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이걸 평화라고 불러야 옳을지 고민했습니다.
평화로운 작품입니다. 글을 읽으면서 초콜릿 하나가 그들에게 얼마나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어떻기에 현실을 마주보길 포기하고 화면 속 얼굴과 세상에 도취해버렸을까 생각하게 되는 글입니다. 짧아요. 길지 않아서 부담 없이 읽기 좋겠다고 생각했던 착각은 보란 듯이 깨어졌습니다.
결코 유토피아가 될 수 없는 분위기가 평화롭게 그려지고 아무도 다치거나 죽거나 상처입지 않기 때문에 그럴싸한 일상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부부는 실직상태이며 계획하지도 않은 아이가 태어났고 대책도 없으며 책임감도 없죠. 아이는 부부와 달리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 소통할 수 없는 존재이므로 현실에 부딪혀야 하는 겁니다. 부부에게 현실은 가혹합니다. 내내 먹는 것이라곤 스마트폰에서 어떤 원리로 나는지 모를 초콜릿 맛 액정뿐이니까요. 핥아 없어지는 종류가 아닌 것으로 보이는 게 유일한 장점입니다.
아내는 남편을 옆에 두고도 바람피울 계획을 세우며, 다친 듯 보이는 엄지손가락은 핸드폰을 너무 두드려서 그런 건 아닐까 의심 되는 전개였습니다. 남편은 청결하지 못하며 무관심하고 배려가 없습니다. 어쩌면 두 부부가 잠자리마저 스마트폰을 거치지 않을까 의심스럽기까지 합니다. 부정적인 미래를 그리기에 꽤 재미있는 서술법이었습니다. 아마도 읽고 난 분들이 모두 비슷한 감정을 느끼지 않을까 싶네요.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