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한 줄로 이렇게 요약해볼 수 있습니다. 언니도 사실은 좋은 사람이었어 제목 부제로 달아놓은 유명한 클리셰, 흔히 ‘세탁’이라고 불리는 클리셰가 이 소설의 핵심 서사입니다. 무책임하고 마이웨이에 무대포적인 언니 유성을 찾기 위해 동생인 혜성이 고군분투하며, 그 끝에 언니가 남긴 세 가지 의문을 모두 해소하며 초반에 제시된 ‘무책임’ ‘마이웨이’ ‘무대포’는 모두 반박되고 뒤집어집니다. 그리고 그걸 풀어내기 위한 서사적 장치로서 토르카와 우주전쟁이 등장합니다. 그렇기에 이 소설의 핵심 서사는 언니에 대한 오해를 해명하고 실체를 규명하는 일이지만, 주제의식은 언니를 찾기 위한 수단인 토르카에 묶여 있습니다. 그 외엔 워프를 위한 별난 물질, 별난 물질이 생성되는 블랙홀, 블랙홀이 만들어내는 사건의 지평선과 워프를 이용한 시공간의 역설까지. 곳곳에 부단히 조사하고 반영하려 한 흔적이 보이는 건 덤입니다. 토르카는 이 우주에서 워프를 가능하게 하는 아주 특수한 생물이고(저는 반투명한 민달팽이로 상상했습니다), 인류는 ‘토르카’를 길들여 우주전쟁의 핵심 축으로 써먹습니다. 그렇기에 토르카를 다루는 토르카 감응관은 모두 임관한 군인으로 나옵니다. (물론 말이 군인이지, 임관한 혜성의 위계질서 인식은 군대보단 회사에 가깝습니다.) 혜성의 목표는 하나입니다. 열악한 카이퍼 벨트를 벗어나 지구에서 해양학을 전공하는 것이죠. 그를 위해선 한 가지 장애물을 넘어야만 했습니다. 토르카 감응관이었던 언니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아내는 게 그녀에게 주어진 시련이었습니다. 즉, 혜성에게 있어서 자신의 목표와 자기에게 주어진 시련은 전혀 무관한 것이었습니다. 진실을 알기 전까지는요. 결국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혜성의 목표, 소설의 주제의식(반전反戰, 동물권 등), 서사적 흐름은 모두 언니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는 것으로 성취되고, 해결되고, 해명됩니다. 혜성이 꿈꾸던 계기가 됐던 경험은 사실 진짜 해양생물이 아닌 토르카의 유체를 봤던 것이고, 언니는 자기만을 생각하지도 않았고, 생각없이 일을 저지른 것도 아니었으며, 토르카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고 있었습니다. 이로써 언니를 둘러싼 문제가 해결되며 언니는 나쁜 녀석이 아니라 좋은 녀석이 됩니다.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작중에서 언니는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즉, 언니에 대한 오해는 동생인 혜성이 일방적으로 해소한 것이며, 일방적으로 용서한 것에 가깝습니다. 혜성의 오해와 별개로 언니 유성이 무책임한 면이 있던 건 사실이며, 동생에게 말해주지 않은 것에 이유는 있을지언정 동생이 받았던 상처와 고통이 없던 것이 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작품은 유성의 사과 한 마디 없이 유성을 만날지도 모를 열린 결말로 작품을 마무리합니다. 서사로 볼 땐 결말에 문제는 없습니다. 서사가 추구하던 건 언니에 대한 ‘세 가지 문제’를 해소하는 일이었고, 혜성이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를 달성하고 주어진 시련을 해결하는 것이었으니까요. 그리고 그건 이미 작중에서 전부 다뤄졌습니다. 그리고 그렇기에 ‘등장하지 않는 언니’에 대한 용서는 다소 감상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자매의 갈등과 화합이 한쪽의 일방적인 노력에 의해서 이뤄진다는 건…… 마치 ‘언니는 잘못한 게 없고 동생이 일방적으로 잘못한 거다’라는 인상을 줄 수 있으니까요. 그렇기에 결말부에 언니가 자신과 같은 결정을 할 동생을 위해 남긴 ‘사과의 말’이 나오던지, 진짜로 언니와 만나 동생에게 사과하는 장면이 있고, 동생은 “그런 건 진즉에 용서했다”며 언니를 품어주는 장면이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입니다. 바꿔말하면 이 부분에 대한 아쉬움만이 마음에 걸릴 만큼 나머지 문제에선 꽤 자유로운, 잘 쓴 작품이라는 반증이라고 할 수도 있고요.
어쩌다보니 리뷰가 늦어졌는데 기존 리뷰도 있고 추천작에도 뽑힌 만큼 동어를 반복하기보단 제가 느낀 아쉬움을 좀 더 풀어내는 데 집중해봤습니다.
되게 말을 많이 하긴 했지만, 이건 그냥 분석하다보니 말이 많아진 것에 불과하고, 읽는 내내 걸리적거린 것 없이 쭉 무던하게 읽을 수 있었던 작품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SF라는 장르에 과학적 사고를 기대하게 되는데, 그런 점에서도 이 소설은 제법 잘 채워줬습니다. 토르카라는 외계 생물에 대한 상상력이든, 블랙홀과 워프를 이용한 시공간 역설이든 간에요.
덕분에 좋은 작품, 재밌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