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독자는 작품을 읽을 때, 자신의 아는 지식이나 취향, 혹은 살아온 궤적대로 해석하곤 합니다. 따라서 친절하게 모든 걸 다 설명하지 않는 작품일 수록, 독자는 거기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마련이죠. 이 오두막이라는 작품도 저에겐 그랬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해석할 수 있는 작품을 좋아하기도 합니다.
우선 이 작품의 장점을 말하자면, 모든 장면들이 대사 없이도 화면만으로도 설명되는 영화처럼 비주얼이 강하다는 점입니다. 아름다운 풍경, 그 안에서 나타난 기이한 오두막, 마지막 그곳에서 내려올 때의 변화까지. 감정을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보여주는 화면만으로 다 느껴지는 듯 합니다.
저는 이 작품을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물론, 작가님께서 말하고자 했던 방향과 다를 수 있지만 너그럽게 보아주세요.
마지막, 오두막에서 내려오는 소년이 갑자기 오두막을 벗어나자 점점 노인으로 변화하며 30층 고층빌딩이 보이는 방 안에 있었다는 표현으로 볼 때, 치매 노인의 상태가 생각났습니다. 오두막은 주변의 알 수없는 상황으로 부터 자신을 보호할 침대 위고, 그곳에 있으면 아무도 자신을 건드리지 않고 먹을 것도 고이 가져다 주는, 그런 상황 말입니다. 따라서 시작부터 이어진 설원이나 사냥, 늑대 등은 주인공이 기억을 잃어버리고 처하게 된 고독감, 그로인한 위험을 비주얼로 승화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주인공은 안전을 위해 고립을 선택했고, 그곳에서 그는 평안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어느날 오두막에서 나와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잠시나마 치매의 상태에서 벗어난 것이겠죠. 실제로 스트레스가 치매 상태에 영향을 준다고 하니, 잠깐이나마 돌아와서 현실을 직시한 장면이 아닐까 상상해 봤습니다. 하나의 아이디어지만, 그 아이디어로 반전과 충격을 주려는 시도는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작품을 읽는 동안 이렇게 하면 조금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부분들이 눈에 밟혀, 작품이 올라왔을 때부터 왜인지 모르지만 여러 번 읽게 되었습니다. 좋은 아이디어라 하더라도, 그것을 어떻게 전달하느냐, 혹은 사소한 부분들이 밟히지 않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게 작품의 완성도에도 영향을 끼치니까요.
제가 읽으며 눈에 밟힌 부분들은 다음 부분입니다. 물론, 다른 분들은 상관 없이 재미있게 읽으셨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어디까지나 작품에 대한 제 개인적인 의견이니, 공감이 가시면 그렇구나 하시면 되고 그게 아니면 그랬구나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1. 설원 사냥 묘사에 대한 현실성
독자가 뒷부분에서 충격을 제대로 받으려면, 앞부분에서 계속 이어지는 설원과 소년의 사냥 이야기가 설득력을 주고 현실성이 있어서 빠져들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앞부분에서 여러가지가 현실성이 조금 떨어져서 몰입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아래 묘사된 모습들은 현실적으로 느껴지게 하려고 했다기 보다는, 그저 그 비주얼과 단어가 가진 감성에 집중한 것으로 느껴집니다. 비주얼 묘사는 좋았지만, 몰입이 되지 않는다면 좋은 묘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가 해석한 내용에 비추어 보아도 일부러 조금 꿈같이 비현실적으로 묘사하셨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부분에서 현실적인 묘사를 그려야 반전이 더 느껴질 것 같습니다.
*북극성
구름이 낀 날씨에도 혼자 빛나고 있다면 그것은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일 것입니다. 하지만 북극성은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이 아닙니다. 가장 밝은 별은 시리우스(천랑성)입니다.
*도끼
이 부분도 의아했는데요, 도끼는 사냥을 하기에 적절한 도구가 아닙니다. 사냥은 귀가 밝은 동물들에게 들키지 않는 먼 거리에서 죽여야만 가능합니다. 이곳에서 계속 살았을 것 같은 소년이, 사냥을 해야한다며 도끼를 드는 모습이 굉장히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활이나 총이었다면 어떨까요? 혹 도끼가 주는 어떤 상징이 있을까 싶었지만, 마지막까지도 굳이 도끼여야 할 이유는 찾지 못했습니다.
*늑대
여기서 주인공을 쫓는 한마리의 늑대가 나옵니다. 하지만 늑대는 혼자 사냥을 하지 않고 개과 동물답게 반드시 무리지어 사냥합니다. 그리고 늑대는 개보다도 덩치가 커서 어지간한 사람이 상대하기 힘든 맹수입니다. 어린 여자가 칼을 휘두른다고 목을 벨 수 있을 정도로 약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소년보다 어린 여자가 등장해서 늑대에게 겁을 먹게 만들고 죽이는 모습은 굉장히 비현실적이었고, 사실 여기서부터 이게 진짜 설원이나 사냥의 모습이 아니라고 느껴졌습니다. 의도하신 걸 수도 있겠지요. 이 뒤의 일들은 점점 비현실적으로 변해가니까요. 하지만 여기서는 긴장감과 몰입을 위해 현실적인 묘사를 했으면 어땠을까합니다.
*사다리
주인공은 사다리를 늑대가 떨어트린 후, ‘사다리가 없어서 내려가지 못한다’라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에 갑자기 오두막에 위치한 사다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가져옵니다. 이 사다리에 대한 묘사와 감정은 이 소설의 클라이막스를 허탈하게 만들어버립니다. 아무리 이 부분이 환상이라고 하더라도, 어느정도 그 안에서 핍진성이 필요하고 감정이 연결되어야 합니다. 사다리를 발견하고 놀라고 허탈해 한다던지 기뻐한다던지 하는 방식으로요. 또는 굳이 사다리가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내려오려고 시도하는 것도 괜찮겠죠. 마지막 오두막에서 나오면서 변화하기 전, 주인공의 고독해 하면서도 점점 안도감을 느끼는 이상한 감정이 독자에게 잘 전달되려면 여기까지 주인공의 감정과 상황을 현실성있게 묘사해야 한다고 느껴집니다.
2. 문장의 완성도
안타깝게도 작품 속 문장이 정리되지 않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예를 들어 주인공을 표현할 때 ‘소년’과 ‘그’가 혼용되고 있는데, ‘그’는 조금 나이든 남자를 연상시키므로 헷갈립니다. 혹 뒤에 나올 반전을 위해 일부러 의도하신 표현이라면, 하지 않으시는 게 훨씬 반전에 도움이 될것 같습니다.
‘고요함이 깨졌다’라는 문장은 앞서 이어진 고요함과 늑대와 주인공과의 긴장이 끊어지는 장면인데 너무 설명이 부족하고 독자에게 그 긴장을 전달해주지 못하는 표현입니다. 적어도 ‘파팍! 늑대가 달려들며 고요함이 깨졌다.’와 같이 상황 설명이 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얼마나 뛰었는지는 아무래도 좋았다. 도끼는 집어던진 지 오래였다. 사냥같은 것도 아무래도 좋았다.’ 이 문장은 ‘아무래도 좋았다’가 두번이나 반복되어 좋지 않은 구성인데, 사실 ‘아무래도 좋았다’가 상황이나 감정과 맞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좋았다’라는 말은 보통 기분이 좋은 나머지 다른 것들은 뒷전이 되는 감정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살기 위해 뛰는 것 말고 다른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 상황인데, 이때는 담백하게 ‘얼마나 뛰었는지 알 수 없었다.’ ‘사냥 같은 것도 잊어버렸다.’와 같은 표현이 더 맞지 않을까 합니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빛의 근원지를 찾을 수 없었다’는 불필요한 문장 같습니다. 빛을 향해 달려가고 있고, 바로 오두막을 찾았기 때문이고, 빛이 앞에서 보이는데 빛의 근원지를 찾는다는게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왼쪽 눈은 더이상 사용할 수 없었다”오른쪽 눈도 멀어버린 느낌이다’라면서 눈이 거의 먼 것처럼 묘사를 했는데, 바로 다음에 창문 밖의 30층 빌딩들을 본다는게 이상해보입니다. 30층이라는 묘사도 조금 이상하고요. 그정도 높이라면 베란다까지는 가서 아래를 내려다봐야 몇 층인지 알수 있을테니까요. 굳이 필요한 묘사인것 같지 않습니다. 혹은 다른 방식으로 표현해도 될 것 같습니다. ‘오두막에서 나오면서 시야는 흐릿해졌다. 흐릿해진 시야로 보이는 창문 너머에는 높은 건물들이 보였다’와 같이 말이죠.
3. 미스테리의 미해결
여기서는 짧게 ‘그건 환상이었어’ 혹은 ‘이 오두막은 뭔가 초현실적인 오두막이야’와 같은 인상만 주기에는 허탈감이 드는데, 그건 앞에서 나온 설원, 늑대, 소녀, 동생, 두 남자, 사다리, 육포등과 같은 인물과 물건들에 대한 상징이 분명 있을 것 같은데 하나도 설명해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짧은 단편일수록 그 안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은 아주 촘촘하게 군더더기 없이 쓰여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안타깝게도 마지막 반전과 비주얼 묘사에 치중되느라, 나머지 사건과 인물에 대한 무게를 오히려 가볍게 만들고 말았다고 느껴집니다.
아무리 열린 결말이라 할지라도, 앞에서 보여줬던 사건과 인물에 대해 생각할 여지를 남겨두는 게 좋지 않을까요? 예를들어 창문을 보기 전 ‘늙어버린 나보다 세살은 어려보이는 늙은 할멈이 걱정스럽게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흰가운을 입은 두 남자가 소리를 듣고 방으로 달려왔다. 나는 얼이 빠진 채로 창문을 바라보았다.’와 같은 문장이면 충분히 열린 결말이면서도 생각할 여지를 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이런 제가 이 작품을 위와같이 해석했기 때문에 넣은 문장입니다. 작가님께서 다른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으셨다면, 다른 문장으로 더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보통 작품을 보고 리뷰할 때, 이렇게 상세하게 문장 하나하나 짚어가며 분석리뷰를 하진 않습니다. 그건 작품이라는 건 작가 고유의 영역이고, 어떤 작품이라도 그것으로 존중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작품을 쓰신 분에게도 무례가 될 수 있고요. 하지만 이 작품을 보고, 이런 부분에서 다듬어진다면 조금 더 완성도 높은 작품이 되지 않을까 감히 생각해서 이렇게 분석리뷰를 달아봅니다. 그저 이런 의견이 있다는 정도로만 생각해주시고, 장점을 살리셔서 앞으로도 좋은 작품 많이 써주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