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추억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장르와 태그를 보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들어왔지만, 그래도 이 제목 하나만 믿고서 도전했던 작품을 끝까지 다 읽고 나니 어디가?! 소리가 절로 나오며 휴대폰 화면으로 뭔가를 촬영할 때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게 찍히지 않을까 신경 쓰였습니다…. 추억도 이 작품을 알면 아닌 것 같다고 말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오컬트 동아리 이름이기도 한 ‘코스모노미콘의’ 추억이니 어쩌면 그 존재에게는 추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추억이 주는 아련하고 씁쓸하면서도 달콤한 인상 때문에 제가 편견을 가지고 접근했던 거죠….
천문부인 줄 알았는데 오컬트부였다! 가벼운 오해와 짝사랑하는 아이를 찍은 영상을 보며 이 글을 쓰는 도입부가 다시 봐도 풋풋함을 그리워하는 느낌이어서 이 부분만 보면 정말 추억담 같습니다. 아니, 추억이라는 단어에는 단지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한단 뜻밖에 없지만, 학창 시절, 모든 게 불안하고 흥미롭고 어지러우면서 선명하다는, 제겐 없더라도 미디어에서 많이 접하는 10대 후반의 표상이 있잖아요? 괴담을 화면으로 보여 줄 수 있는 증강현실 앱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만 해도 분명 그랬습니다.
그림판으로 그린 듯이 짜글짜글한 이미지에 폭소를 자아냈던 앱이 그럴싸해지고, 거기다 버그로 의도하지 않은 곳에서도 튀어나와도 희연이가 즐거워하니 괜찮았습니다. V콘에 푹 빠진 희연이를 보며 소외감에 부루퉁해진 화자도 귀여웠고요. 그런데 별을 보겠다며 밤중에 학교를 단둘이 갈 때부터는 더는 사랑으로도 덮을 수 없을 만큼 공포 분위기가 짙어지더니, 기어코 괴담의 정체를 밝히려던 희연이가 비명을 마지막으로 실종되기까지 하자 걷잡을 수 없이 끔찍한 현실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역으로 용감해진다던가요. 화면을 끄면 되는 저와 달리 어디에도 도망칠 곳이 없었기에 화자는 학교가 기억하는 악몽에게 덤빈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야기는 희연이를 화자가 찾아나서기 전에 본 지오맨시 점의 해석으로 끝납니다.
“다 읽었니?”
이 대사에 큰따옴표가 없었으면 아마 저는 놀라서 휴대폰을 놓쳤을지도 몰라요…. 이제부터 희연이와 마주하는 이야기를 볼 줄 알았는데 갑자기 독자인 제게 말을 걸었다고 생각했거든요. 영화 속 등장인물이 화면 밖 저를 빤히 쳐다보면 무섭지 않나요? 딱 그런 기분이었습니다만 금방 다른 인물이 나와서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게 실제로 일어났던 일을 각색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쓴이는 죽었다는 소식에는 전혀 안심할 수 없었죠….
작품은 임시 절차가 따로 있을 만큼 능숙하게 각색한 원고를 봉인하며 마무리됐는데, 차분하고 침착한 선생님과 다르게 작품을 다 읽은 저는 “뒤에.” 같은 말이 들릴까 봐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특히 이 작품도 각색한 원고와 동일한 기능을 하기 위해 적힌 게 아닐까?! 같은 생각이 들고 난 다음에는 일부러 다른 작품들을 찾아 읽고 그랬어요…. 역시 기억은 기억으로 덧씌우는 게 효과가 좋더군요!
꿉꿉한 이 여름에 읽기 좋은 서늘한 공포 소설이었습니다. 시력이 안 좋아서 저화질로 보이는 제 세상이 좀 더 오싹해지기도 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