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의 눈부심 감상

대상작품: 자애의 빛 (작가: 이건해, 작품정보)
리뷰어: 청새치, 13시간전, 조회 1

10년 뒤의 세상을 상상해 본 적 있나요? 작품 속 주인공의 누나와 같은 상황에서라면 저는 도저히 취직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한때 먹여 살렸던 동생들에게 미안해서 존재하기가 참 미안해질 것만 같아 아찔합니다. 지금도 제가 1인분을 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거든요.

그래서 역으로 10년 전을 상상하면, 세상이 그리 많이 바뀌었는가는 잘 모르겠습니다. 새로운 교통카드가 나왔고, 휴대폰으로 할 수 있는 게 더 많아지긴 했지만, 글쎄요, 유행하는 노래가 바뀌었다거나, 웹사이트 뜨는 속도가 빨라졌다거나, 유명한 사람도 TV가 아니라 유튜브에 나온다는 점이 좀 다를까요. 가장 많이 바뀐 게 있다면 그건 저일 것 같습니다. 10년 동안 많은 일이 일어났고, 그 모든 시간이 제게 쌓여서 저는 그때와 할 수 있는 일도, 생각하는 것도, 심지어 생활 패턴도 달라졌거든요. 그야 하는 일이 달라졌으니 당연하긴 합니다만.

그러니 10년 동안 의식없이 얼어 있던 사람은 10년 전과 똑같아야 하는데, 아무래도 환경이 바뀐 탓인지 누나는 굉장히 다른 사람처럼 행동합니다. 사람은 환경의 동물이니 그럴 수 있다고 여기기엔, 아무래도 일주일에 하루만 가도 지칠 보호소를 스물한 군데나 도는 건 상식 밖의 일입니다. 그 정도면 시간 여행을 해서 동시에 두 곳에 존재해야 하는 수준이지 않나요? 그렇게 사람이 일주일을 살 수 있나요?? 네, 누나는 합니다. 너무너무 무서운 일인데, 세상과 가족은 무서울 정도로 평온하기만 합니다. 그러면 역시 아무것도 아닌 일에 제가 괜히 과민하게 군 거겠죠…. 그렇지만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사건이 집에서 일어나고 맙니다.

사람이 조금씩만 더 선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너무 안일하다고 일침을 놓는 듯한 작품을 만나 즐거웠습니다. 그래요, 사람은 얼마든 극단적으로 변할 수 있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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