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평: 담담? 아니면 격정?
나는 감동(感動)을 좋아한다. 나에게 감동이란 눈물을 질질 짜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感느낄 감 動움직일 동 마음을 움직이다, 라는 본연의 의미로서 좋아한다. 어떤 시나 소설 수필 등등 어떠한 장르를 불문하고 감동을 줄 수 있는 작품은 좋은 작품으로 당대의, 혹은 시대의 선택을 받는다. 소설은 아니지만, 내가 가장 감동을 받았던 건 에곤 쉴레의 그림이다. 그림에 담긴 에너지와 퇴폐적인 선을 좋아한다. 소설에서 찾아보자면 이태준의 달밤이 떠오른다. 순박한 동네 사람인 황수건은 내 향수를 자극하고, 순수함의 아름다움을 이해하게 해준다.
하지만 어느 누군가는 에곤 쉴레를 난잡하고 볼것 없는 화가라고 평가할 것이다. 이태준의 달밤을 읽고 멍청한 시골 사람 이야기가 뭐가 좋다고 하며 비웃는 사람 역시 있을 것이다. 그것에 분노하거나 노여워 하진 않는다. 사람 마다 타고난 감정선이 있는데, 그 감정선을 건들이기 위한 열쇠 또한 역시 다르다. 하지만 이런 감정선을 건들이는데 있어, 어지간해서 맞아 들어가는 만능 열쇠가 있는데, 바로 이별이다.
휴안님의 작품에서, 나는 감정선을 건들이려는 노력을 엿볼수 있엇다. 헤어짐. 그것을 담담하게 견뎌내는 나. 차분한 어조는 간혹 격정적이게, 다시 차갑게, 긴 호흡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이별은 언제나 슬프다. 슬프지 않은 이별이 있다면 그건 이별이 아니다. 보통 슬프지 않은 이별을 이야기 할때, 기회혹은 시작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이 이야기는 누군가에게 이별을 다루고 있다. 기회는 생기를 주지만 이별은 죽음을 준다. 죽음은 언제나 고통과 주검을 남기는데, 이 소설 이별 환상에서는 과거의 추억이 주검으로 남았다. 아니 추억이 아닐지 모른다. 그 녀석의 진짜 이름은 환상이다.
이별 환상은 가능한 담담하게, 설명해주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감정을 소개시키고 있다. 나는 이런 부분들에서 미묘한 불편을 느껴야 했다.
이것은 내 작품 지론일 수도 있다. 나는 사랑을 사랑이라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건 내 독선일 수도 있지만 달이 아름답다고 말한 순간 달이 아름답지 않게 된다. 단어란 규정하는 것이다. 단어의 본질은 규정하는 것이다. 문장은 단어들을 조합해 더 좁은 의미로 규정하는 것이다. 사랑이 규정되는 것인가 묻는 다면 사랑은 규정될 수 없다 생각한다. 어머니가 자식에게 주는 사랑과 연인끼리의 사랑과 자원봉사자가 노인에게 주는 사랑은, 사랑이란 카테고리에 묶일 지 언정 같은 사랑이라 할 수 없다. 그렇기에 사랑한다는 말은 전부 헛말이다. 비트겐슈타인의 말을 빌리자. 말할 수 없는 것에 침묵하라.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니다. 어머니의 밥상에서, 연인끼리의 진한 키스에서, 자원봉사자의 섬세한 손길에서 우린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작가가 독자를 감동시키기 위해선 말하지 말고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 독자 입장에서야 상상하지 않고, 그렇구나 넘어가면 그만이다.
은유나 상징의 맛이 그렇다. 얜 아무 말도 안했는데, 난 이미 그것을 알고 있다. 좋은 작품은 선량한 소매치기와 똑같다. 난 그냥 길을 가고 있는데, 내 지갑에 돈을 넣어놓고 사라진다. 지갑을 확인하고 나는 생각도 못한 선물에 기쁘게 될 것이다. 누군가 나에게 와서 돈을 주는 것 역시 기쁘기야 하겠지만 예상치 못한 선물보다 기쁘진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이 작품이 아쉬웠다. 담담하게 말하는 분위기가 좋았다. 하지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못했다.
이후는 내가 몇 가지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이다.
소설 중간에, 중간중간 문장이 흐트러진 부분들이 보였다. [spo일상에 그녀가 없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렇게 쉽게 무너지는 것이 고작 내 인생이다.][/spo] [spo이 게으름이 게으름인지 병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spo][spo조용한 카페 한 구석에서 아메리카노가 말라붙은 머그잔을 만지작거리며 하늘을 보는 기분은 어때?][/spo]
일단 예시로 가져온 부분이고, 이런 부분들은 좀더 명확하게 문장 구성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쉼표는 단어 연결 말고도, 문장의 의미를 구체화 시키는 역할도 할 수 있다.
이예린의 행동에 대해서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찌보면 화자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데 두 주인공의 관계성이 모호하게 넘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이 리뷰를 읽어주시는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이 리뷰만으로 작품을 판단하지 말고, 직접 읽고 직접 판단해주길 바란다. 누구나 생각은 다르고, 누구나 가치가 다르다. 한 리뷰어의 말만 보고 작품을 판단하는 독자가 없기를 바랄 뿐이다. 직접 읽고 나서 판단한 그 해답이 진짜 해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