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으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이 리뷰어는 로맨스를 꽤 좋아합니다. 브릿지에서는 잘 찾아보기 어려운 장르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짙고 바닥에서부터 어느새 채워져 있는, 그러나 결코 달콤하고 부드럽지 않은 로맨스는 더더욱 만나기가 힘듭니다. pip님의 글은 그런 종류였어요. 드물게 만나고는 헉 하고 숨 참고 읽어 내려가야 하는.
그녀는 어떤 평범한 사람일는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글을 쭉 읽어 내려가면서 창녀 유형의 캐릭터에서 벗어날 수 없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작가님의 성별을 알지 못합니다만, 이야기는 주인공인 그녀의 삶을 쭉 보여주며 진행됩니다. 글 속의 그녀는 부정적이고 염세적인데다 공격적이고 충동적이죠. 자신을 흘러가는 삶에 그대로 던져버립니다. 그리고 자신이 겪어온 남자들의 이야기를 하지만 결국 그건 그녀의 이야기죠. 더럽다. 그녀는 자기 자신의 가치를 그 이상으로 책정하지 못하죠. 누군가 그녀에게 더럽다고 말하고, 그녀는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그렇게 인식하고 받아들이고 행동하고 살아가게 된 겁니다.
글쎄요. 이걸 어떻게 로맨스로 받아들이라고 카테고리를 나누신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누가 정말로 그녀를 사랑했죠? 그녀 자체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그 몸을 원하고 사랑한 것이라고 말하신다면 그렇습니다. 아주 많은 로맨스가 있겠지요. 그러나 그녀는 너덜너덜하고 기댈 곳 없는 속을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하고 만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 잠든 남자 곁에서 고작 과거나 회상하고 있으니, 도무지 로맨스라고 생각하긴 어려운 구석이 많겠습니다.
장르에 조금 속긴 했지만, 아무튼 그녀는 사랑한 대가로 사회적 낙인에 뒤덮여 자기를 마구 굴리며 살았죠. 게다가 아직도 하고 싶은 것이 없으며, 궁금한 것이라곤 자기 이름이 남자의 핸드폰에 뭐라고 저장되어 있을까 정도입니다. 여자의 삶에서 그녀를 거쳐 간 남자를 제외하면 뭐가 남을까요? 창녀 서사의 대표적인 단점들입니다만, 또 이것을 이렇게 칭하는 것을 불쾌해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남자 없이 개인의 삶이 없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주신다면 좀 더 괜찮은 여성 캐릭터의 이야기가 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은 그녀의 삶 자체가 이미 그 한마디로 못 박혀 남자 없이는 회상할 과거조차 없을 정도로 처참하거나.
제목과 달리 당신뿐인 나의 밤입니다. 그녀가 자기 자신을 바로 볼 수 있게 되면 좋겠군요. 글은 매력적이지만 캐릭터를 다루는 방법은 매력적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왕 로맨스가 있어야 한다면, 자기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로맨스 한 편 찍으며 재기했으면 하고 바라며 리뷰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