면, 그 급함 자체가 의미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런데 이 소설의 급 마무리는 그저 이야기가 프롤로그조차 끝나지 못한 채 멈춰버린 것처럼 읽힌다. 독자는 무엇을 추리해야 할지, 무엇에 스릴을 느껴야 할지 모른 채, 막연한 불완전함만을 안고 소설을 덮게 된다.

문장은 좋았습니다. 분위기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좋은 문장과 분위기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야기는 어딘가로 가야 합니다. 의미든, 감정이든, 카타르시스든 무언가를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아래는 이미 써 있는 소설의 문단 순서만 바꾸고 약간의 연결부만 추가해 제가 수정해 본 것입니다(길지 않아서 다행이야 ㅠㅠ).


​절대 엄마는 밤중에 화장실을 가지 않기 때문에, 한밤중에 화장실에 가기 위해 문을 열고 닫을 때에 마땅히 내야 할 소음의 크기를 나는 알 길이 없었다.

1초마다 째깍이는 시곗바늘 소리만 내 기준이 되었다. 1초보다 크거나, 작거나, 비슷한 소음의 알맞음. 상황에 따라서 문을 여는 자연스러운 속도. 적당한 걸음걸이. 그런 것을 나는 언제나 혼자 가늠을 해야 했다.

 

…시골 할머니 집으로 맡겨져, 작은 방을 나 혼자서 쓰기 시작한 4학년 겨울방학 때까지.

할머니는 눈과 귀가 어두워서 훨씬 편했다. 그리고 유전인지 잠들면 아침까지 시체처럼 꼼짝도 안 했다. 아무것도 조심할 필요가 없었다. 돈은 적당한 애들을 골라서 빌렸고, 밤낮 없이 쏘다니고 마음대로 집을 들락거렸다. 내 방에 째깍거리는 시계는 없었다. 내 손목에도 시계 따위 채워진 적 없었다.

 

몸을 뒤척거려 엄마가 잠든 것을 확실히 하고 살껍질처럼 엄마와 내게 붙은 얇은 이불을 몰래 기어나왔다. 옷장 뒤에 숨겨놓은 겨울 양말을 신고선 돌다리를 건너듯이 엄마 두 발을 하나씩 넘었다. 잠깐 문 앞에 서서 엄마를 보다가 문고리를 두 손으로 부드럽게 감쌌다.

나는 그저, 부엌 식탁에 놓여있던 엄마의 지갑에서, 만 원만, 딱 만 원만 ‘빌려’ 갈 생각이었다.

안 미끄러질 정도로 손을 조금씩 조여서 동그란 문고리를 단단히 잡고 손잡이를 돌렸다. 속에 뭐라도 풀린듯 경박하게 달각거리는 손잡이를 손으로 느끼고 또 미세하게 힘을 조절하면서, 귀가 듣는 소음에 집중했다. 손잡이의 회전이 끝에 닿을 때 마치 주먹 안에 동전 두 개가 점잖게 부벼지는 것 같은 쇳소리를 냈지만, 시곗바늘 소리보다 작았다.

​경첩 삐걱이는 소리를 최대한 죽이려고 문을 살짝 들어 올리듯이 끝까지 돌아간 문고리 손잡이를 머리 위로 밀면서, 당겼다. 모든 힘을 최대한 같이 유지하며 문을 천천히 열었다. 거무칙칙한 회색이 방에 깔린 어둠을 한겹씩 벗겨내자 기포처럼 울퉁불퉁 부풀어오른 문 앞쪽에 붙은 장판이 보였다. 그것들은 밟으면 바닥에 붙었다가 찌직 풀 떼지는 소리를 내기 때문에, 지뢰밭을 걷듯 발끝으로 기포 사이를 한 걸음 밟고 다시 다른 발을 단단한 문지방에 올려놓는데 성공했다.

발뒷꿈치를 축으로 매끈하게 몸을 돌려 좁은 문의 틈으로 어깨를 밀어 넣을 때였다. 검은 어둠 속에 뚫린 허연 구멍 두 개를 보고선 소름 먼저 귀와 뒤통수에 돋아 팔 끝까지 쫙 뻗쳤다. 눈을 뜨고 가만히 나를 보고 있는 엄마와 눈이 마주친 것이다. 물이 가득 찬 항아리가 깨지듯이,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찰캉!

즉시 손이 놓친 문고리가 날카로운 쇳소리를 냈고 나와 엄마는, 동시에 어깨를 움찔했다. 식은땀이 등을 전부 감쌌고, 습한 검은 공기 속의 침묵은, 시곗바늘이 열몇 번 째깍이며 1초씩 멈춘 시간을 썰었다.

꼼짝할 수도 없었다. 닦을 수도 없는 땀만 흘러서, 턱 끝에서 한 방울 툭, 장판 위로 떨어졌을 때 나는 흠칫 놀라 발을 하나 들었고, 엄마는 눈도 깜짝 안 했다. 대신에, 붕 뜬 채로 축 늘어진 내 발이, 그만 뭉클한 그 장판 기포를 밟고 놀라 다시 떼버렸을 때,

​주지직—

​맨살이 찢어지는 듯한 장판 떨어지는 소리에 엄마는 작게 눈을 찌푸렸고 내 발 쪽을— 어둠 속에 혼자 하얀 내 양말을 보고서는 작게 픽, 웃음인지 한숨인지 모를 것을 내쉬더니 그냥 눈을 감았다.

 

​…결국 나는 부엌에 나가서 엄마 지갑은 쳐다도 안 봤다. 조용 조용 찬장에서 컵을 꺼내 졸졸졸, 물만 따라 마셨다.

한 잔은 엄마가 들으라고 목으로 꼴깍꼴깍 마셨고, 뜨겁게 데워진 몸의 속과 그 겉을 축축하게 감싼 땀을 식히려고 물을 병째로, 아무런 소리도 안 나게, 얇게 한 줄씩 한참을 더 마셨다.

 

방으로 돌아와 힘들게 닫은 문을 다시 열고 다시 닫고 하는 게— 오줌 참는 것보다 백 배는 더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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