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렇듯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리뷰는 리뷰어 주관에 따른 이야기이며 독서 경험에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하츠네 미쿠의 노래를 막 찾아 듣진 않았지만, 그녀는 인터넷의 아이돌이었고, 모르는 사람이 없었죠.
추억을 되살린다는 점, 그리고 결국 창작자의 이야기라는 점은 마음에 들었어요.
그전에 잠깐 다른 작품 이야기를 해도 될까요?
듀얼리스트 데이는 카드게임 이야기입니다. 카드 게임을 모르면 이 작품을 즐길 수 없을까요? 아니요 충분히 재밌습니다. 이 이야기는 보물에 관한 이야기니까요.
카드 한 장의 가치는 얼마나 클까요? 유희왕, 아니 하스스톤만 해도 카드 한 장의 가치를 알 거에요. 카드 한 장이 게임에 얼마나 큰 변수를 창조하는지. 번쩍거리는 울트라 레어 카드가 얼마나 소중한지요. 하지만 툭 까놓고 이야기해서 세상에 그걸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누가 더 많을까요? 당연히 모르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작품은 계속해서 이 카드 한 장이 얼마나 큰 가치를 가졌는지 이야기해 줍니다. 다들 이 카드를 원한다는 걸 대화를 통해 나타내고 심지어 밥값까지 다 털어서 부스터 두 박스를 뜯어요. 이 과정을 거쳐서 이 카드가 얼마나 대단하고 얻기 힘든지 독자들에게 알려줍니다. 그리고 덕분에 이야기는 정말로 흥미진진해 지죠.
다시 인터넷 가희로 넘어옵시다.
하츠네 미쿠가 죽었습니다. 그리고 등장인물은 너무나 당연하게 하츠네 미쿠의 죽음을 받아들여요.
미쿠가 생명체처럼 묘사되는 게 아니라 생명체 그 자체로 묘사되는 게 기이했어요. 제 머릿속에서 하츠네 미쿠의 죽음은 뭔가의 은유로 받아들여집니다. 사업 철수라거나, 데이터 베이스 오류로 인한 문제라거나, 업데이트 미지원이라거나 그런거요.
사이버 가수 아담도 죽었단 이야기가 있죠. 그때도 ‘바이러스’ 때문에 죽었다고 나와요. 사람으로 은유 되지만 사실 그들은 사람이 아니니 사람과는 다른 형태의 죽음이 필요하겠죠.
등장인물들은 전자 가희의 죽음을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저는 받아들일 수 없죠. 그렇다면 이 간극은 어디서 나올까요? 물론 제가 독해를 게으르게 했을 가능성을 열어두지만, 등장인물만 아는 어떤 이야기가 더 있지 않을까 하는 의혹을 제기합니다.
생명체처럼 묘사되는지 생명체로 묘사되는지 그런 이야기를 했는데 하츠네 미쿠가 죽었다고 하면 어떤게 죽은 건가요? 미쿠를 어설프게 알고 있는 사람에게 상당히 이상하게 들려요. 하츠네 미쿠는 일종의 툴이잖아요. 나사못이 죽을 수 있나요? 그리고 결말의 반전 또한 반전인가? 싶습니다. 그러면 그걸 회사에서 통제하지 어디서 통제할까요? 그러니 뒷 이야기. 등장인물들이 공유하는 뭔가의 이야기가 더 있지 않냐고 묻게 됩니다.
그 뒷 이야기를 위해 하츠네 미쿠가 어떻게 죽었는지 집요하게 묻는 것입니다. 왜 죽었냐고요? 우리는 지금도 다인승 승합차를 보면 봉고라고 부르지만 봉고는 나오지 않고 샤프와 샤프전자는 다들 머릿속에서 연결하지 못하지만 샤프라고 부르잖아요? 보편성을 획득하는 순간 특별함을 잃어버리는 그런 순간이 있죠. 그렇지만 어떻게 죽은건지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요정을 믿지 않으면 요정은 죽어요! 그렇게 말할 수 있는건 팅커벨 뿐이죠. 전자 가희는 어떻게 죽죠? 아담은 죽었죠.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으니까요. 채산성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이건 왜에 대한 답입니다. 이야기가 되려면 어떻게, 즉 ‘바이러스’가 필요합니다.
미쿠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게 되면, 그제서야 왜 P들이 서로를 의심하는지 어떤 알리바이가 있고 어떤 동기가 있는지 명확하게 드러날 것이라 믿어요. 하지만 지금은 너무나 붕 뜬 이야기로 느껴집니다. 저는 미쿠를 전혀 모르는걸요. 아니 어설프게 아는걸요. 그러니 이 이야기의 미쿠를 명확하게 알고 싶어요. 죽음을 통해서요.
당당하게 요구하는 바입니다. 어울리는 죽음을 주세요. 멋지고 화려하고 성대하며 되돌릴수 없는 결정적인 죽음을요. 140자조차 체우지 못한 트윗 하나로 알리기엔 너무나 대단한 사건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