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냄새가 스민 문장이 안겨주는 음습한 두려움 감상

대상작품: 나에게 있는 것, 너에게 없는 것 (작가: 피스오브마인드, 작품정보)
리뷰어: 하예일, 3시간 전, 조회 4

하지 말라는 말을 들으면 꼭 해버리는 어린애 심술보(?)처럼 가슴 졸이고 무서워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보게 돼버리는 장르가 서스펜스, 스릴러, 공포물 같다. 뒷맛이 목 안에 엉긴 듯 찝찝해하고, 때로는 익숙했던 공간을 한동안 낯설고 두렵게 느끼며 보내는 후유증을 겪으면서도 매운맛처럼 도무지 끊질 못한다. ㅎㅎ

 

안개 냄새가 스민 문장이 안겨주는 음습한 두려움

 

맞벌이와 육아로 지칠 대로 지쳐버린 미래는 그런 딸을 안쓰럽게 여긴 친정엄마의 배려로 35년째 독신을 고수 중인 친구 재이와 3박 4일의 여행을 온다. 결혼 전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길리와 꾸따 부부의 제주도 셰어하우스로.

길리와 꾸따는 세계 여기저기를 탐험하듯 여행하다 제주도에 정착한 부부였고, 미래는 그들의 삶을 마치 이상향처럼 여겼다.

헌데 막상 제주도로 오니 기대하던 모습은 없고, 길리는 혼자였다. 말끔히 지워진 듯하던 꾸따의 흔적이 드문드문 눈에 띄면서 의문스러운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미심쩍은 짐작을 드문드문 이어가는 가운데 미래의 친구 재이는 길리가 야밤에 뒷마당 창고 안에서 내 탓이 아니라며 중얼대며 바닥에 퍼티를 바르는 수상쩍은 장면마저 목격하게 되는데…..

 

평범하게 사는 게 제일 어려운 거 아니에요?

 

이 단편엔 이런저런 인물의 삶이 여러 무늬처럼 얽혀 있다.

결혼 생활로 지친 미래, 결혼에 대한 환상이 없어 오히려 결혼을 꺼리게 된 재이, 버디로 십여 년을 동반하듯 살아왔으나 꾸따와 수상쩍게 갈라진 길리. 그리고 단편 안에 단 몇 줄로만 등장하는 길리의 20대를 닮은 삶을 살고 있는, 어쩌면 길리의 남편 꾸따와 내연 관계였을지도 모를 이름 없는 어떤 여자.

이야기는 사건을 또렷이 보여주지 않으면서 증거처럼 등장하는 물건과 상황, 등장인물의 짐작이 뒤엉켜 다양한 상상을 하게 만든다.

안개 덥힌 듯 모호한 색을 입고 있는 문장이 상상에, 상상을 더 하는 데 크게 한몫을 하는 듯하다.

 

잊지 마, 그런 일은 생겨. 누구에게나.

 

우리 모두는 살면서 늘 행복을 원한다.

그 행복이 어떤 모양과 색을 지녔는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는 바라는 자신조차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래서 완벽한 것만 같던 길리 부부의 부서짐을 그토록 무겁고 무섭게 느낀 걸까. 피 튀기는 장면 하나 없는 서사에도 깊고 서늘한 두려움을 느낀 걸까.

 

우리는 평범을 지루해하고 종종 가벼이 치부하곤 하지만, 사실 삶을 잘 살아내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어쩌면 평범은 가장 어렵고 깨지기 쉬우며 칼날 위에 선 것처럼 위태로운 것일지 모른다.

바로 이점이 보통의 오늘이 고마운 가장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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