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퇴직금이 없다는 공포 공모(감상)

대상작품: 마지막 불행 (작가: 창궁, 작품정보)
리뷰어: 슬픈거북이, 2시간 전, 조회 7

삶은 고통이라는 블랙기업

부처는 삶이 곧 고통이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무지한 저는 묻습니다. 그렇다면 죽는 것과 해탈은 무슨 차이일까요? 단순히 목숨을 끊는 게 답이 아니라면, 실존론적으로 던져진 시간 동안 평온을 찾으라는 선문답일까요?

작품을 보며 느낀 바는 이 오래된 의문이었습니다. 한희정에게서 어떤 ‘해탈’을 보았다면, 기준에게서는 어떤 ‘유예된 죽음’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퇴사(해탈)와 해고(미뤄진 죽음)

우리는 모두 불행이라는 회사를 다닙니다. 좋든 싫든 삶을 위해 일해야 하는, ‘사회’라는 이름의 블랙기업에 눌려 매일 불행을 정산하며 삽니다.

한희정의 퇴사 : 마지막 불행이라는 깨달음으로 나머지 삶을 되찾은 사표입니다.

김기준의 해고 : 죽음이라는 정산 기회조차 박탈당한 채 냉동고에 처박힌 일방적인 해고입니다.

정산 불능, 시스템의 파산

진짜 공포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도대체 우리의 퇴직금은 언제 정산되는 걸까요?

이 소설의 백미는 김기준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사실에 있습니다. 불행을 수치화 해 통제하려는 저 시스템은 분명 또 다른 ‘기준’들을 끊임없이 찍어낼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그 숫자가 1해 머피든, 혹은 무량대수이든 무슨 상관일까요? 아무리 큰 불행의 실적을 쌓아봤자, 감당 못 한 시스템이 ‘냉동 수면’이라는 이름의 파산 선언을 해버린다면, 우리에게 돌아올 퇴직금은 영원히 없을 테니까요.

불행은 와도 됩니다.
다만 인생이라는 새끼가 우리에게서 돈 떼먹을까봐 좀 걱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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