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트-다 놀이: 아쉬운 다큐멘터리의 매력 비평

대상작품: 포르트-다 놀이 (작가: soha, 작품정보)
리뷰어: 누혜, 17년 8월, 조회 413

나는 픽션도 좋아하지만 다큐멘터리도 좋아한다.  일단 현실에서 벌어지거나 졌던 일이라는 점에 몰입도가 높아지고 다큐를 찍기 위해 들은 시간과 사람 냄새를 좋아한다. 다큐의 초반을 볼 때면 언제나 머리에서 드는 생각이 있다.

대체 이 사건은/ 사람은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되는 거지? 결말이 어떻게게 될까?

어떤 다큐는 내가 생각했던 대로 흘러가기도 하지만 가끔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결말이 나올 때도 있다. 가령 억울하게 범죄자가 된 인물의 실제 범죄 혐의가 드러난다건가, 갑자기 그 인물이 자살을 한다던가. 모든 다큐는 각자의 가치가 있지만 역시 흥미로운 건 내가 생각하지도 못한 사건이 생기고 그게 영향을 미칠 때 다큐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진다.

단편소설 [ 포르트- 다 놀이]를 읽는 동안 나는 내내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화자의 담담한 어투, 객관자적 입장에서 사건 중심으로 이어지는 서술, 주변 인물들의 현실성 있는 대사. 이런 것들은 소설 초반부터 독자에게 상당한 진실성과 현실성을 가지도록 하는데 내가 갖지 못한 장점으로서 상당히 부러운 점이다.

아동학대란 소재를 자극적으로 그려내지 않고 화자에게 전문성을 부여하여 상당히 객관적이고 그럴 듯하게 서술한 것은 독자에게 흥미를 부여하며 특히 초기 어머니에 대한 묘사에서 도대체 어머니는 어떤 사람인가 종잡을 수 없는 미스터리함까지 줘 몰입감을 높였다.

하지만 후반부로 들어갈 수록 그런 장점이 아쉬운 점으로 바뀐다. 소설의 결말부에 이르기까지 어머니에 대한 묘사가 얕아 흐리멍텅한 인상을 주며 화자의 위치 또한 전지적 관찰자의 시점에 있다보니 독자에게 충분한 충격을 주지 못한다. 한마디로 소설의 기승전결에서 결이 결다운 느낌을 주지 못한다.

결말에 이르러 아이가 하는 행동은 유추할 만한 것이었고 그것을 서술하는 방식이 너무 담담해 마치 미완성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하다. 다큐멘터리는 감독이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하나 소설은 철저하게 작가의 무대라는 점에서 임팩트가 되는 사건을 좀 더 크고 강하게 만드는 것이 어떨까 싶다.

아쉬운 점은 있지만 재밌게 읽었고 작가로서 나 자신에게 부족한 점을 돌이켜볼 수 있는 좋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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