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설명의 태그에서 많은 것을 기대하게 되는 이 작품은 작가님의 리뷰 의뢰를 받아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보통 작품을 읽다가 맘에 드는 작품을 찾으면 리뷰 글을 쓰는 편이라 이렇게 의뢰를 받으면 글의 방향을 정하는데 고민을 하게 됩니다. 아무래도 리뷰를 요청하신다는 건 글의 전반적인 감상 보다는 세세한 평이나 장단점을 분석해달라는 뜻으로 보이니까 말이죠. 하지만 불행히도(?) 이 작품은 제 취향에도 쏙 들어맞고 무엇보다 매우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평소대로 제 감상을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작가님이 작품에 달아주신 태그에서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사회파’ 와 ‘하드보일드’ 입니다. 둘 다 제가 아주 좋아라 하는 카테고리네요. 개인적인 생각으로 사회파는 딱 들어맞는 것 같은데 하드보일드와는 약간 색깔이 달라 보였습니다. 챈들러와 해밋, 로스 맥도날드까지만 접해 본 제가 단정 짓기엔 섣부른 감이 있습니다만 그냥 개인적인 감상이라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작품의 배경은 어느 한적한 시골 마을입니다. 사설 탐정으로 보이는 주인공은 한 나이 지긋한 여인에게 이웃을 조사해달라는 의뢰를 받게 되는데, 그 이웃은 괴팍한 성격의 노인으로 여인은 그가 동네의 고양이를 해치는 것 같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주변 사람들과의 탐문 과정에서 사건이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결국 알게 된 진실은 참담함 그 자체였습니다.
이 작품으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오랜만에 읽어본 정통 사회파 미스터리입니다. 짜임새는 촘촘하고 사건과 사건 간에 빈틈이 없습니다. 이건 작가님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여러 번 읽고 고치기를 반복하셨다고 볼 수 밖에 없는 세밀함이고 작품에 대한 신뢰를 높여주는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야기의 흐름은 고양이에서 사람으로, 다시 사람에서 고양이로 독자들의 시선을 끌어가는데, 이런 경우에 ‘사실 고양이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라는 식으로 같이 추리해가던 독자들의 맥이 풀리게 하는 함정이 없다는 것도 저는 아주 좋았습니다. 쉽게 말해 이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과 대화는 버릴 것이 없습니다. 왠지 사건의 초점을 흐리는 소재로 등장하는 것 같았던 ‘고양이’ 까지 말이죠.
트릭이나 진상의 의외성 보다는 사건의 개연성과 그 동기에 초점을 맞춘 사회파 미스터리는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이 모든 게 밝혀지는 결말 만큼이나 재미있다는 게 큰 장점이지요. 이 작품 또한 ‘고양이’ 라는 단서를 통해 실타래를 조금씩 풀어나가는 주인공의 행적에 눈길을 떼지 못하게 하는 흡입력이 있습니다. 특히나 결말에서 ‘아, 고양이!’ 하고 무릎을 탁 치다 보면 작가님이 작품의 전체적인 짜임새와 이야기의 흐름 사이 사이를 잇는 이음새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를 알게 됩니다.
200매에 가까운 적지 않은 분량을 순식간에 사라지게 만드는 가독성에 읽고 나면 왠지 가슴 한 켠이 물렁해지는 묘한 경험까지 겪게 해주는 좋은 작품이니 브릿 G의 미스터리 애호가 분들께는 꼭 한 번 권할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개인사 때문에 브릿G 작품을 예전만큼 읽지 못했는데 이렇게 의뢰를 받은 작품이 제 취향이라니 참… 처음 가 본 동네에서 옛 친구라도 만난 기분입니다.
나름 비평가의 자세로 작품의 단점이나 개선하면 좋을 부분 같은 걸 억지로라도 찾아보려 했으나 아직까지는 찾지 못했으니 굳이 만들어서 적지 않으려 합니다. 좋은 작품을 마냥 좋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참다운 브릿G 리뷰어의 특권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