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리뷰는 소설을 두번째 정주행 후 작성했습니다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글재주가 없어서 깊이있는 리뷰를 쓰지 못한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죄송하지만 후기를 먼저 읽고 작품을 감상한 케이스입니다. 그렇게 만류하셨건만
결국엔 호기심을 이기지 못했네요. 공모가 오늘까지인걸 보고 부랴부랴 가입해서 감상문을 올려봅니다. 혹시 과해석일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미리 사죄드립니다.
– 1부
작가가 청소년 시절에 쓴글임을 증명하듯 작가의 순수한 면이 돋보이는 파트입니다. 이쪽은 분량이 가장 적고 문어체에 가깝게 작성돼서, 이후 파트와 비교하면 가장 이질적이었습니다. 1부로부터 기간을 꽤 두고 2부를 집필했다는게 여실히 느껴졌어요.
저는 잔잔한 느낌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를 좋아해서 취향에 잘 맞았습니다. 감성으로 따지면 ‘소녀종말여행’이라는 애니에 가까운 파트라고 할수 있겠네요.
이하나가 말하는 행복은 인상깊었습니다. 인간은 행복을 위해 살아갑니다. 이하나처럼 작고 소소한 것에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있고, 큰 목표를 성취했을 때 행복을 느끼는 사람도 있습니다. 생각없이 먹고자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해도 그또한 누군가에겐 행복일 수 있습니다. 이하나의 말대로 행복은 사람마다 기준이 다릅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거.
‘나는 무엇에서 행복을 느끼지?’
그간 살면서 이걸 깊게 생각해본적이 없습니다. 저도 사람인지라 행복하고 싶습니다. 누군들 안그러겠어요. 근데 정작 내가 뭘하면 행복한가 ← 여기까진 생각이 못미쳤던거에요. 잠깐의 쾌락이 아니라 진정한 행복 말이에요. 그동안 행복이라는 가치를 너무 가볍게 여겼던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계기였습니다. 뒷통수를 한대 얻어맞은 느낌이었어요.
두 사람이 바닥에 그려진 달로 투신하는걸 ‘달을 향해 날아간다’고 표현한건 천재적이었습니다. 처음엔 그냥 죽었다는걸 뜻하는건줄 알았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거꾸로 뒤집어서 보면 달로 날아가는것처럼 보이더라고요. 괜히 공모전에서 수상한게 아니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자살 묘사가 있는 작품도 청소년문예제전 수상이 가능한거였군요. 그만큼 심사위원들의 인상에 남았기 때문일까요?
– 2부
특이했던건 2부로 넘어가니 곧바로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점이었습니다. 2부 프롤로그를 처음 읽고 그로테스크한 묘사에 당황했던 기억이 있어요. 처음엔 1부같은 잔잔한 감성으로 시작했다가 점점 광기에 찬 호러로 변주해가는 과정이 일품이었습니다.
그리고 제 최애캐릭이 여기서부터 등장하는데, 바로 카프입니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인터스텔라’처럼 로봇이 사람보다 매력적일 수 있다는 또다른 예시라고 생각해요.
전반적으로 청소년소설과 성인소설 사이의 그 무언가라는 느낌의 파트였습니다. 지브리스튜디오나 신카이 마코토가 흑화한 상태에서 애니를 만들면 딱 이렇지 않을까 싶네요ㄷ
– 3부
이 소설이 왜 다크판타지/디스토피아물인지 알수 있는 파트입니다. 그리고 명장면이 정말 많았던 파트이기도 해요.
그중 최고의 장면을 꼽자면 저한테는 ‘카프의 죽음’이 되겠습니다.
내전으로 도시가 불타고 있는 와중에 카프는 김하늘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나아가 모든 인간들을 사랑합니다. 더 이상 서로 미워하지 않는 세상이 오면 좋겠어요.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했으면 좋겠어요. 꼭 그런 날이 올 거예요. 그렇죠?”
– 3부 33장 : 이별(3) 中
이 작품 전체를 통틀어 가장 다크판타지스럽고, 비극적이고, 암울한 대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카프가 말한 그런 세상은 오지 않을테니까요. 애초에 카프도 그걸 알고 있었을거라 생각합니다. 2부에서도 카프 본인부터가 그런 세상이 올 가능성이 낮다는 견해를 비춘적이 있죠. 그러나 달의 꿈의 영향으로 인간성을 갖게된 카프는 자신의 마지막 순간에서 부질없는 희망을 노래합니다. 그동안 누구보다도 객관적이고 지적인 모습을 보여왔던 카프가 말이에요.
여기에 김하늘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응.”
– 3부 22장 : 이별(3) 中
마찬가지로 정말 그런 날이 올거라 생각해서 내뱉은 대답은 아닐 겁니다. 그리고 카프한테 차에서 말했잖아요. 네가 안타깝게 여기는 문제는 영원히 해결될 수 없을 거라고. 그건 네가 더 잘 알고 있을 거라고. 그 점이 이 장면을 더더욱 비참하게 해요.
카프와 김하늘이 나눈 이 마지막 대화는 저로 하여금 우리가 사는 현실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미 세계 각지에서는 여러 전쟁이 벌어지고 있죠. 성별 세대 등 사회적 갈등도 나날이 커지고 있습니다. 소설과 달리 이 현실에서는 카프가 바란 날이 올수 있을까요? 저는 회의적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이 글을 보든 모두가 그렇게 느낄거에요. 이 현실은 다크판타지 못지않게 충분히 어둡습니다. 그리고 이 세상의 미래는 암담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희망을 이야기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현실의 문제를 직시하며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 또한 있죠. 더 밝은 세상, 더 나은 미래를 노래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 세상은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그러니 인류의 미래는 영원히 어두우며, 동시에 영원히 밝을 겁니다. 이것이 인류가 지금껏 살아온,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세상의 모습 아닐까요?
또 인상적인 장면을 꼽는다면 ‘김우진의 죽음’이라 할수 있겠습니다. 김하늘은 반쯤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김우진을 설득합니다. 그것도 1부에서 이하나가 했던 말과 김우진 본인이 했던 말을 첨가해가며 말이에요. 식당에서 태성에게 전해들은 말과 자신이 내뱉은 말을 수십년만에 다시 듣고 김우진은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요?
그리고 저는 여기서 김우진이 2부에서 김하늘에게 했던 조언이 떠올랐습니다.
“엉? 아니, 어쨌든… 내가 조언 하나만 해 줄게. 교훈적인 말은 누구나 그럴듯하게 할 수 있는 거거든. 그런데 정작 그 말 실천하면서 사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 것 같냐? 그러니까 말이야,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는 사람보다는 실천하는 사람이 되라고. 뭔 소린지 알아듣겠냐?”
– 2부 에필로그
헌데 그런 조언을 한 당사자가 교훈과는 상반되는 인생을 살았다는 점은 아이러니합니다. 어릴적부터 올빼미로써의 삶을 살아야 했기에 그럴 수밖에 없던 걸까요?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김태성 가족과 함깨해오며 느낀 감정이 행복이었음을 죽기 직전에서야 알게되는 부분은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켜요. 아니면 행복임을 어렴풋이 알고있는데도 애써 무시해온 것이려나요?
이처럼 달의 아이들이란 소설은 여러 부분에서 아이러니를 느끼게 합니다. 긍정적인 삶과 행복을 이야기하던 이하나는 모든 희망을 잃고 김태성과의 동반자살을 선택했습니다. 이하나와의 관계에서 행복의 의미를 깨달았던 김태성은 그녀의 죽음을 견디지 못해 타락했습니다. 김태성과 대화하며 깨달음을 얻은 김우진은 그 어떠한 교훈도 실천하지 못하고 최후를 맞이했습니다. 김하늘은 비록 재기에 성공하긴 했지만, 그전엔 온갖 불행을 감당하지 못해 신념을 내버리고 말았죠.
인생이란 그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음먹은대로 되지 않고, 계획한대로 되지 않죠. 둘 다 가능한 사람이 있을진 몰라도 모두가 그정도로 강건하거나 운이 좋진 않습니다. 저는 후자가 평범한 사람을 대변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변화무쌍하고 예측불허한 점이 개개인의 인생그래프에 굴곡을 만들어내는 것이겠죠. 어떤 시련이 와도 무너지지 않는 등장인물보단 이쪽이 더 현실성이 있어서 신선하고 좋았습니다.
결국 김우진은 김하늘을 보내주고 권총으로 자살합니다. 정말로 그동안 자신의 행복이 뭔지를 몰랐던 건지, 아니면 알고있는데도 애써 잊으려 했던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적어도 그는 마지막 순간에나마 올빼미가 아닌 자기자신으로써 행동했다는 겁니다. 근데 이런 반역행위를 붉은 눈이 어떻게 보고 있을지 궁금하네요. 붉은 눈은 무자비한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자애로워 보이기도 하단 말이죠. 독자로써의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는 지점인 것 같습니다.
또다른 명장면은 김하늘이 능력을 쓰는 부분이었어요. 이 소설은 어떻게보면 능력자물인데, 능력을 사용하는 장면이 단 한번, 그것도 후반에 아주 잠깐 등장한다는게 저는 엄청 신선했습니다. 하긴 그런 사기적인 능력을 자주 등장시키면 밸런스가 붕괴되겠죠. 누가 댓글로 ‘5억년 버튼 강제로 누르게 하기’라고 하던데 저도 딱 그 생각이었어요. 이런 무서운 능력에 당한 바이퍼와 ADF 대원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 마치며
1부에서 3부에 이르기까지 시간 가는줄 모르고 재밌게 읽었습니다. 한동안 독서를 하지 않았던 제게 큰 인상을 남긴 소설이었네요. 그러나 아쉬운 점도 많았습니다.
세계관을 등장인물의 대사로만 풀어나가는 부분이 많았고, 한번에 많은 것을 담으려다보니 설정이 지나치게 복잡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종종 받았습니다. 그리고 문단이 빽빽해서 가독성이 떨어지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이건 웹소설을 고려하고 집필하신게 아니어서 그럴수도 있겠지만, 이 플랫폼의 독자들은 위에서 아래로 스크롤하며 읽는다는 점을 감안해 문단 배치를 좀더 고민하셨으면 어땠을까 합니다. 몇몇 인물들이 너무 짧게 등장하는것도 아쉽습니다. 매력을 느낄만하다가도 금세 사라져버리니 머릿속엔 물음표가 띄워질수밖에 없어요. 저는 로라와 제임스 콤비, 그리고 류웨이 팀과 바이퍼가 마음에 들었는데 후속작에선 더 자주 모습을 비추길 바랍니다.
이런 단점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소설이라 생각합니다. 방대한 서사와 독특한 세계관, 충격적인 반전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달의 아이들은 다시 읽을수록 새로운 것이 보이고, 새로운 것이 느껴지는 특이한 소설이란 점에서 그 가치가 더 빛납니다. 2회차 정주행을 마친 지금도 아직 놓친게 있진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에요. 솔직히 호불호가 갈릴만한 소설이긴 한데 저처럼 취향에 맞는다면 깊이 파고들어볼만한 작품입니다.
작품댓글을 보고 과연 이정도 극찬을 받을만한 소설인지 반쯤 의심했지만, 직접 읽어보니 정말 그런 평을 받을만한 것 같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후기를 보면 작가님이 너무 위축되어 있는 것같은데 본인 작품과 세계관에 좀더 자신감을 가지셔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정제된 느낌의 소설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그 투박함에서 특유의 담백한 매력을 느낄 수 있던 작품이었습니다. 딱 이 글 제목같은 소설입니다. 눈물나게 비극적이고, 눈물나게 아름다운 소설. 10년간 이어진 작가님의 노고와 그 눈부신 결실에 찬사를 보내며 글을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