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색맹’을 한 줄로 요약하면 이 리뷰의 제목과 같습니다. 즉, ‘우주는 어둡습니다.’가 이 소설이 전하는 전부입니다. 물론 당연히, 소설인 만큼 주인공이 있고 등장인물이 있으며 소재가 있고 묘사가 있고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그렇지만 그것들은 어떻게 보면 부차적인 것이며, 결국 말하는 것은 단 하나뿐입니다. 우주는 어둡습니다.
이 소설이 나쁘다는 뜻은 전혀 아닙니다. 반대로, 우주는 어둡다는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로부터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놀랍고 재미있는 소설이었습니다. 소설의 문장이나 묘사는 꽤 강력하며, 이야기 또한 크게 흠 잡을 곳 없이 전개됩니다. 한 가지 호불호가 갈릴 측면이 있다면 우주의 어둠에 대해 처리하는 이야기의 방식일 것입니다. 이는 개인의 취향 문제라고 생각되긴 합니다. 열린 결말을 싫어하신다면, 그 또한 취향이니까요.
이야기는 흔히 말하는 ‘코스믹 호러’를 아주 충실하게 그려냅니다. 소설은 주인공과 함께 일하던 베넷의 실종과, 그 베넷을 찾기 위한 과정을 중심으로 굴러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소설을 읽다 보면 금새, 그것은 겉으로 보이는 뼈대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마치 낚시꾼의 미끼를 물어버린 물고기처럼, 소설을 읽는 독자는 급속도로 우주의 어둠 속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암흑색맹’은 상당한 수작입니다. 이는 단순히 소설이 재미있기 때문만은 아니고, 이 소설을 읽는 것 자체가 하나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제가 서두에 쓴 것처럼 ‘우주는 어둡습니다.’ 외에는 별로 남는 것이 없음을 알게 됩니다. 물론, 이야기 속에서 여러 등장인물들이 나오며 나름의 이야기 흐름도 전개됩니다. 그러나 그것은 일종의 수단에 불과하며, 오히려 이야기에 집착하는 것 자체가 이 소설을 제대로 읽지 못하게 만듭니다.
결국, 우주는 어둡습니다. 정말로, 너무 어둡습니다. 우리는 아직 그걸 진심으로 모르고 있고요. 이 소설을 읽고 난다면, 여러분도 이해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우주는, 어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