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푸푸.”
잠에서 깬 것처럼 정신이 들었다. 마치 누가 나를 물속에서 갑자기 끄집어내기라도 한 것처럼 갑자기.
멍한 머리를 굴려 가며 상황을 파악하려 애썼다. 나를 비추는 원뿔형의 조명을 제외한 주위는 온통 암흑뿐이었다. 이 공간이 얼마나 넓은지는 모르지만 밀실 상태인 것은 확실했다. 바람 한 점 없이 공기 중에 떠다니는 오래된 먼지와 쾨쾨한 종이 냄새 때문에 코가 간지러웠기 때문이다. 시야가 얼기설기 엉망이다. 헝클어진 머리칼이 눈을 가리고 있었다. 머리를 정리하기 위해 손을 올리려던 그때,
“어?”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절대적인 힘이 나를 꽁꽁 붙들고 있는 느낌이었다. 몇 번 움직거리다 아래를 내려다보고 경악에 찬 신음을 흘렸다. 두 팔이 의자에 단단히 결박되어 있었다. 팔뿐만이 아니었다. 두 발목도 의자 다리와 묶인 채였다. 벗어나려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보았지만 꼼짝도 않았다. 나는 공포에 찬 숨을 몰아쉬며 팔다리를 펄떡거렸다.
“저기요! 누구 없어요? 이것 좀 풀어 주세요!”
하지만 몸부림을 칠수록 손목을 묶은 가죽끈은 더욱더 피부를 옥죄어 올 뿐이었다. 나를 동여맨 것이 평범한 노끈이 아니라 정교하게 만들어진 벨트라는 점이 가장 마음에 걸렸다. 『꽃과 뼈』, 『양들의 침묵』, 『서바이브 더 나이트』, 『브이 포 벤데타』. 떠올리기만 해도 뱃속이 울렁거리는 갖가지 책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정수리부터 식은땀이 주욱 쏟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