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비주류 주인공의 수사극 만큼 효과적으로 그 세계관의 비틀림을 잘 보여 주는 구도는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어떻게 봐도 2편일 글을 1편보다 먼저 봐도 세계관을 이해하는 데 지장이 없었고, 무엇보다 사건 해결이라는 확실한 목표가 있어서 낯선 양식의 글이어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모두가 편리하게 사용하는 기술을 의심하고 사용하지 않는 수사관은 영화 『아이, 로봇』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비록 주인공인 이하는 델 형사보다 의욕이 없고, 기능자를 불신하다 못해 증오할 만한 사건을 겪은 건 아니지만요. 그다지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는 일련의 살인 사건의 피해자는 도무지 연관성이 보이지 않지만, 황상의 직속 보안 관리자라 자칭하는 금오위가 개입함으로써 제국이 중요시 여기는 것과 관련있음을 확실히 증명합니다. 뭘 해도 기존 질서의 존속과 관련된 중요한 사건이 일어나고 마는 게 단편의 즐거운 점이죠! 그래서 이론성리학자들을 살해하는 사악한 기능자와 관련이 있을 법한 수수께끼의 유생과 끝내 접촉에 성공합니다만-
하하! 아직도 결말 부분이 웃겨요. 비주류인 게 은근히 켕기던 이하가 리고 기고 성이고 공리고, 그런 대단한 게 없어도 살아갈 수 있다고, 내가 그렇게 살아왔다고 내내 누구한테도 말 못하던 속내를 와르르 쏟아낸 것을, 그 사회와 체제 아래서 정말 잘 사는 유생과 금오위는 어이없어 하지만, 마찬가지로 성이 없다며 사람과 똑같거나 그 이상의 능력을 가져도 도구로만 취급됐던 기능자들은 일부 동의합니다. 삶을 걸고 한 말이 통해서 다행이었어요. 걸고서 외쳤는데도 그래서요? 당신과 제가 같습니까? 같은 반박을 받으면 무안해져서 어디든 숨고 싶지 않겠어요? 그런데 그걸 일이 다 끝나고 나서, 그간 냉철하게만 보였던 한유가 결국, 끝내, 지적하고 말았다는 게, 그래서 이하가 둘도 없이 쪽팔려 했다는 게 재밌었습니다. 이때부터는 대사마다 줄 바꿈이 되면서 시각적으로도 숨통이 좀 트였고요!
성리학이 주제라 리 없는 우주, 성 없는 인간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체 없는 용이 있어 기쁩니다. 과연 두 사람과 유생은 어떻게 변했을지, 제국이 쌓아 올린 이 세계가 어떻게 마무리 될지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