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에서 이계의 악마를 깨우다 : 그런데 악마가 누구인지 모르겠음… 공모(감상)

대상작품: 북녘에서 이계의 악마를 깨우다 (작가: 앰버향, 작품정보)
리뷰어: 나는북, 2시간 전, 조회 10

정말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독자로서 이 작품을 완벽하게 정독했다고는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읽다가 도저히 집중이 불가능해지는 구간도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이 작품에서 독자가 탈주한다면, 그럴 만한 포인트는 직관적으로 몇 개 짚어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일단 제목부터가 직관적이지 않습니다

 

작품을 읽게 되면 제목이 말하는 바가 뭔지는 짐작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작품을 읽기까지 손이 잘 가지 않습니다. 왜냐면, 제목만 봐서는 이게 웹소설의 흔한 이세계 전생물인지, 중세 판타지인지, 현대 판타지인지, 뭔지…제목으로 표방하는 장르 성향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까 오히려 잠재 독자는 놓치고, 독자층이 될 수 없는 사람들이 들어왔다가 ‘어 뭐야? 내가 생각하는 그게 아니네?’하면서 나가버릴 것 같습니다.

저조차도 클릭해서 ‘북한이 배경이라고…’라고 생각했으니까요.

 

2. 소설의 시공간적 배경이 잘 와닿지가 않습니다.

 

북한 여행을 간다고 해서 ‘과거인가?’했지만 다시 보니 통일 후 북한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통일한 지 1년도 아니고 십수 년이 지났는데도 북한 주민들은 미디어에서 묘사하는 전형적인 북한 주민의 화법과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데, 위화감이 장난이 아닙니다. 이들이 통일 후 남한 사회에 동화되려고 하면서 겪는 어려움이라든지, 그 과정에서 겪는 마찰이라든지, 여러 가지 층위의 갈등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북한 여성이 살해당했다는 이유로 ‘남조선 자본주의자’ 운운하는 내용이 나오는 등, 남북한 주민간 이념 차이나 갈등이 굉장히 일차원적이라는 느낌을 금할 수 없습니다.

 

북한에서 기존 주민들도 이미 장마당을 통해서 어느 정도 자본주의 경제에 익숙해져 있으며, 북한 체제에 회의적인 시각이 늘어가는 처지에 통일 후 십여 년이 지났는데 남한 주민이 아닌 자본주의 경제 자체에 적대감을 가지고 응집한 세력이 등장합니다. 예, 뭐 있을 수도 있겠지만 소설 내에서 그다지 핍진성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물론 작중에서도 “북한에 아직도 이런 곳이 있다고?”라는 대사가 나오기는 합니다만…그것과 별개로 “애초에 통일됐는데 이런 곳이 있을 수가 있나? 현재 북한이라고 하더라도 이 정도인 곳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몰입을 방해해서 잘 읽히지가 않았습니다.

 

전반적으로 이 소설 속 2043년 통일된 한국의 묘사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아무리 봐도 현실적으로 이럴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만 계속 듭니다. 일단 이렇게 독특한 시공간을 잡은 작품은 작품의 배경을 독자들에게 납득시키는 걸 실패한 순간부터 굉장히 치명적입니다.

 

3. 작품의 갈등을 이끌어나가는 메인 빌런이 도대체 뭔지 알 수 없다

 

작품의 빌런이 꼭 사람일 필요는 없습니다. 부당한 시스템일 수도 있고, 자연재해일 수도 있고, 동물일 수도 있죠.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주인공 일행에게 적대적인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1. 일단 두 사람이 레즈비언이라고 차별하고 모욕하는 사람들의 시선

2. 향미가 북한 여자라는 이유로 약까지 먹여서 성폭행하는 남한 남자들

3. 향미 자기 자신이 과거 때문에 가지고 있는 뿌리 깊은 트라우마

4. 두 사람이 남한에서 왔다는 이유로 적대하는 북한 주민들

5. 그 배후에서 진행되고 있는 매드 사이언티스트의 무시무시한 음모

 

한마디로 주인공 일행에게 조력자는 딱히 보이지 않고, 두 사람은 북한이라는 시공간과 주민, 여성이고 동성애자에 이방인이라는 사회적 편견까지 그야말로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것에게 두들겨 맞고 있습니다. 물론 상관없습니다. 많은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등장인물의 외적 갈등과 내적 갈등은 함께 진행되니까요. 그런데 여기서는 모든 게 한데 뒤엉켜있어서 서로 제대로 분리하기도 어렵거든요…

 

겉보기에는 하나의 엄청나게 복잡한 갈등이 주인공 일행을 후려치는데 자세히 뜯어보면 꼬여있던 게 가닥가닥 엮여있는 것이고…이것이 어떻게 잘 해결이 될 수 있을지 짐작조차 잘 되지 않습니다. 그냥 엄청나게 막막한데 등장인물들은 쉴새없이 숨막히게 뜀박질을 하는 느낌이에요.

 

북한에서 쫓기는 다급한 상황에서 현재와 과거의 회상을 오가면서 저 모든 복잡한 갈등이 나타나고 있으니, 뭐가 제일 중요한 갈등인지 독자로서도 정신이 없어 파악하기 쉽지 않습니다. 혹은 작가 분의 의도를 파악은 했는데 흥미롭다고 볼 수가 없는 것입니다.

 

4.  무섭거나 기괴하고 소름끼치도록 넣으신 연출 같은데 무섭지가 않습니다.(+ 대사 문제)

 

이건 개인차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김일성 유령이 몇번이고 “세광 동무 배고파…” 하면서 징징대는 장면은 당혹스럽습니다. 엄청나게 뚱뚱한 알몸의 김일성 유령이 매일 밤 찾아와서 배고프다고 밥을 요구하는 장면에서, 개인적으로는 실소가 나왔는데요…충분히 소름끼칠 수 있는 장면이지만, 대사가 유아적인 투정이나 옹알이잖아요. 계속해서 반복되다 보니 김일성이 유아적인 말투로 밥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나오는 기괴함조차도 반감되면서 그냥…웃깁니다.  거기다가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죽여버리는데, 김일성은 그것마저 맛있겠다 라며 달려드는데요. 이게 풍자라면 굉장히 단순하고 싸구려 풍자로까지 읽힐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 외에도 대사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좀 있는데, 실제 살아있는 인물이 대화하는 것 같지가 않아요. 다들 대화가 몹시 딱딱한 문어체입니다. 그리고 다소 반복되기도 하고요. 예시를 들자면

 

“살인자. 엄마를 죽인 살인자. 너는 엄마를 또 죽였어.”

 

이런 식의 대사가 결정적인 순간이 매번 나오기도 합니다.

 

그거 말고도 둘이 싸울 때도 이런 식이에요.

 

“내가 싫어졌어? 내가 싫어진 거야?”

 

“왜 대답 안 해? 날 사랑하지 않는 거야?”

 

“그만해.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잖아.”

 

“네가 평양에서 만난 그 남자하고 자는 꿈을 꿨어.”

 

“네가 싫어진 게 아니고, 네가 이상해진 거야.”

 

이런 식의 대사가 이어지는데요. 전반적으로 연출의 문제는 대사 때문이리라고 생각이 될 정도입니다. 대사를 조금 개선을 하실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대사만 읽어도 누가 누구인지 구분이 될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지금의 대사는 너무나도 톤이 밋밋해요. 왜냐면 다들 대사가 문자 그대로의 의미만 있고 심층적인 부분은 1도 없기 때문입니다. 네가 남자랑 바람 피우는 꿈도 꾸고, 난 지금  의처증 걸렸다고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5. 캐릭터가 별로 매력적이지가 않아요.

 

좀 가혹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습니다만, 등장인물이 여주인공 2명에 레즈비언이라는 부분이 진지한 설정이라기보다는 최근 pc 열풍에 힘입은 소수자 캐릭터 설계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도식적이고 정형화된 딱딱한 느낌입니다. 심지어 이들을 둘러싼 갈등조차도 그래요.

 

키스하는 걸 봤다고 “저 애미나이들은 호모입니다. 저런 퇴폐적인!” 같은 취급을 받는 것도 그렇고요. 거기다가 약물에 취해서 윤간당하는 상황에 놓이는 것도 그렇고, 소수자라는 이유로 받는 차별이라는 게 굉장히 직접적이고 단순하고 뻔한 것들로만 채워져 있고 그 이상은 없습니다.

 

우리는 약자가 학대받는 상황만으로도 화가 나고 그 인물에 공감할 수 있어요. 많은 작품이 선한 인물을 보여준 다음 그 인물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우리를 즉각 이입시켜버리니까요. 그런데 그것도 캐릭터가 캐릭터로서 존재할 때의 일이지 이 작품의 캐릭터들은 설정만 존재하는 뼈대와 같은 인물들입니다. 성격은 어떤지, 말투는 어떤지, 취미는 뭔지, 같이 수다 떨면 재미있을지 없을지…이런 걸 생각해보면 그냥 첫부분에서부터 막혀버려요.

 

예나랑 향미는 레즈비언 커플인 걸 빼면 어떤 인물인가? 저는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그냥 피상적인 캐릭터로만 읽혀요. 엑스트라면 딱히 상관이 없는데 주인공인 애들이 이러고 있으니까…감정이입이 안 되는 게 문제입니다.

 

6. 독자가 이 이야기를 왜 읽어야 하는가?

 

스스로 소설 + 웹소설의 중간이라고 하셨는데, 어떤 부분에서 그렇게 말씀하셨는지 모르지만 웹소설적인 느낌은 전혀 없습니다. 지금으로서는 매 편이 끊어지는 부분조차도 웹소설적인 설계는 전혀 보이지 않구요.

 

이 소설은 스릴러인지, 호러인지, 미스테리인지, SF인지, 전부 다 합쳐놓은 것인지 지금으로서는 감이 잘 오지 않습니다. 그렇다 보니 예상 독자층이나 마케팅 방법도 미궁으로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분명히 이 이야기는 기발한 발상으로 가득합니다. 새롭고 기존에 없던 조합입니다만, 어떻게 하면 수요를 만드실 건지 고민이 좀 필요해 보입니다. 단순히 새로운 시공간이고 거기에 레즈비언 여주인공 2명을 가져다 놓는다고 수요가 생기지는 않을 겁니다. 독자에게 소재보다도 더 중요한 건 스토리텔링이니까요.

 

회빙환은 맨날 나오는 게 회빙환이어도 웹소설 독자들은 그걸 봐요. 왜냐면 재미있으니까요. 아는 맛이 제일 무서운 거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이 소설은, 모르는 맛입니다. 주인공 두 명이 여자에 레즈비언이라는 점은 플러스보다는 감점 요인이 될 가능성이 더 클지도 모를 정도로요. 북한 다룬 매체 중에서 남자들끼리 첩보물 찍거나, 사랑의 불시착처럼 아예 멜로로 가는 작품들은 꽤 있지 않습니까. 여자 두 명에 레즈비언은 어떻게 해도 대중적으로 소화하기 대단히 까다로운 조합입니다. 그런데 지금으로 보자면 퀴어물로서 독자층을 형성하기도 애매해 보입니다. 이 모르는 맛의 수요를 어떻게 창출할 것인가, 심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봅니다.

 

일개 독자로서의 의견이니 제 취향이나 편견이 반영되어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28편까지 읽은 제 입장에서 감히 말씀드리건대…이 작품은 지금 이대로 가신다면 재미라는 측면에서는…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거라고 보기 힘듭니다.

 

하다 못해 스토리가 산으로 가거나 주제의식이 이상한 작품조차도 뭐 하나 반짝이는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최소한 다음 편이 궁금할 정도의 재미는 있다면 읽는 사람은 계속 있겠지만…이 작품은 지금으로서는 다음 내용이 궁금해지기에는 전반부 내용조차도 잘 머릿속에 들어오지가 않습니다.

 

 

7.결론

 

장편을 쓰는 건 분명히 어렵습니다. 저도 지금 쓰다 쓰다 처음부터 다시 써야겠다는 생각에 다 날리고 완전히 0에서부터 시작하고 있는 내용이 하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칭찬 하나조차도 없이 계속 문제점만 나열하면서 마음이 편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작가분도 진지한 피드백이 필요하셔서 리뷰 공모를 거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최대한 문제점 위주로 짚어보았습니다. 자게에 꾸준히 글을 쓰시는 걸 보면 작품에 대한 애정이 크신 것 같습니다. 위와 같은 부분을 조금 더 검토하신다면 작품이 보다 독자친화적인 방향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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