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없는 인간> 감상

대상작품: 성 없는 인간 (작가: fool, 작품정보)
리뷰어: 하얀소나기, 6시간전, 조회 3

개인적으로 ‘이것이야말로 작가의 의도다’라는 혹자의 표현을 꺼림칙하게 생각합니다. 감히 독자에 불과한 제가 옳다 그르다를 판단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결국 ‘의도’라는 말을 입에 담게 되는 구성을 보여준다는 것 자체가 불편한 동행을 강요합니다. 표면적으로는 ‘독자들의 다양한 해석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이 또한 작가의 의도입니다’라는 말을 덧붙이는 것 자체가, 작품에 마땅한 답이 있다는 역설로도 받아들여지죠. 다시 말하자면, ‘작가의 의도였다’라는 말을 하게 만드는 것 자체가, ‘너희는 내가 준비한 답을 맞추지 못 했다’며 훈계하는 느낌으로 받아들여지는 것도 이상한 게 아닙니다.

조심스러운 이야기입니다. 모두가 재밌다며 극찬하는 글에 작가의 태도를 지적하는 것 자체가, 시선이 많은 공공장소에 굳이 찾아가 목소리를 높이며 성질을 부리는 무례함으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작품이 유료 재화로 구매하는 일종의 ‘상품’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그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 입장에서 마땅히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서비스가 있는 법이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불만을 토로하면 누군가는 ‘겨우 코인 몇 개로 생색낸다’며 지극히도 당연한 비난을 던지겠습니다만, 땅 파면 돈 나오냐는 말을 입버릇처럼 말하게 되는 각박한 사회를 생각하면 그 코인 몇 조각에 생색내고 싶어지는 이기심도 뿌리가 없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고백하자면, 전 이 작품을 쓴 작가의 태도에서 더부룩함을 느꼈습니다. 당장 이 작품이 인터넷 페이지를 통해 판매되는 것을 상정했다면, 당연히 손바닥만 한 휴대폰 화면으로 접하는 것을 예상조차 못 했을 리가 없을 텐데, 이것이야말로 의도라며 애써 변명을 찾는 제 모습에 작게 회의감이 든 것도 사실입니다. 단순히 문단을 나눠 놓지 않아 가독성을 떨어뜨렸다는 것을 넘어, 독자에게 이런 불편함조차 의도를 찾게 만드는 태도가 썩 달갑게 느껴지진 않았다는 이야기도 되겠습니다.

혹자는 이런 작품에 대해 ‘그렇게 의도가 훌륭하면 혼자 쓰고 혼자 보지 왜 남들 다 보는 곳에 전시하냐?’면서 부질없는 비난을 던집니다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담벼락의 개구진 낙서조차 누군가에게 보여준다는 의도를 가지면서 가치를 인정받듯이, 이 작품에는 전시되어야 마땅한 장르적 재미가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시간을 들여서 장면과 구절을 분석해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으나, 이 벽돌 같은 문단들의 향연에서 브릿G 시스템으로는 원하는 구절에 책갈피가 꽂히지 않았다는 아쉬움을 작게 구겨두는 바입니다.

냉정히 말하자면, 이 작품을 읽고 ‘어렵다’거나 ‘의도가 있을 것이다’라는 전제를 다는 독자들이 많은 것은, 단순히 가독성의 문제는 아닙니다. 애초에 이 작품 전반에 깔려 있는 사변적인 언어들이 사건과 인물을 뒤로 밀어내고 있으며, 그것이 너무 당연하다는 듯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여겨집니다. 때문에 방점을 찍도록 유도하는 마지막 주인공의 장면조차도, 그 인물 자체의 방점보다는 작가 개인에게 찍히는 인상으로 변질되는 느낌마저 받았습니다. 청학동 훈장님이 앞에 앉혀두고 회초리를 드는 듯한 감각은 매우 인상적이나, 인물과 소통하고 싶었던 저로서는 작가님과의 이번 만남에 더 괜찮은 방식이 있었을 거란 말씀을 덧붙입니다.

이런저런 불평이 길었지만, 저는 이 작품을 재밌게 읽었습니다. 과거의 가치가 지배하는 세상의 묘사와 더불어, 그 테두리 바깥에서 목소리가 잠겨 있는 주인공, 그리고 그 마땅하다고 여겨지는 가치의 모순들을 조명하는 방식은 이 작품이 가진 내공을 짐작하게 만들었습니다. 애초에 이 작품이 전문가와 독자들에게 인정을 받으며, ‘추천’이라는 방식 하에 또 다른 독자들에게 제공되고 있다는 것만 봐도, 저처럼 문해력이 부족한 코흘리개 한 명이 토를 다는 것 자체가 어리광이나 다름없는 트집에 불과한 일이란 것은 자명합니다. 이 세계관으로 나올 다음 작품은 어떤 모습일까요? 벌써부터 회초리를 맞은 듯 손이 저리고, 흥미로운 숙제를 받은 것처럼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개인적으로는 두 집단의 전쟁에 가까운 격돌을 보고 싶습니다. 총과 칼을 들고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피를 흘리게 만들 수 있는 재난에 가까운 이야기요. 불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한 스케일을 표현할 수 있는 내공이 엿보이는 작품이니까요.

인상적인 작품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멋진 집필 활동을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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