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가는 걸 좋아하나요 그럼 읽어 감상

대상작품: 도서연체의 말로 (작가: 유우주, 작품정보)
리뷰어: 일요일, 10시간 전, 조회 26

책 읽는 사람들에게 도서관은 천국이다. 돈을 내지 않아도 좋아하는 책을 마음껏 볼 수 있고 골라서 몇 권은 빌려서 집에 가져갈 수도 있다. 그리고 보고 싶은 책을 신청하면 희망도서라는 이름으로 책을 대신 구매해 제일 먼저 신청자에게 빌려주기도 한다. 이런 천국같은 시스템을 이용하면서 이용자들이 지켜야 하는 약속은 단 하나, 바로 제 때 책을 반납하는 것이다.

유우주의 <도서 연체의 말로>에는 그리고 책을 제 때 반납하지 않은 사람을 위한 강력한 처벌이 기다리고 있다.

곰돌이머리, 인형의 집, 보냉백머리를 한 수상한 자들은 도서를 연체한 주인공을 납치한다. 그렇지만 상황은 다소 유쾌하다. 아무도 납치에 집중하고 있지 않다. 주인공도 납치범들도 그저 책 얘기를 하기 바쁘다. 자기가 처한 상황과 책을 연결시키고 그 이야기를 알아듣는 오타쿠적 대화가 끊임없이 오간다. 책을 사랑하고 도서관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도서연체란 얼마나 위중한 사한인가? 도서연체라는 행위를 저지른 주인공에게는 합당한 벌이 필요하다는 식의 과장은 유쾌하고 명랑하다.

주인공은 자신의 상황을 파악하며 자신이 읽은 납치와 감금에 관한 소설들을 떠올린다. 납치범들은 주인공이 읽은 책이 무엇인지 전부 알고 있다. 주인공이 자신이 읽은 책을 인용하여 항의를 하면 납치범들은 만족이 느껴지는 말투로 주인공을 칭찬한다. 그러나 그 칭찬과는 별개로 도서 연체라는 무시무시한 일을 저질렀으므로 벌은 받아야 한다는 식이다. 그들의 대화는 진지하다. 그래서 더 웃기다. 책에 누구보다도 진심이고 진지한 사람들이 나누는 이 웃기는 대화의 끝에는 주인공이 받아야 할 형벌에 대한 기대로 점차 고조된다. 이야기의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유지했다가 팡 터지는 순간에는 웃음이 날 수밖에 없다.

도서관을 이용하며,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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